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가 놀란 458개 초정밀공정… "K발사체로 우주산업 확장"

이준기 2024. 2. 22. 15: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 생산 현장을 가다
해군 이지스함·공군 전투기 등
엔진기술 노하우 40여년 축적
글로벌 기업들, 앞다퉈 러브콜
발사체 분야서도 국내 초격차
누리호 엔진 제작, 3개월만에
차세대발사체 사업 기대 높여
지난 21일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 위성통합시험장 클린룸에서 연구원들이 인공위성용 카메라 조립, 정렬 및 성능 측정 시험을 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지난 21일 대전 쎄트렉아이에서 직원들이 세계 최고 해상도의 상용 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티(SpaceEye-T)'를 제작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누리호 75톤 엔진 모습. 한화에어로 제공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이 함정용 가스터빈엔진을 정비하고 있다. 한화에어로 제공

지난 20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내 엔진조립동. 2m가 넘는 크기의 은색 기계부품이 작업장에 놓여 있었다.

이 부품은 해군의 한국형구축함과 호위함에 탑재되는 'LM2500 엔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0년 넘게 축적해 온 엔진 기술을 토대로 자체 개발한 가스터빈 엔진이다. LM2500 엔진은 해군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에 4대가 탑재된 데 이어 한국형 구축함 '정조대왕급 2번함'에도 실릴 예정이다. 3만마력의 출력에 무게만 3400㎏, 동력터빈 출력수는 3600RPM에 달한다. 가스터빈 엔진과 발전기가 패키지로 생산돼 대형 박스함에 통째로 실려 해군에 납품된다. 이 곳에서 생산된 LM2500 엔진을 포함한 LM6000 엔진 부품은 세계적 항공엔진 제조사인 미국 GE에도 공급된다.◇KF-21·누리호 등 항공기·발사체 '국산 엔진의 요람'=엔진조립 옆 작업장에선 대형 헬기인 '블랙호크'의 T-700 엔진의 창정비가 한창이었다. 창정비는 낡은 엔진을 완전히 해체해 수리한 후 새 제품 수준으로 복원하는 작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가스터빈 엔진의 창정비를 시작으로 엔진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필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술팀장은 "1979년부터 항공기, 헬기, 함정, 발사체 등에 탑재되는 엔진을 독자 개발하면서 세계 3대 항공엔진 기업들의 파트너가 될 정도로 기술력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엔진조립동을 나와 회사 정문쪽에 위치한 주황색의 엔진부품 신공장은 여느 제조현장과 달리 쾌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16년부터 1000억원을 들여 건립한 '스마트팩토리'다. 이곳에서는 항공기 엔진용 부품들이 자동화 공정으로 생산된다.

무인운반로봇(AGV)이 오가며 엔진부품 가공에 필요한 재료와 물품을 미리 입력된 공정에 따라 운반해 준다. AGV가 가져다 준 부품은 로봇팔이 정밀 가공한 후, 다시 AGV를 통해 후속 공정으로 옮겨진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이 생산돼 출고된다.

신공장에선 보잉 '737 맥스', 에어버스 'A320 네오' 등에 납품될 엔진 부품들이 생산되고 있었다. 부품 가공 시 나는 특유의 기름 냄새가 전혀 없고, 가공 작업을 통해 나오는 부산물은 작업장 밑에 모아져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외부로 한꺼번에 배출돼 쾌적한 환경이었다.

조응래 엔진부품1팀 파트장은 "신공장 조성 이전에는 1번부터 40번의 작업일지를 일일이 수기로 체크해야 했는데, 스마트팩토리 조성으로 모든 공정을 작업자들이 RF 칩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돼 작업 생산성과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며 "차세대 항공기 엔진 '립(LEAP)' 부품을 세계 3대 항공엔진 기업에 공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발사체 엔진 무기로 '우주사업' 확대=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우리 공군의 F-5 전투기 엔진부터 F-15K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수리온 헬기,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까지 각종 전투기와 헬기 엔진, 해군 함정용 엔진을 제작하는 국내 유일의 엔진 제조기업이다. 최근에는 항공엔진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사업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탑재되는 총 6기의 엔진 총조립을 담당한다.

창원1사업장 KSLV조립동에서 시험모델을 포함해 지난해 5월 3차 발사에 사용된 엔진까지 총 46기의 누리호 엔진(75톤급 34기, 7톤급 12기)을 제작·공급해 왔다.

개발 노하우와 데이터가 쌓이면서 누리호 엔진 제작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 가량으로 줄였다. 특히 구조가 복잡한 75톤급 액체 엔진 조립은 2400여 개 부품을 사용해 총 458개 공정을 거치는 고정밀 작업을 필요로 하는 데, 한화에어로는 이런 기술과 역량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처럼 누리호 같은 중대형 발사체 엔진 능력을 갖춘 기업은 국내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일하다. 2022년 12월 누리호 고도화사업의 체계종합기업에도 선정됐다. 지난해 3차 발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3차례 발사에 항우연과 공동 참여해 발사체 기술을 이전받고 발사 운용 경험을 쌓게 된다. 작년부터 시작된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 체계종합기업 선정에도 도전하고 있다.

발사체 엔진을 중심으로 우주 수송, 위성제작, 위성서비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관계사인 쎄트렉아이가 개발하는 세계 최고 해상도의 상용지구관측위성 '스페이스아이-T'를 지난 20일 공개했다. 30㎝급 고해상도와 114㎞ 관측폭을 지닌 고성능 지구관측위성으로 2025년 발사 예정이다. 쎄트렉아이는 2009년 국내 첫 지구관측위성 수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7기의 위성 완제품과 5기의 지구관측용 탑재장치를 해외에 공급했다.

위성탑재체 기업인 한화시스템도 한화 우주사업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 '위성의 눈'으로 불리는 전자광학(EO), 적외선(IR), 영상레이다(SAR) 탑재체 기술을 모두 보유했다. 국내 최초, 세계 네번째로 아리랑 위성 3A호의 적외선 탑재체를 개발하고, 아리랑 위성 7호와 7A호에 들어갈 전자광학, 적외선 탑재체를 개발하고 있다. 적외선 탑재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를 갖춰 지구관측·감지 성능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에 실려 제주도 해상에서 발사에 성공한 영상레이더(SAR) 소형 위성 개발도 담당했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은 "1999년 과학로켓3 참여를 시작으로 25년 동안 우주발사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누리호 기술이전을 통해 우주수송능력을 확보하고, 한화시스템과 쎄트렉아이의 다양한 위성들을 궤도에 올려 지구관측, 위성통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향후 우주탐사에도 진출해 민간 주도 우주경제시대를 활짝 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창원(경남)=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