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없지만 감동도…국민의힘 ‘무음 공천’의 명암
민주당보다 잘하면 된다?…개혁신당‧김건희 특검 영향 분석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이 전국 지역구의 70%이상의 총선 단수·경선 후보를 확정했지만 컷오프(탈락)된 지역구 현역 의원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현역 컷오프는 당초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언한 7명보다 더 줄어 최종 5명 선에 그칠 전망이다. 잡음을 최소화해 공천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이러한 공천 방식을 두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상징하던 '정치 혁신' '세대교체' 이미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가 21일 11차 회의 결과까지 발표한 현재, 국민의힘은 184곳, 72.7%에 대해 공천 작업을 마무리했다. 컷오프가 결정된 현역 의원은 비례대표인 최영희·서정숙 의원 2명 뿐, 지역구에선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공천 전반에 있어 '현역 반발 최소화'를 최우선으로 두는 모양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전날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에 대해) 개별적으로 통지가 갈 것"이라고 했지만, 반발 등을 고려해 이날 의결하진 않았다. 당초 공관위가 하위 10%에 드는 현역 7명에 대해 컷오프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이 역시도 줄어들 전망이다. 서병수·김태호·조해진 의원 등 지역구가 재배치된 현역 중 애초 컷오프 대상이었던 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재배치에 응하면서 컷오프 대상에서 자동 제외됐다. 4년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현역 컷오프 규모(19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과거엔 텃밭인 서울 강남이나 대구‧경북(TK)에 정치 신인들을 전략 공천해 세대교체 및 정치 혁신 효과를 꾀하기도 했다. 현재 이들 '텃밭' 중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지역은 강남·서초 4곳과 대구·경북 10곳 정도다. 이곳들 또한 대부분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커, 신인들이 파고들 틈은 이미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공천에 앞서 '선당후사'를 택했던 장제원·하태경 의원의 결단이 빛이 바랬다는 의견도 있다.
"21대 국회가 잘했다고 생각해 현역 다 붙이나"
잡음을 최소화한 영향으로 당내선 공천이 깔끔하고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공천 파열음이 큰 민주당과의 비교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새 부대에 새 술을 담을 거란 기대를 안고 정치에 입문한 한동훈 위원장이 혁신 대신 지나치게 안전만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에게 기대됐던 정치 혁신과 당 세대교체가 '무음 공천' '현역 필승 공천'으로 인해 퇴색됐다는 것이다.
제3지대 한 인사는 취재진에 "지금 국민의힘 공천 작업을 보면, 이번 21대 국회가 일을 굉장히 잘했고 국민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지 않고서야 이번 국회 현역들을 이렇게나 전부 살릴 순 없다"며 "'최악의 공천'으로 평가받았던 21대 공천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로, 한동훈 위원장의 부족한 정치적 역량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당 일각에선 무난한 공천이 반드시 선거 승리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과 치열한 승부를 치를 수도권 전략지에 신선하고 파격적인 인물을 투입하는 등의 '적극적 전략'을 펼치지 않고, 수세적이고 소극적인 공천에만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서 총선을 뛰고 있는 한 국민의힘 인사는 "당의 공천 과정을 보면 지나치게 현역들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국민들은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데, 그보다는 그냥 '민주당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역을 대거 살리는 '무음 공천'에는 '이삭줍기'를 노리고 있는 개혁신당과 머잖아 있을 '김건희 특검법 표결'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천서 떨어진 현역 의원들이 혹 탈당을 해 개혁신당의 몸집을 키워주지 않을까 싶어, 현역 컷오프를 최소화하거나 최대한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2월 국회서 본회의 재표결 가능성이 있는 '김건희 특검법'에서 공천 결과에 반발한 의원들의 이탈표 행사를 막기 위함이란 주장도 있다. 현재 범야권은 182석으로, 국민의힘에서 18표만 이탈해도 의결 정족수인 200석를 넘어 특검법이 통과되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텃밭'도 '무음 공천' 유지 가능성 커
물론 국민의힘의 공천 갈등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결과 발표가 남아있는 공천 지역이 서울 강남권과 TK 등 텃밭들로, 파열음이 날 가능성이 큰 곳들이다. 특히 용산 출신과 현역 의원이 겨루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공천에 있어 쉬운 문제들을 먼저 푼 상태로, 배점이 높은 킬러 문항 풀이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 대부분도 현역 컷오프 없이 최소 '경선'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갈등도 임팩트도 없는 현재 국민의힘 공천 기조가 끝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 지도부는 잡음 없는 공천이란 평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당의 공천과정이 잡음은 없지만 쇄신이 더딘 것 아니냐'는 지적에 "쇄신한다고 현역 의원들 공천에서 인위적으로 배제한다면 언론에서 또 '시스템 공천 다 깨졌다'고 비판하지 않겠나"라며 "경선까지 다 끝나야 어느 정도 쇄신이 이뤄졌는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위원장도 국민의힘은 최근 언론에서 공천 갈등은 없지만 감동도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관련 질문에 "공천이 잡음이 아니라 감동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언론에서 인정해준 거 아닌가"라며 "이재명 대표의 사심 가득 찬 대장동식 공천과 명백하게 비교된다. 감동은 (민주당과의) 비교에서 나오지 않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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