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칭 시점에서 연습해보자…‘거울 이용하기’[노경열의 알쓸호이]

배우근 2024. 2. 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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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명상’의 인기가 점점 더 오르고 있다. 인간의 삶은 분명 과거보다 윤택해지고 편리해졌는데, 오히려 개개인의 삶은 더더욱 스트레스와 소외감에 찌들어가면서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으로 명상이 선택된 것 같다.

필자가 늘 말해왔듯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것은 호신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지키는 것, 그리고 상처에서 회복하는 것을 위한 명상은 그 자체로 뛰어난 호신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최근 명상 관련 책들을 몇 권 훑어봤는데, 재밌는 표현을 발견했다. 바로 ‘자기객관화’. 자세한 내용을 모두 언급할 수는 없지만, 명상의 과정에는 스스로를 외부에서 바라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다른 시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이런 시각은 호신술을 익히는 데에도 필수적인 요소다. 필자는 수련생들에게 여러가지 기술 연습 중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벽에 붙여진 큰 거울을 통해 비치는 자신을 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은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있다.

첫째, 초보자의 경우는 상대가 공격모션을 취하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아 몸이 굳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과 상대를 함께 보면 상대가 공격하려는 간격이나 각도, 그리고 언제 공격을 하려는지 등이 훨씬 쉽게 파악된다.

이런 요소들이 파악되면 긴장을 덜 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초보자들일수록 이런 시야가 익숙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일반인의 경우 영화나 격투 스포츠 등을 통해서 두 사람이 어떻게 얽혀 싸우는지를 본 경험이 직접 누군가와 싸운 경험보다는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숙련자의 경우는 주변 상황까지 살피는 시야를 얻게 된다. 정해진 규격의 경기장에서 승부를 가리는 격투스포츠와는 달리 호신술은 언제 어디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것에 대한 대비이다. 칼럼 연재 초반에 다뤘던 것처럼 도망가는 것이 중요한 기술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잘 도망가기 위해서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주변을 돌아보고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기물이나 퇴로를 빨리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상대만 보고 연습해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시야다. 따라서 거울을 통해 나와 상대(들), 그리고 주변 상황들을 함께 눈에 담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영화 등에서 주인공에게 적들이 몰래 다가오거나 주인공을 둘러싸면, 3인칭의 시각에서 보는 우리는 주인공이 언제 위험에 직면할지, 또는 ‘아, 저쪽으로 얼른 빠져나가면 되겠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시야를 기르라는 의미다.

셋째, 연습하는 과정 중 나의 허점과 상대의 허점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배우다 보면 거울을 보라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 어떤 근육을 정확하게 고립시켜 자극을 주는지, 좌우 밸런스는 정확하게 잡고 무거운 것을 드는지 초보자는 감각만으로는 알기 어렵기 때문에 거울을 보고 시각적으로 들어오는 정보와 감각 정보를 일치시키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호신 기술도 동일하다. 내가 간격이나 밸런스를 잘 유지하면서 기술을 걸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허점을 노출하지는 않는지, 또 상대가 제대로 제압되고 있는지, 그러다 일인칭의 시각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 하는 허점을 노출하지는 않는지 눈으로 찾아내고 닿아있는 신체를 통해 들어오는 감각을 일치시켜야 한다. 이렇게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는 눈을 감고도 상대와 접촉했을 때 서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머리 속에 훤히 그려질 정도가 된다.

필자는 수련생들에게 “무술 수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 두가지는 연습을 같이 해줄 상대와 거울”이라고 항상 강조한다. 그만큼 잘 쓰면 정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거울이다. 거울을 통해 나를 주인공으로 하는 호신 상황을 그려보자.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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