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보워의 ‘어두운 과거사’, 미-인니 관계에 미칠 영향은

김서영 기자 2024. 2. 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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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유력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0일(현지시간) 자카르타에서 앵거스 캠벨 호주 국방참모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차기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유력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부 장관이 군인 시절 인권 탄압 혐의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미국의 인정을 받으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스트레이트타임스(ST)는 프라보워 장관의 불명예스러운 과거 이력이 향후 인도네시아와 미국의 관계에 미칠 영향을 짚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의 인권 탄압 혐의가 양국 관계에 변수가 되지는 못하리란 쪽으로 모였다.

존스홉킨스대 외교정책연구소의 비크람 네루 선임연구원은 “워싱턴에서는 현실 정치가 언제나 최고였다. 이제 그가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니, (별다른 흠이 없는) 다른 국가 원수들에게 했던 것처럼 그를 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평화연구소의 브라이언 하딩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애초에 인도네시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1990년대의 기억이 희미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미국이 인도네시아를 전략적·경제적으로 중시한다는 사실이 프라보워 장관에게 유리하다고도 언급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군부 실세이자 육군 특수부대 사령관이던 1990년대말 민주화 운동가들의 납치 및 실종 사건에 연루돼 있다. 그가 직접 재판을 받지는 않았으나 그의 수하 일부가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피해자의 가족들은 이날까지도 매주 대통령궁 앞에서 프라보워 장관을 비롯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그는 파푸아와 동티모르 등 분쟁 지역에서 인권 탄압을 저질렀다는 혐의도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2000년 프라보워 장관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2020년 그가 조코 위도도(조코위) 내각의 국방부 장관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비자 금지 문제는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인권 문제로 미국의 경계를 받았으나 추후 사이가 돈독해진 지도자의 선례가 존재하는 점도 프라보워 장관의 전망을 밝힌다. 대표적으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 반무슬림 폭동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5년 미국 비자가 취소됐다. 이는 그가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해제됐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백악관에 초청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찬을 했으며, 상·하원 합동 연설에도 나섰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의 블레이크 버거 국장은 “당시에도 모디 총리의 인권 탄압 혐의가 언급됐으나, 미국과 인도의 관계 격상에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마찬가지로 프라보워의 이력이 화제는 되겠으나 그것이 그가 국제무대에 서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와 미국의 관계는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외교·국방 2+2회담, 남반구 최대 연례 합동군사훈련 ‘슈퍼 가루다 실드’ 개최 등을 통해 발전하는 추세다. 동시에 인도네시아는 주요 거래 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중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차기 인도네시아 정부가 미·중 사이 어떻게 균형을 취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ST는 “프라보워가 조코위의 외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핵심 관건”이라고 전했다.

하노이 | 김서영 순회특파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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