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봄과 함께 찾아온 경주마 교배시즌, 한국마사회 씨수말 교배지원 나서
지난 21일 제주에 위치한 렛츠런팜 제주와 22일 전북 장수에 위치한 한국마사회 렛츠런팜 장수에서는 올 한해 씨수말과 씨암말들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교배를 기원하는 무사고기원제가 각각 열렸다. 곧바로 오후부터 번식마들의 교배가 시작되며 말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교배산업에 본격적인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유채꽃과 함께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제주는 말의 고장답게 목장 곳곳에서 말들의 교배준비가 한창이다. 말의 교배는 암말의 발정기에 맞춰 통상 2월에 시작되며 6월까지 이어진다. 임신기간은 사람보다 조금 긴 11개월로 건강한 암말 한 마리는 통상적으로 1년에 한 마리의 자마를 생산한다.
부전자전은 경주마에도 해당한다. 부모마의 유전적 성질, 특히 운동능력이 자마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말의 혈통은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경주마는 전 세계적으로 오직 자연교배를 통해서만 생산해야 한다. 인공수정은 불가능하다. 씨수말 한 마리가 1년에 교배할 수 있는 횟수는 100에서 150두 정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인기 씨수말의 교배권을 두고 농가들은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세계 최상위 씨수말의 두당 교배료는 수 억 원을 웃돌기도 하며, 씨수말 한 마리의 몸값은 최고 수 백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는 민간에서 도입하기 어려운 우수 씨수말을 해외로부터 도입해 시장보다 저렴한 가격 또는 무상으로 생산농가에 교배를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씨수말 순위 1위인 '한센'을 비롯해 한국마사회는 올해 총 여섯 두의 씨수말을 투입, 등록농가 165호를 대상으로 최대 475두의 교배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지난 12월, 한국마사회가 4년 만에 신규 도입한 명품 씨수말 '클래식 엠파이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배지원에 투입되며 명품 경주마 배출을 노리는 농가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던 경주마를 국내에서 생산하자는 움직임은 한국마사회와 농림수산부의 주도하에 1991년부터 일어났다. 만 30년이 지난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주마는 연간 약 1300여두 규모. 전국 37호 뿐이던 생산농가는 200여 호로 늘었다.
한국마사회가 해외로부터 고가의 씨수말을 도입해 민간에 무상으로 교배를 지원하며 성장해온 경주마 생산시장은 이제 민간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라온목장의 씨수말 '머스킷맨'은 현존 최강 경주마인 '위너스맨'을 비롯해 '라온퍼스트', '라온더스퍼트'등 명품 경주마들을 대거 배출하며 라온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이광림 생산자가 운영하는 '챌린저팜'이 2020년 도입한 미국산 씨수말 '레이스데이'의 미국산 자마 '화이트아바리오'가 지난해 세계 최고의 경주 중 하나인 미국 '브리더스컵 클래식'을 우승하는 쾌거를 거뒀다. '레이스데이'를 통해 세계적인 경주마를 생산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국내 생산농가들은 앞 다투어 '레이스데이'의 교배권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씨수말을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한국 경주마 출신 씨수말들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두바이월드컵 예선에 출사표를 던진 '심장의고동'의 부마 '지금이순간'이 국산 씨수말의 대표적인 예다. 최초의 통합 삼관마 '파워블레이드'와 대통령배 4연패에 빛나는 '트리플나인' 역시 자마들을 배출하며 대를 잇는 슈퍼스타 탄생에 기대감을 주고 있다.
정기환 한국마사회장은 "30년 전 만해도 수입에 의존하던 경주마 시장이 이제는 80% 이상의 자급률을 보일만큼 성장했다. 이제는 민간에서도 세계시장을 목표로 씨수말 도입, 조련 인프라 확대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한국마사회는 앞으로도 생산농가를 대상으로 우수한 혈통 보급, 시설 및 교육지원 등을 확대할 것이며 동시에 우리 경주마들이 해외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해외 원정출전, 교류경주, 실황수출 등 글로벌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과 계획을 밝혔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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