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공급망 관리는 왜 필요한가?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입력 2024. 2. 22. 15: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많이 회자되는 농담이 있다. 누가 가장 불행한 남자인가? “작고 좁은 일본 주택에서, 드센 미국 여자와 결혼하여, 맛없는 영국 음식을 먹고 사는 남자이다.” 영국 여인들이 가정에서 만드는 음식이 대단히 소박하고 단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그들의 소비문화는 아편전쟁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인류 역사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17세기부터 영국에 카페(Coffee House)가 성업하였으나, 이는 남자들만의 전용 공간이었으니 커피는 남성 전유물이었다. 이에 불만인 상류층 여인들은 청나라에서 수입한 도자기와 비단을 쇼핑하며, 중국 차(Tea)를 즐겨 마시는 소비문화를 즐겼다. 당시 차 가격은 커피보다 거의 10배 비싼 사치품이었다. 수입의 평균 5%를 차 마시는데 지출했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선풍적 인기였다. 그 결과 영국은 대청(對淸) 무역에서 막대한 적자에 시달렸다. 그 무역적자의 타개책으로 들고 나온 것이 아편 무역이었다.

아편의 환각 효과는 영국에게는 무역흑자를, 중국에게는 부정부패와 가정파괴를 가져왔다. 세관의 관리는 엄청난 뇌물을 받으며 아편 수입을 눈감아 줬고, 중독자들은 아편을 사기 위해 가족을 팔아 넘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청나라 황제는 명관 임칙서(林則徐)를 파견하여 사태를 수습하도록 명했다. 지금도 영웅으로 추앙 받는 그는 영국 상관에서 아편 1,400여톤을 압수하여 폐기처분 했다.

그리고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에게 점잖게 공자(孔子) 말씀을 인용하여 편지를 썼다. “만약 다른 나라가 귀국에 아편을 판다면 귀국도 싫어할 것이지요. 그러니 귀국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해서는 안됩니다.” 공자가 제자 자공(子貢)에게 평생 간직하고 실천할 덕목으로 말해 준 것이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즉,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다. 그러나 돈이 걸린 전쟁 앞에 양심과 도덕에 호소하는 임칙서의 편지는 무시되었다. 결국 아편전쟁은 터졌고, 패전한 중국은 홍콩을 영국에 떼어주고 나라가 망하는 수순으로 빠져 들었다.

아편전쟁 전, 영국은 청나라에 항구 개방과 자유무역을 요구하였으나 묵살되었다. 이는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 및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 등 영국 고전 경제학자들이 이미 자유무역을 강조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담 스미스는 타국에 비해 더 싼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을 수출해야 한다는 ‘절대우위(Absolute advantage)론’에 기초한 자유무역을 말했다. 그러나 선진국은 거의 모든 상품에서 절대우위를 가지고 있기에 ‘절대우위’ 만 가지고 국제무역이 일어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이에 리카도는 ‘비교우위(Comparative advantage)론’을 주장하여 자유무역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더라도 상대적으로 비교 열위에 있는 상품은 포기하고 교역을 하면 두 나라가 다 같이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비교우위를 설명하기 위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무엘슨(Paul Samuelson)이 말한 변호사와 비서의 예가 자주 인용된다. 한 변호사가 법정에서의 변론 실력 뿐만 아니라 타이핑 속도도 어느 비서보다도 뛰어났다. 그렇다면 그는 변론과 타이핑을 모두 해야 하는가? 타이핑하는 시간에 법정에 나간다면 돈을 더 벌 수 있다. 그래서 비서를 고용하여 타이핑을 맡기는 것이 두 사람 모두에게 이익이다.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변호사는 변론에, 비서는 타이핑에 비교우위가 있다는 것이다.

1830년대, 영국은 중국에서 차, 도자기 그리고 비단을 수입했으나, 반대로 영국은 절대 또는 비교우위로 중국에 팔 상품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도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편을 들이밀었고, 그것도 안되자 아편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국제무역에서 비교우위에 따라 재화와 서비스가 흐른다면 그것이 자유무역이고, 그로 인해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부족한 나라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양자간 또는 다자간 FTA(자유무역협정)는 자국의 비교우위와 비교 열위를 철저히 따져보고, Win-win 전략으로 체결하는 것이다. 그러나 FTA를 체결할 때마다 일부 정치 세력이 선동하여 온 나라가 어수선했던 우리의 과거가 있다. 광우병과 칠레 포도주 등의 사례이다. 비교우위론을 모르는 지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는 경제문제를 정치 이슈로 바꾸는데 천부적 소질이 있어 문제이다. 그래서 어느 저명한 경제학자가 이렇게 한탄했다. “동서고금에 비교우위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정치가들이 많았고, 그들은 관세인상, 수출입규제, 경제 블록화 등 무역장벽을 세우고, 더 나아가 전쟁을 일으켜 경제를 왜곡하고 망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지금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치는 미국 대선 후보는 당선되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보호무역의 기치를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 정부 또한 IRA(인플레이션방지법) 상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2025년부터 배터리용 부품이나 핵심광물을 FEOC(Foreign Entity of Concern; 해외우려기업)에서 조달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FEOC 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 25% 이상의 지분을 소유하여 통제하는 외국기업을 말하며, 사실상 모든 중국 기업을 포함한다.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소재인 흑연의 95%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기업에게는 비상사태이다. 공급망의 ‘탈(脫) 중국’이 필요하다.

미국은 1970년대, 1, 2차 석유 파동 이후 에너지 및 자원 안보를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2022년부터는 슈퍼컴퓨터와 AI 등 첨단 산업용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에게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정치적 이유가 전세계의 비교우위 경제를 왜곡시키고 있다. 왜곡은 또 다른 왜곡을 불러 일으킨다. 중국은 막대한 정부 지원금과 펀드를 동원하여 네덜란드 산 반도체 생산 장비를 거의 싹쓸이 해갔고, 이젠 값싼 중국산 반도체의 공급과잉으로 글로벌 가격 폭락을 우려해야 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은 요소수 수출 통제와 같이, 반도체에 들어가는 희토류인 흑연, 갈륨 등에 대한 수출통제 방침도 대놓고 발표하며 ‘자원무기화’를 추구하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매장량은 세계의 35%이지만, 채굴-제련-생산 등 일련의 밸류 체인을 구축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량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니 전 세계가 불안해 한다.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 주요 자원 부국의 자원무기화 경향과 팬데믹 후 일어난 공급망 위기는 이제 각국 정부와 기업에게 ‘공급망 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라는 새로운 숙제를 주었다. 공급망 관리는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의 조달에서부터 생산, 유통 그리고 고객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공급망 단계를 최적화하여 고객의 니즈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스템’ 이라고 정의 되지만, 기존 경영전략이나 제반 경영관리에서 크게 새로운 것은 없다. 즉, 각국의 자원무기화, 비교우위에 입각한 자유무역의 정치적 왜곡 그리고 기후 변화나 팬데믹 등 천재지변에 의한 상황 변화에 선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경영 전반의 관리 시스템 및 전략적 대응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기업은 90% 이상 수입하던 시스템 반도체를 국내 생산으로 전환하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배터리 업체는 핵심광물 수입선을 다원화 하는 것이다. 정부가 할 숙제로는 국가가 주도하는 ‘공급망 관리 Control Tower 구축’과 이해 관계가 맞는 국가들과 연합하여 ‘공급망 동맹 결성’ 등이라고 관련 학자들은 주장한다.

영국의 무역적자 해소 방안으로 무리하게 시작한 아편무역이 세계의 역사를 바꿔 놓았듯이 ‘내로남불’의 기조에서 무역질서의 왜곡은 엄청난 부정적 후폭풍을 가져온다. 그 왜곡의 중심에 미국과 중국이 있다. 그 사이에 낀 나라와 다국적기업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래 싸움에 대비해야 하는데 그것이 공급망 관리이다. 그동안 비교우위를 충실히 실행해온 국제 분업 구조인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은 이제 힘이 빠진다. 리카도가 지하에서 탄식할 일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