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시작해서 역사로 끝난다' 역대 최고대우! 괴물이 돌아왔다…만년 하위권은 그만, 5강 그 이상도 꿈꿀 수 있다 (종합)

이종서 2024. 2. 2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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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혁 대표이사(왼쪽)고 류현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왼쪽)고 류현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류현진.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괴물' 류현진(37)이 12년 만에 KBO리그에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는 20일 류현진과 8년 170억(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 역대 국내 최고 대우다.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출전하게 되면서 '종신 한화 선수'로 남게 됐다.

한화와 류현진재단은 MOU를 체결, 유소년 야구 발전 등 사회공헌활동을 공동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12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다. 동산고를 졸업한 류현진은 입단 첫 해부터 KBO리그에 역사를 써내려갔다.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한화에 입단한 그는 30경기에 나와 18승6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위, 다승 1위, 탈삼진 1위(204개)를 기록하며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신인왕과 정규시즌 MVP, 투수 부문 골든글러는 모두 류현진의 몫이었다.

류현진의 장점은 뛰어난 구위와 함께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노릴 수 있는 정교한 제구에 있다. 마운드에서 흔들리지 않는 멘털 또한 류현진의 강점 중 하나다.

류현진. 스포츠조선DB

2년 차에도 류현진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30경기에 등판해 17승7패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했다. 첫 해 201⅔이닝을 기록했던 그는 211이닝으로 이닝이터로서 존재감을 한껏 뽐냈다. 2011까지 류현진은 꾸준하게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면서 KBO리그 대표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다. 2012년 류현진은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데뷔 이후 단 한 차례도 두 자릿수 승리가 불발된 적이 없었던 그였지만, 182⅔이닝을 던지고도 9승9패 평균자책점 2.66으로 마쳤다.

KBO리그 7시즌 동안 류현진이 남긴 성적은 190경기 98승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완투 1위 5시즌(2006, 2007, 2009, 2010, 20110) 삼진 1위 4시즌(2006, 2007, 2009, 2010)을 차지하는 등 최고의 투수로 군림해왔다.

국제 무대에서도 류현진의 활약은 빛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주역이 됐고,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2012년 시즌을 마친 뒤 류현진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포스팅 시스템으로 해외 무대 진출 자격이 생겼다. 당시 포스팅 시스템은 가장 높은 포스팅비를 써낸 구단과 단독 협상으로 진행되는 구조. KBO리그를 평정한 류현진의 모습에 메이저리그 복수의 구단이 군침을 삼켰다.

AP연합뉴스

승자는 LA 다저스가 됐다. 다저스는 류현진의 이적료로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343억원)을 제시해서 협상권을 따냈다.

류현진은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480억원)에 계약하며 빅리그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류현진의 공은 통했다. 첫 해부터 뛰어난 활약이 이어졌다.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30경기에 등판했고,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등판한 30경기에서 19승11패를 기록했다. 류현진의 14승은 릭 서트클리프(17승)에 이어 LA 다저스 신인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승리다. 또한 승률 0.636은 다저스 신인으로는 5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류현진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본 다저스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류현진은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2014년에도 류현진의 안정적인 제구는 빛났다. 볼넷 대비 삼진 비율이 4.79로 메이저리그 투수 중 7번째로 좋았다.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듯 했다. 그러나 어깨 부상 등으로 2015년 등판이 없었고, 2016년도 1경기에 머물렀다.

2017년 5승을 거둔 류현진은 2018년 7승을 하면서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2019년 류현진은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았다. 29경기에 나온 그는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그는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등 가치의 정점을 찍었다.

류현진 AP연합뉴스
류현진. AP연합뉴스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그해 12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68억원)에 계약했다.

첫 해 코로나19로 시즌이 절반 밖에 치러지지 않았지만, 류현진은 12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14승10패 평균자책점 4.37의 성적을 남겼다.

팀 내 융화도 뛰어났다.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앞세워 고참 선수로서 젊은 선수의 멘토 역할을 하는 등 토론토 투수진 성장에 기여를 했다.

그러나 2022년 6경기에 등판했던 그는 6월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을 했다. 약 1년에 재활 과정을 거친 뒤 지난해 중순 돌아왔다.

돌아온 뒤에도 류현진은 류현진이었다. 11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토론토와 계약 기간을 끝난 류현진은 FA로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됐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연평균 1000만 달러 이상은 받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류현진의 에이전트는 '악마의 에이전트'라고 불리는 스콧 보라스. 그는 지난해 12월초 열린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 취재진을 만나 "내년에도 류현진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잔류를 자신하기도 했다.

현지 분위기는 좋았다. 복구의 구단이 류현진을 필요로 했다. 김하성과 고우석이 뛰고 있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이정후와 계약을 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친정' LA 다저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 많은 구단이 언급됐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기자는 이날 '오리올스에는 마이클 로렌젠과 류현진이 너무 잘 어울린다. 마이크 클레빈저와 리치 힐, 에릭 라우어도 메이저리그 계약을 할 수 있는 후보들'이라며 '파드리스, 트윈스, 파이어리츠도 선발투수를 찾고 있다. 류현진은 여전히 샌디에이고가 찾는 후보'라고 짚었다.

MLB닷컴 역시 'FA 시장에 남아 있는 우수한 선수가 많이 남아 있다'라며 '류현진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모든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명했다.

김하성(왼쪽)과 류현진. 스포츠조선DB

특히나 샌디에이고는 류현진 영입 기대가 가장 높은 구단 중 하나였다.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뛰고 있고, 선발 자원 역시 필요했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은 지난 11일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FA 시장에 나와있는)여러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외야수도 있고 선발투수도 있다. 물론 불펜 스타일도 원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스트링트레이닝에 들어갔기 때문에 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즌까지도 해 나갈 수 있다. 계획한 일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계약을 위한 계약을 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다르빗슈 유, 조 머스그로브, 마이클 킹을 제외한 나머지 선발 두 자리는 경쟁 체제로 돌아가게 됐다 랜디 바스케스, 페드로 아빌라, 쟈니 브리토, 맷 왈드론, 제이 그룸 등 후보들은 많지만, 류현진 만큼 확실하게 보장된 카드가 필요했다. 팀 내 선발진이 우완으로 가득 찬 것을 고려하면 좌완 류현진이 더욱 어울릴 수 있었다.

금액 차가 있었다. 디 애슬레틱은 '좌완 선발이 부족한 파드리스는 그동안 베테랑 류현진과 협상을 벌여왔지만, 생애 두 번째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돌아온 류현진에 대해 스캇 보라스는 디스카운트된 조건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당시 샌디에이고 구단이 내민 오퍼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장 기간 1년에 옵션과 인센티브를 합쳐 1000만달러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외에도 오퍼는 있었지만, 한화 복귀와 메이저리그 잔류 중 선택하는 류현진에게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계약 과정도 조금씩 늦어졌다.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선수의 계약은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지만, 여전히 시장에는 코디 벨린저, 블레이크 스넬 등 최대어 선수들이 팀을 찾지 못했다.

류현진. 스포츠조선DB

메이저리그 구단 대부분이 스프링캠프가 시작됐고, 시범경기 개막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류현진 역시 더이상 지체하다가는 시즌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야구계 관계자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잔류를 택하고자 했으면 충분히 남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조건의 금액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디 애슬레틱 칼럼니스트로 신시내티 레즈 단장을 역임한 짐 보든은 "토미존 수술서 돌아온 류현진은 11경기 가운데 9경기를 3실점 이하로 막아냈고, 5이닝을 6번, 6이닝을 1번 던졌다. 직구 구속은 87~89마일이었고, 체인지업 피안타율 0.276, 커터 피안타율 0.238를 기록했다"며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하고,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을 하지 않을 팀과 계약하는 게 현명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류현진이 약한 팀으로 가 올시즌 전반기를 작년 후반기처럼 잘 던진다면 트레이드 데드라인 때 강팀으로 트레이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략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보든은 또한 "보든은 '파이어리츠, 내셔널스, 애슬레틱스와 같은 팀이 좋으며, 부상 위험이 높고, 나이가 많거나, 하락세가 뚜렷한 투수를 다수 보유한 강팀, 예를 들면 양키스, 브루어스, 카디널스 등이 그를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류현진. 스포츠조선DB

류현진의 선택지는 한화였다. 그동안 류현진의 한화 복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3선발급은 충분히 해주는 만큼, 한화에 복귀한다면 충분히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류현진의 한화행이 알려지고나서 미국 현지 언론도 많은 관심이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1일 '류현진이 KBO로 향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메이저리그 10시즌을 뛴 류현진이 그의 고향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며 '36세인 그는 한화 이글스와의 4년 계약이 임박했다. 한화는 그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곳'이라고 전했다.

CBS스포츠도 '류현진이 MLB 오퍼를 고민한 뒤 결국 KBO 최고 연봉 선수가 돼 한국으로 돌아간다'며 '류현진이 한화 이글스와 계약이 가까워졌다. 계약이 완료되면 류현진은 KBO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선수가 된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받은 오퍼를 고민했었다'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루머스(MLBTR)는 '류현진은 보도된 바에 따르면 170억원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져 KBO 최고 연봉자가 될 것'이라며 '계약이 이뤄지면 그의 메이저리그 시간에 마침표가 찍힌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86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3.27을 마크했고, 1055⅓이닝을 던져 934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78승을 따냈다'고 밝혔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한 투수가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FA 좌완인 류현진은 KBO에서 커리어를 마치기 위해 그의 고향 한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높다'며 '우리는 몇 주 전 그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연결돼 있다고 들었다'고 조명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류현진.

류현진과 한화의 계약은 최근에 빠르게 합의로 방향이 잡혔다.

한화는 철저하게 류현진 복귀 시나리오를 짜놓고 기다렸다.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샐러리캡 문제도 일찌감치 여유분을 확보해놨다. 기준은 '역대 최고 대우'. 해외파 선수가 KBO리그로 왔을 때 받았던 최고 금액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SSG 랜더스와 계약한 김광현으로 4년 총액 151억원에 사인했다. FA 선수로는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도장을 찍은 양의지로 4+2년 총액 152억원이다.

설 연휴 이후 류현진과 한화의 계약은 빠르게 진행됐다. 류현진과 친분이 두터운 손혁 단장이 꾸준하게 연락을 하면서 류현진과 교감을 해왔다.

이전까지 한화는 류현진 이야기에 "기다리고 있다" 수준의 답변을 해왔다. 다만,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서부터는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갔다"고 더욱 확실한 답을 할 수 있었다.

류현진도 한국행 움직임을 보였다. 토론토 물류창고에 보관중이던 이삿짐을 한국으로 보냈다는 소식도 들렸다. 한화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오퍼가 알려진 것보다 좋은 곳도 있다고 알고 있다"라며 "그래도 미국에서 짐을 한국으로 보냈으니 어느정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21일 "류현진이 빅리그 제안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메이저리그 시장이 예상만큼 견고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이유가 무엇이든 류현진은 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의 시간이 끝나고 선수 경력 막바지에는 한화 이글스에서 투수로 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40세까지 뛸 수 있는 계약으로 그렇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명하기도 했다.

실력은 어느정도 보장됐는 평가. 지난해 NC 소속으로 뛰면서 20승-200탈삼진을 기록한 에릭 페디를 기준이 될 전망. 페디만큼의 구위는 아니지만, 류현진은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KBO에서도 여전히 통할 수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페디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시장에서 보는 류현진의 평가는 이보다 더 나은 편이라는 게 관계자의 이야기다.

류현진을 영입하면서 한화는 확실하게 가을야구로 갈 수 있는 요소를 만들었다.

스포츠조선DB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로 외인 '원투펀치'를 구성한 가운데 지난해 8승(8패)을 거두며 급성장을 한 문동주가 확실한 선발 자원으로 있다. 선발 5자리 중 4명이 10승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투수라는 평가다.

외국인 듀오는 모두 지난해 KBO리그에서 뛰어 적응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 페냐는 지난해 32경기서 177⅓이닝을 던지며 11승11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이닝 6위, 퀄리티스타트 19번으로 6번째로 많았다. 폭발적이진 않았지만 안정적으로 던졌다는 평가다. 시즌이 끝나고 빠르게 재계약을 추진했고, 12월 9일 총액 10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산체스는 재계약과 새로운 선수 영입을 고민하다가 결국 재계약으로 택한 선수다. 첫 등판에서 부상으로 낙마한 버치 스미스를 대신해 온 산체스는 24경기에서 7승8패 평균자책점 3.79를 기록했다. 초반 9경기서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으나 단점이 노출되면서 이후 15경기에선 2승8패 평균자책점 5.24로 부진했다. 재계약이지만 총액 75만달러에 머물렀다.

2023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일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 선발투수 문동주가 역투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8.01/
◇김서현. 스포츠조선DB
한화 이글스 신인 황준서가 자체 청백전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최근 하위권에 머무르면서 1차 지명 선수를 수집한 것 역시 한화의 긍정적인 요소.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가 마운드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문동주는 확실한 선발. 김서현은 불펜, 황준서는 선발 경쟁에 나선다.

문동주는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함께 '탈고교급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광주 출신인 두 선수 중 KIA가 김도영을 택하면서 문동주가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됐다.

첫 해 13경기 28⅔이닝 소화에 그치면서 재정비 기간을 가졌던 그는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 KBO리그 역대 국내 투수 중 최초로 구속 160㎞를 돌파하는 역사를 썼다. 이닝 제한 속에서도 8승을 거뒀고,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두 차례 선발 등판해 금메달에 힘을 보탰다. 또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는 첫 경기였던 호주전에 나와 에이스로 인정을 받았다.

김서현은 150㎞ 중후반의 강력한 직구가 강점으로 꼽혔다. 문동주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지난해 제구 난조에 고생했던 그는 올 시즌 본격적인 비상을 예고했다. 일정하지 못했던 팔 각도를 낮추고 안정시키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김서현은 올 시즌 불펜에서 힘을 보탤 핵심 자원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 감독은 "(김서현이) 문동주 1년 차 못지 않게 못했다"고 농담을 하며 "(문동주의) 2년 차 못지 않게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황준서는 3년 간의 리빌딩에 마침표를 찍은 선수.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황준서 역시 선배 문동주 김서현과 마찬가지로 고교 최정상 투수로 활약했다. 좌완 투수임에도 강력한 구위와 뛰어난 제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불펜 투구를 지켜본 한화 선수 및 관계자들 모두 "데뷔 첫 해 문동주 김서현보다 낫다"는 말이 이어질 정도. 한화 최원호 감독도 "실력을 보여준다면 (1군 선발을) 못할 이유가 없다"는 평가다.

류현진은 이들에 앞서서 확실한 1선발로 에이스 역할을 할 전망. 한화의 1~4선발은 리그 최고라는 평가다.

2012년 불운도 올해는 다를 예정이다. 지난해 31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왕을 차지한 노시환이 올 시즌 건재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6년 총액 90억원에 계약한 채은성이 23개의 홈런을 날리면서 성공적으로 한화에 정착했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안치홍과 4+2년 총액 72억원에 계약하면서 내야 보강도 확실하게 했다.

투·타 모두 5강은 물론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스포츠조선DB

선수들도 확실한 동기 부여 요소를 찾았다. 든든한 에이스가 있는 만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생겼다. 특히 함께 호흡을 맞출 포수진의 기대는 더 크다.

최재훈은 "길어야 몇 년일텐데 그 안에 현진이 형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투수인데 공 한 번 받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고교 시절 류현진을 제치고 1차지명 영광을 품은 이재원은 "(류)현진이야 워낙 대단한 투수다. 오면 나는 너무 좋다. 그동안 좋은 투수의 공을 많이 받아봤다. (김)광현이부터 외국인 투수들까지…. 마지막에 현진이 공을 받는다면 정말 운이 좋은 포수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마무리 하면 정말 좋을 거 같다"고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화는 2018년 이후 5년 연속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올해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더이상 희망고문이 아닌 현실 전력으로 되기 시작했다.

류현진에 복귀로 KBO리그에도 볼거리가 쏟아지게 됐다.

류현진과 함께 '좌완 트로이카' 시대를 연 김광현(SSG) 양현종(KIA)의 맞대결. 김광현과 양현종 모두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을 정도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양현종과는 2007년 한 차례. 4월29일 광주 무등구장으로 당시 양현종은 ⅓이닝 2안타(1홈런) 2볼넷 1탈삼진 3실점으로 흔들렸고, 류현진은 8이닝 동안 6안타(1홈런) 5탈삼진 2실점으로 위력투를 펼쳐 승리 투수가 됐다.

추신수. 인천=송정헌기자 songs@sportschosun.com/2023.10.23/

류현진과 추신수의 맞대결 역시 또 하나의 볼거리. 추신수는 마이너리그부터 차근차근 올라가 빅리그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냈다. 통산 성적은 1652경기 출장 1671안타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타율 2할7푼5리 통산 출루율 0.377, 통산 OPS 0.824을 기록한 뒤 지난 2021년 시즌을 앞두고 SSG와 계약해 KBO리그에 왔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했다. 기량이 전성기급은 아니지만, 여전히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하는 등 1군 타자로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최고의 '컨트롤'과 '선구안'이 만나는 만큼, 또 하나의 흥행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시간 활약한 류현진에게 고생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타지에서 생활하며 다른 문화권에서 활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보여주며 활약한 현진이가 대단하다"라며 "나 또한 현진이와의 경기가 기대 된다. 훌륭한 실력과 수준 높은 리그의 야구를 경험한 점을 생각하면, KBO 흥행으로 이어지고 수준 또한 올라갈 것이라 생각한다. 류현진은 함께 야구하는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기에 미국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후배들에게 많이 알려줬으면 좋겠다.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쓰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한국시리즈 5차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LG 트윈스 구광모 구단주가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13/

각 구단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나 '디펜딩 챔피언' LG의 경계는 남달랐다.

LG는 지난 시즌 29년 만의 통합 우승을 했다. 올해 또 한 번 정상을 바라보며 왕조 시대를 열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9위에 머물렀던 한화를 상대로 패수가 늘어나면 우승 도전에 빨간불이 켜진다. 류현진은 미국에 가기 전 한화에서 'LG 킬러'로 통했다. 2006년 데뷔전 승리 상대가 LG였고, 2010년 5월11일 경기에서는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17개)을 헌납하기도 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야구가 재밌어질 것 같다. 물론, 상대팀 감독들은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하며 "상위팀도 영향을 받겠지만, 중위권 팀들의 경쟁이 혼돈이 될 것 같다"라며 "외국인 선수 2명에 류현진과 문동주다. 국내 선발은 어느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하며 "류현진이 성적을 떠나 어린 투수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감독, 코치의 지도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은 야구를 잘하는 선배를 보고 배운다. 한화는 A급으로 성장할 젊은 투수가 많다"고 경계했다.

【 연합뉴스】

아울러 염 감독은 "일단 내 머리속에서 목표 하나가 지워졌다"라며 "구단 역대 최다승을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경쟁팀이 늘어나면 승수는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상위권 팀들이 다 떨어질 것이다. 84승 정도 하면 우승팀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이야기했다. 염 감독은 지난 정규 시즌 86승을 기록했다. LG는 염 감독 부임 전인 2022 시즌 87승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공교롭게도 LG의 올시즌 개막전 상대가 한화다. 개막전에서 류현진이 최강팀 LG를 상대로 등판한다고 하면, 엄청난 이슈가 될 수 있다.

또한 오랜 시간 우승 한풀이를 하지 못한 롯데 자이언츠도 한화의 전력 상승은 경계 대상이다.

롯데는 1992년 이후 우승을 하지 못했고, 한화는 1999년 이후 우승이 없다.

롯데는 우승 한풀이를 위해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끈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런트 생활을 하고 커피 프랜차이즈 CEO를 역임한 박준혁 신임 단장을 선임해 새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한화의 전력 급상승은 아무래도 달갑지 않은 요소다.

박찬혁 대표이사(왼쪽)고 류현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왼쪽)고 류현진.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한화에 애정을 보였고, 한화는 '역사'로 답했다. 한화는 "박찬혁 대표이사를 필두로 손혁 단장,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최홍성 전략팀장 등 프런트의 전사적인 협업이 빛을 발하면서 이번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 특히 손혁 단장은 지난해부터 선수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국내 복귀를 설득해왔다. 1월 중순부터는 박찬혁 대표이사가 본격 협상 모드로 전환할 시점이라 판단을 내리고 류현진 복귀 프로젝트를 가동해 구체적인 협상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나를 믿고 인정해 주신 구단주, 한화그룹 임직원 여러분, 한화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미국 내 FA 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리그 복귀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하게 됐다.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결국 제가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지금은 다시 돌아오게 돼 진심으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송진우. 스포츠조선DB

한화는 KBO 역사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줬다. 한화는 "계약에 따라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이글스 선수로 출전하게 된다. 만약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게 되면 한화이글스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인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류현진이 속도로 눌러내는 선수가 아니라 머리도 좋고, 제구도 뛰어난다. 수읽기도 잘해서 충분히 롱런이 가능하다가 봤다. 지금도 상징적이지만, 앞으로도 상징적인 선수로 남길 바라는 바람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오승환(42·삼성 라이온즈)의 계약도 기준으로 바라봤다. 삼성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오승환과 2년간 계약금 10억원, 연봉 합계 12억원(4억+8억) 등 총액 22억원의 조건에 계약했다.

오승환은 KBO 리그 통산 668경기에 출전하며 41승24패17홀드400세이브 평균자책점 2.06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와 KBO 리그 최초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한는 등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당시 이종열 삼성 단장은 "비로소 올 시즌 투수진 구성의 화룡점정을 찍게 되었다. 협상 과정에서 시종일관 서로를 이해하는 분위기 속에 팀을 위한 최선의 길을 고민하면서 다소 시간이 소요되었다. 최고의 팀 구성을 위한 구단의 행보를 이해해주고 따라준 오승환 선수에게 감사의 맘을 전하고 싶다"라며 "FA계약을 통해 팀에 남게 된 오승환은 오프시즌 FA, 2차 드래프트 등으로 영입한 선수들과 함께 세 시즌 강한 불펜의 모습을 보여주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밝혔다.

류현진이 11일 오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한화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투수조와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오승환이 2년 계약을 마칠 나이가 될 무렵이면 류현진도 7년 차 시즌을 마치게 된다. KBO리그에 현역 생활을 가장 길게 한 선수로 류현진 이름이 남게 된다.

손혁 단장은 "일찍 소식이 전해졌던 만큼 체감상으로 느끼기에 협상이 늦어진 거 같지만,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일찌감치 금액이나 규모 등에서는 합의를 마친 상황이었다"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오퍼가 많았지만, 한화에 오고 싶은 마음이 컸던 만큼,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사회 공헌 부분에 대해서도 "(류)현진이가 사회 공헌과 어린 선수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더라. 꾸준히 구단과 이야기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T와 LG의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 경기장을 찾은 류현진 배지현 부부와 이만수 전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류현진이 한화로 온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자 토론토 구단은 SNS에 작별 인사를 남겼다. 구단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Thank you for everything, Hyun jin(모든 것에 고마웠다, 현진)"이라는 영어 인사와 "류현진 선수, 고마웠어요. 토론토에서의 코리안 몬스터는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한글 메시지가 있어 류현진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류현진은 계약 후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라며 "한화이글스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이글스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 날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며 "전력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8년 계약을 한 부분에 대해 류현진은 "저를 믿고 좋은 대우를 해 주신 만큼 다시 한화의 일원으로 활약해 새로운 기록과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특히 항상 응원과 기대를 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팀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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