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 대체불가 흥행코드는 '복수는 나의 힘'

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2024. 2. 2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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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신윤재(칼럼니스트)

'내 남편과 결혼해줘', 사진=tvN

온라인에 돌아다니는 예전 유머 중 이런 말이 있다. "미국 사람 셋이 모이면 줄이 생기고, 이스라엘 사람 셋이 모이면 세 개의 정당이 생기고, 일본 사람 셋이 모이면 세 개의 상사(회사)가 생기고, 한국 사람 셋이 모이면 방석을 편다"고 한다. 고스톱을 치기 위함인데 이를 약간 요즘 시간대에 맞춰서 표현하면 어떨까. 분명 한국 대중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한국 사람 셋이 모이면 복수를 한다"고.

저마다 많은 국가들의 드라마를 일으키는 동력이 있겠지만, 지금 단연 K-드라마의 원형질을 이루고 그 에너지를 만드는 원천은 단연 '복수'라고 본다. 그만큼 많은 작품들이 복수가 일으키는 강인한 감정의 파고를 이용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쓰고 있다.

이는 지금 방송 중이거나 스트리밍 중인 작품을 둘러봐도 알 수 있다. JTBC 수목극 '끝내주는 해결사'는 이혼 전문 해결사와 변호사가 시련에 빠져있는 의뢰인을 대신해 응징에 나선다. SBS '재벌X형사' 역시 제대로 된 공권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찰의 수사영역을 재벌의 자금으로 메우는 복수 활극이다. TV조선 주말극 '나의 해피엔드'는 또 어떤가. 장나라가 연기하는 서재원이 계부와 동료 심지어는 남편에게도 배신을 당하면서 이를 되갚는 복수극이다.

일일극으로 가면 이러한 노선은 더욱 선명해진다. MBC '세 번째 결혼', KBS2 '피도 눈물도 없이' 등의 작품들은 모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진 주인공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에 빠진 후 이 상황을 그대로 돌려주기 위해 분투하는 작품이다.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나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경우도 나라가 살피지 않는 탐관오리를 벌하는 규수나, 자신을 살해한 남편과 그 남편과 불륜을 저지른 친구에게 고통을 돌려주려 절치부심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복수극이다.

태생부터 장르물의 강한 극성을 내세우고 있는 OTT 드라마들도 '복수천국'에 가세했다. 넷플릭스의 '선산'과 '살인자 ㅇ난감', 디즈니플러스의 '킬러들의 쇼핑몰' '로얄로더', 쿠팡플레이의 '소년시대', 티빙의 '운수 오진 날' 등의 작품들도 각자의 장르 안에 복수의 코드를 깊숙이 숨겨놓고 구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렸다. 이렇게 보면 외부에서 봤을 때는 한국 드라마를 요약할 때 '어떠한 형태로든 시련을 겪는 주인공이 이를 앙갚음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이를 통해 복수에 나서는 작품'이라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러한 '복수 서사'가 한국인들과 잘 맞는 DNA라도 있는 것일까. 우리는 왜 그렇게 복수에 집착을 하고 있을까. 일단 노래든 영화든 드라마든 한국인이 '카타르시스'를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태생적으로 어떠한 긴장상태에 빠졌다가 이를 해소하는 데서 나오는 쾌감을 즐긴다. 이는 예술의 형태에서 다양하게 발현되는데 노래에서의 고음, 하이라이트 파트, 영화에서의 위기나 절정부분의 휘몰아치는 서사 그리고 드라마 등 시리즈물에서도 극 전체를 지배하는 복수의 정서로 표현된다. 

복수는 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분노를 유발해야 하고, 주인공이 큰 위험이나 시련에 빠져야 한다. 그럼으로써 시청자, 관객을 유인하고 그 심리에 빠르게 동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의 심정과 일체가 된 관객과 시청자는 드라마의 서사에 훨씬 실재감 있게 빠지게 된다.

단순히 예술적 측면으로 복수극을 판단할 수도 없다. 복수는 그만큼 '복수를 해야 할 만큼 억울함을 풀어주는 시스템이 없다'는 말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밤에 피는 꽃' 조여화(이하늬)는 조정이 돌보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을 구하기 위해 탐관오리를 응징하는 복면의 호걸로 변신하고,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강지원(박민영)은 암 투병에 남편의 불륜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을 겪지만, 법의 체계나 시스템이 그를 보호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사망 후 시간을 돌리는 정말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더 글로리', 사진=넷플릭스

이는 그만큼 현대 한국 대중의 정서가 법체계가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불신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으며, 대신 사적복수나 복수를 의뢰하는 형태로라도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강한 열망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지난해 인기를 얻었던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부단하게 자신을 갈고 닦아 처절한 사적복수에 나서는 서사를 담았고, SBS에서 제일 시청률이 많이 나왔던 '모범택시 2'의 경우 아예 '무지개 운수'라는 대리 복수 단체가 등장해 의뢰자들의 억울한 사연을 담당했다.

복수극이 큰 틀이고 이러한 플롯이 지겹다고 하더라도, 올해 역시 당분간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복수의 파고에서 헤어날 수 없다. 지금 기획되고 촬영되는 다양한 작품들, 특히 장르물의 경우 거의 모두가 복수의 코드를 품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은 이렇게 드라마 속 빌런에 분노하고, 이 빌런을 어떻게든 복수해 응징하는 데서 현실의 시름을 잊고 있다. 정리하자면 복수는 나의 힘이고, 복수는 너의 힘, 우리 모두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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