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유목·채집하던 인류 조상, ADHD가 생존에 더 유리했다

이정아 기자 2024. 2. 2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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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함과 충동성으로 사회성이 떨어지고 업무 집중력이 떨어져 발달장애로 구분되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가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유리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이비드 버락(David Barack)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신경과학과 연구원은 21일(현지 시각) 유목생활을 하고 탐험을 하며 열매 채집 등을 했던 초기 인류에게는 ADHD의 특징인 산만함과 충동성이 오히려 유리했을 것이라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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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
ADHD가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유리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덤불에서 열매를 따 모으는 온라인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ivabalk,픽사베이

산만함과 충동성으로 사회성이 떨어지고 업무 집중력이 떨어져 발달장애로 구분되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가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유리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이비드 버락(David Barack)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신경과학과 연구원은 21일(현지 시각) 유목생활을 하고 탐험을 하며 열매 채집 등을 했던 초기 인류에게는 ADHD의 특징인 산만함과 충동성이 오히려 유리했을 것이라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ADHD는 전전두엽의 발달이 다른 이보다 늦어 충동성과 산만함, 주의력 저하 등이 나타나는 발달장애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ADHD 진단을 받은 인구는 전 세계 어린이의 약 5%, 성인의 2.5%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는 전 인구의 8.1%로 보고 있다. 학계에서는 ADHD가 최근 알려진 질병인 만큼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ADHD가 무작위 유전적 돌연변이로 일어나는 것에 비해 예상보다 인구 중 환자가 많은 것에 주목했다. D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무작위적으로 오류가 일어난 결과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만약 ADHD가 생존에 불리하다면 점점 줄어드는 쪽으로 진화했을 텐데 오히려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참가자 457명을 대상으로 ADHD 검사를 진행했다. ‘다른 이가 말하는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다’, ‘회의 시간에 자주 자리를 떠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휴식하는 데 자주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이의 말이 끝나기 전에 자기 말을 시작한다’는 등의 문항에 ‘전혀, 거의, 가끔, 자주, 매우 자주’ 중 하나로 답하도록 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8분 안에 덤불에 달린 열매를 가능한 한 많이 따는 온라인게임을 했다. 게임 안에서는 하나의 덤불에서만 열매를 딸 수도 있고, 다른 덤불로 옮겨갈 수도 있다. 물론 다른 덤불로 이동하는 데에는 1~5초 정도 시간이 걸린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 중 ADHD 척도가 14점 이상으로 높게 나온 206명(45%)이 나머지 251명보다 열매를 더 많이 따온 것으로 나타났다. ADHD 척도가 높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덤불에서 머무는 시간이 훨씬 짧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의 덤불에 오래 머무른 참가자보다 여러 덤불을 다녔던 참가자가 오히려 더 많은 열매를 딸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유목생활을 하고 탐험을 하며 열매 채집 등을 했던 초기 인류에게는 ADHD의 특징인 산만함과 충동성이 오히려 유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나의 지점에서 자원 고갈이 되기 전에 새로운 지점으로 떠나는 것이 자원을 찾고 생존하는 데 훨씬 유리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주로 정적인 환경에서 업무를 하는 현대사회에서 ADHD는 장애로 분류되지만, 과거에는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추진력과 탐구에 뛰어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마이클 라이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교수 역시 21일(현지시각) 가디언을 통해 “지금은 ADHD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만,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거 사냥, 수렵, 채집을 해야 했던 시절에는 오히려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B’ 21일자에 실렸다.

데이비드 버락(David Barack)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신경과학과 연구원팀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ADHD 척도가 높을수록 채집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참고 자료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2024), DOI: https://doi.org/10.1098/rspb.2022.2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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