대기만성 한희원, 국제 대회에서도 존재감 보여줄까?
‘프로까지 갈 재능이면 은퇴하는 순간까지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는 말이 있다. 수원 kt 소닉붐에서 포워드로 활약중인 한희원(31‧195cm)이 딱 거기에 해당된다. 마치 그를 향해 하는말이 아닌가싶을 정도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핵심 전력감으로는 부족한 선수다는 혹평이 따라다녔지만 어느덧 호화군단 kt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우뚝 섰다.
어디 그뿐인가. 다소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생애 첫 국가대표까지 발탁됐다. 국제농구연맹(FIBA) 제다 아시아컵 2025 예선에 출전할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 최종 12인에는 이번에 첫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가 셋이나 있다. 한희원, 오재현, 박무빈이 그 주인공이다. 여기서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한희원이다.
오재현(25‧186cm), 박무빈(23‧184.4cm)과 달리 30대에 국가대표가 되는 흔치않은 기록을 쓰게됐기 때문이다. 보통 국가대표는 최고의 선수들의 집합체답게 커리어 초반부터 잘하는 선수들이 쭉 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무빈이 여기에 해당된다. 오재현 또한 매시즌 꾸준하게 성장세를 보인 끝에 가치를 인정받았다.
반면 한희원같은 경우 어떤 면에서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에 가깝다. ‘이제는 힘들 것 같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넘어 이름조차 잊혀질 무렵 뒤늦게 치고올라오더니 이제는 현 소속팀의 중심 포워드는 물론 국가대표까지 선발됐다. 불과 두어시즌 전까지만해도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었다.
‘실패한 2순위…’ 한희원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말이다. 어찌보면 살짝 억울할 수도 있겠다. 프로의 장벽은 높은지라 대학때 잘나갔던 선수라도 제대로 적응하지못하고 부진한 경우는 흔하다. 싹수있는 후배가 들어오면 그나마 있는 기회마저 줄어든채 일찍 은퇴 수순을 밟기도 한다. 그런 현실 속에서 지금까지 프로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희원에게 아쉬움의 목소리가 쏟아졌던 것은 그가 전체 2순위였던 탓이 크다. 매 경기가 생존 경쟁인 정글과도 같은 KBL리그서 꾸준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은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당초 그에게 걸었던 기대치에 비하면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앞뒤로 뽑힌 선수가 KGC(1순위) 문성곤(현 kt), KCC(3순위) 송교창(26‧201.3cm)이었다는 점도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둘다 자신만의 색깔을 살려 리그를 대표하는 포워드로 명성을 떨치고있기 때문이다. 그런 둘 사이에 끼어버린 셈이 되어버린지라 더욱 냉정한 평가가 따라다닐 수 밖에 없었다. 그냥 프로 선수로 따졌을 때는 쏠쏠한 벤치자원 정도로는 볼 수 있었겠으나 높은 지명순위가 혹평을 부추겼다.
한희원 입장에서 최고의 그림은 전자랜드에서 꾸준히 뛰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는 것이었다. 인천에서 태어나 초, 중, 고교를 모두 지역 내에서 다녔던지라 이래저래 상징성도 높았다. 아쉽게도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고향 팀에서 얼마 뛰지 못했고 KGC를 거쳐 현재는 수원 kt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는 연고지가 사라졌지만 타팀에 비해 내세울만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었던 구 전자랜드 입장에서도, 인천 토박이 한희원 입장에서도 서로 아쉬운 일이다.
아쉽게 문성곤, 송교창같은 특급 선수와의 비교로 저평가되기 일쑤였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게 있다. 그들 또한 처음부터 잘했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성곤은 대학 시절 이미 국가대표를 경험했을 정도로 엘리트코스를 밟았지만 프로에 입단해서는 선수층이 두터운 KGC에서 혹독한 겨울을 겪은 바 있다.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 좀처럼 제대로 된 출장시간을 받지 못했고 본인 또한 마음이 급하다보니 어쩌다 코트에 나서면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에 실수를 연발하기 일쑤였다. 송교창 또한 마찬가지다. 대학을 거치지 않고 바로 프로에 뛰어들었던 관계로 여러모로 경험이 부족했고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 농구 외적으로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 KCC에서는 일찌감치 그를 팀의 미래로 점찍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성장할 시간을 줬고 그로인해 확실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클 수 있었다.
드래프트 경쟁자들에 비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희원도 결국은 해내고 있다. 현재의 활약을 이어갈 수 있다면 실패한 2픽이다는 주홍글씨는 지워버릴 가능성이 크다. 경희대 시절 김민구, 김종규 등이 졸업한 이후 주포 역할을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능자체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희원이 도약의 날개를 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성실함이다.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수비부터다. 상대 에이스를 전담마크하는 스토퍼 역할을 주로 맡으며 눈길을 끌었다. 어떤 면에서는 다소 낯설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이 맡은 미션을 완수해나가며 코칭스탭의 신뢰를 얻었고 경기력도 점점 늘어갔다.
2021~22시즌까지만해도 출장시간이 10분이하로 곤두박질쳤지만 다음시즌 18분 5초 그리고 올시즌에는 26분 52초로 껑충 뛰어올랐다. 수비로 인정받는 것에 더해 공격력도 상승했다. 올시즌 전까지 그의 커리어하이는 신인시절의 5.29득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8.56득점으로 확 올라왔고 어시스트, 리바운드, 스틸 등에서도 커리어하이를 찍고 있다.
그러면서도 3점슛 성공률은 38.22%로 순도높은 활약을 펼치고있는 중이다. 리그 상위권 공수겸장 포워드다는 호평이 전혀 어색하지않은 선수가 됐다. 대기만성 한희원이 자신의 첫 성인국가대표 대회에서도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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