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싱크탱크 “대러 제재 효과 없어, 우크라전 장기화될 것”
중국 민간 싱크탱크와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취해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으며 전쟁은 더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또 올해 미국 대선 결과가 우크라이나 대선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2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민간 싱크탱크인 인민대 충양금융연구원은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 2년을 맞아 세미나를 열고 3개의 관련 보고서를 발표했다.
왕원(王文) 충양금융연구원 원장은 세미나에서 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며 “우리 팀은 2022년부터 러시아 21개 도시를 방문했으며 가장 큰 발견은 서방이 부과한 2만개 이상의 제재에도 러시아가 받은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러시아가 제재에 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도출한 가장 중요한 결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경제성장률 등을 서방의 제재가 효과적이지 못한 근거로 제시한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22년 전쟁과 서방의 제재로 -2.1%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 3.6%로 반등했다. 또 글로벌타임스는 구매력평가지수(PPP)를 기반으로 계산한 GDP에서 러시아가 중국과 미국,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의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딩이판(丁一凡) 전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세계발전연구소 부소장은 이와 관련해 “러시아는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동시에 경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완전한 공급망을 구축해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서방 제재와 전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도록 했다”면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회원국 등 비서구 주요 국가들이 서방의 대러 제재를 따르지 않은 것이 러시아가 서방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딩 전 부소장은 이어 “러시아의 중요한 경험은 비서방 국가나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와의 관계를 발전·유지시키며 달러와 유로화에 대한 의존을 줄인 것”이라며 “서방의 제재는 브릭스 회원국과 중동 주요국을 포함한 많은 비서구 국가들이 달러와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결제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들은 또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올해 미국 대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샤오린(馬曉霖) 저장외국어대 환지중해연구원장은 “미국 대선이 임박한 만큼 러시아가 새로운 대규모 작전에 나서기 위해 큰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러시아는 인내심을 갖고 경제 회복에 집중하면서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트럼프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는 것은 가능하며, 그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미국은 그렇게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나도 부정선거라 생각했다”···현장 보고 신뢰 회복한 사람들
- 국힘 박상수 “나경원 뭐가 무서웠나···시위대 예의 있고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 늙으면 왜, ‘참견쟁이’가 될까
-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사장 해임 “모두 이유 없다”…권태선·남영진 해임무효 판결문 살펴
- 내란의 밤, 숨겨진 진실의 퍼즐 맞춰라
- ‘우리 동네 광장’을 지킨 딸들
- 대통령이 사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사과해요, 나한테
-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에 차량 돌진…70명 사상
- [설명할경향]검찰이 경찰을 압수수색?···국조본·특수단·공조본·특수본이 다 뭔데?
- 경찰, 경기 안산 점집서 ‘비상계엄 모의’ 혐의 노상원 수첩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