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 충격 '류현진 8년 170억 계약' KBO 새 역사 썼다, 12년 만에 한화 복귀... 23일 오키나와 합류한다

안호근 기자 2024. 2. 2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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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류현진(오른쪽)이 22일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로부터 유니폼을 건네받고 착용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국내 야구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오피셜'이 드디어 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78승, 평균자책점(ERA) 1위 출신 대투수 류현진(37)의 KBO리그 복귀가 드디어 확정됐다. 류현진이 12년 만에 전격 친정팀 한화로 복귀했다.

한화 이글스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4년 170억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총 계약기간은 8년으로 일각에서 '류현진이 돈 욕심을 부린다'는 것이 전혀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 더불어 한화 이글스와 류현진재단은 MOU를 체결, 유소년 야구 발전 등 사회공헌활동을 공동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류현진은 계약 후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라며 "한화이글스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이글스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 날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역대 최고액 계약이다. 2022시즌을 앞두고 김광현이 미국에서 복귀하며 SSG 랜더스와 4년 총액 151억원 계약을 맺었고 이를 양의지(두산 베어스) 1년 뒤 4+2년 총액 152억원으로 넘어섰다.

다만 엄밀히 따지면 FA 최고액은 아니다. 김광현도 계약 당시 FA가 아니었다. MLB에서 FA 자격을 얻고 한국 무대로 돌아왔지만 MLB에 진출할 당시 FA가 아닌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SK(현 SSG)와 협의를 통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진출했기에 이후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비FA 다년계약의 형태였다. 계약금 없이 연봉 131억원, 옵션 20억원으로 이뤄진 계약이었다.

류현진(오른쪽)이 22일 박찬혁 한화 이글스 대표와 계약을 맺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왜 8년일까. 한화는 상징성이라는 부분을 강조했다. 한화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 조건에 따르면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 이글스에서 뛸 수 있는 조건"이라며 "만약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게 되면 한화이글스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인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류현진이 몇 년을 더 뛸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계약 기간을 8년으로 잡음으로써 한화의 레전드 송진우의 최고령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여지까지도 남겨놓은 셈이다.

다만 이걸로만 온전히 8년 계약이 납득이 가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손혁 단장은 "류현진 선수가 팀에 대한 진심이 있었고 특히 건강할 때 돌아오고 싶었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돈 욕심이 아닌 진심으로 한화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에 이뤄질 수 있었던 계약이라는 이야기다.

한화는 이로 인해 실속도 챙겼다. 한화는 지난해 2023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 85억 3100만원을 기록했다. 샐러리캡 기준 금액은 114억 2638만원이다. 28억 9538만원의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스토브리그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안치홍을 4+2년 총액 72억원에 데려왔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김강민, SSG에서 방출된 이재원도 영입했다. 시즌 후 무려 11명을 내보냈지만 이들의 연봉 합계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더불어 지난 시즌 괄목성장한 노시환과 문동주, 문현빈 등 많은 선수들이 연봉 협상에서 미소를 지었다. 류현진이 당초 예상대로 4년 170억원을 받는다면 사실상 샐러리캡 한도 초과가 유력했다.

샐러리캡을 초과할 경우엔 제재금이 따른다. 처음 위반할 경우엔 초과분의 50%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적지 않은 타격이다. 2회 연속 초과할 경우엔 초과분 만큼 제재금을 지불해야 하고 더불어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이 무려 9계단 하락한다. 3회 연속 초과하면 초과분의 150% 제재금과 신인 1라운드 지명권 9계단 하락이 동시에 부과된다.

물론 류현진은 KBO 역사상 최고 거물로 뽑히는 자원이다. 한화가 제재금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데려올 수도 있다는 예상도 가능했다.

그러나 계약 기간을 8년으로 늘리며 이를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손혁 단장은 이날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그 부분도 충분히 고민을 해서 결정했다"며 "넘어서진 않았다"고 답변했다.

지난 19일부터 류현진의 한화행 소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전까지 '반반' 정도의 가능성으로 접근했던 한화라면 다소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19일 오전부터 온라인 야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었는데 류현진의 한화 복귀가 임박했다는 것이었다. '계약 기간 4년, 170~180억원, 그룹의 재가만 기다리는 상황, 이번주 발표 예정' 등 구체적인 언급까지 나왔다.

류현진(오른쪽이)이 지난해 11월 아내 배지현씨와 함께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KBO 한국시리즈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을찾아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이어 KBS에선 류현진이 이날 토론토에 보관하고 있던 5톤 트럭 두 대 분량의 짐을 한국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한화 관계자는 KBS 보도에 대해 "그건 선수 개인적인 일이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문제고 계약 여부와는 별개의 일이다. 그 문제로는 구단이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전했으나 손혁 단장은 "류현진과 연락을 꾸준히 하던 중 공감대가 형성이 돼서 좋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희망적인 뉴스를 전했다.

나아가 한화 구단 관계자는 20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 류현진의 신분조회를 요청했고 이날 류현진이 자유계약선수(FA)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공식 복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의미였다.

KBO리그 규약의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하면 한국 구단이 미국 또는 캐나다에서 프로 또는 아마추어 선수로 활동 중이거나 활동한 선수나 현재 MLB 30개 팀과 계약 중이거나 보류명단에 든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KBO 사무국을 거쳐 MLB 사무국에 신분 조회를 해야 한다. 류현진과 큰 틀에서 합의에 이르렀고 이 과정을 거쳐 류현진의 최종 합의에 다다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소식이었다.

MLB 사무국은 신분 조회 요청 접수 후 영업일 나흘 이내에 결과를 KBO 사무국에 전달하게 되는데 한화는 이날 류현진이 FA 신분이라는 답을 들었다. 최종 발표 시점에 온 관심이 쏠렸다.

그 시점을 확정짓긴 어려웠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세부적인 조건 조율에 들어갔고 선수의 최종 결정이 있어야 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역대 최고액에 대해서도 자신했다. "정확한 기간이나 액수에 대해 우리는 먼저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역대 최고 수준 대우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2차 스프링캠프지인 오키나와로 떠날 준비도 이미 마친 상태였다. 한화 선수단은 20일 호주 멜버른을 떠나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일본 오키나와로 떠났다. 한화 관계자는 "류현진의 합류를 예상해 항공편을 미리부터 이미 준비해뒀다"고 전했다. 다만 류현진의 계약 발표가 늦어지며 한화 선수단과는 따로 오키나와로 향하게 됐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류현진은 계약 발표 후 이튿날 오키나와로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23일 관계자들과 함께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류현진.
한화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류현진이 입고 뛸 것에 대비해 미리 유니폼 제작도 의뢰를 마쳤다. 항공권도 일자별로 마련을 해놓는 등 류현진의 계약 발표와 오키나와 훈련 합류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쳐놨다.

2012시즌을 끝으로 미국 무대로 진출했던 류현진의 12년 만의 복귀다. 여전히 MLB 구단들의 러브콜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류현진은 결국 친정팀 복귀를 택했다.

2013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생활을 시작한 류현진은 2019시즌을 마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1068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이후 4년의 시간을 흘렀고 2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스토브리그가 시작하자마자 류현진의 거취에 온 시선이 집중됐다. 커리어 2번째 수술대에 올랐지만 복귀해서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11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ERA)은 3.46이었다. 이적설로만 미국 전역을 돌았다.

류현진 또한 미국에 남기를 희망했다. 앞서 귀국한 류현진은 추후 한화 복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당장은 MLB에서 더 뛸 수 있기를 희망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도 "류현진은 내년 한국이 아닌 MLB에서 뛴다"고 단언했다. 류현진도 지난해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한국시리즈가 열린 잠실야구장에서 취재진을 향해 "에이전트가 알아보고 있다. 윈터 미팅이 끝난 12월 중순에는 (내 거취와 관련된) 무언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팀을 찾기 힘들었다. 류현진은 단년 1000만 달러 이상을 원한 것으로 알려지지만 얼어붙은 FA 시장 상황상 이러한 조건을 제시한 팀들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주사위는 류현진이 쥐고 있었다. 손 단장은 "단지 메이저리그 오퍼가 아직 진행 중이다. 긍정적인 제안이 온 곳도 있다고 알고 있다. 선수의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우리로선 그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 볼파크 캠프에서 투수들의 불펜 피칭을 지켜보는 손혁 단장(가운데)과 최원호 감독(오른쪽).
이적설로만 미국 한 바퀴를 돌았다. 여전히 MLB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방증이었다. 손혁 단장은 "좋은 투수인 건 분명하다. 그러니까 지금도 미국에서 그렇게 좋은 오퍼가 나오는 것"이라며 "그건 굳이 내 입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미국에서 검증해 주고 있다. 제안이 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스로 만족할 만한 조건과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야구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류현진이 나이도 있고 부상으로 인한 수술만 3번째다. 그를 원하는 팀들이 적지 않지만 류현진이 원하는 만큼의 조건을 제안한 팀은 없었고 결국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 14일 '현재 MLB FA 시장에 남은 상위 10명의 선수'라는 주제를 언급하며 류현진을 8위에 올려놨다. 과거 신시내티 레즈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단장을 역임한 짐 보든은 이 칼럼을 게재하며 "류현진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지난해 8월 복귀했다. 총 11경기 중 9경기를 3실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3실점 이하 선발 등판 9경기 중 6경기에서 5이닝을 던졌고 한 번은 시즌 최다인 6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의 직구는 대부분 시속 87~89마일(140~143.2㎞)이었다. 상대 타자들은 그의 체인지업에 타율 0.276, 커터에 0.238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부상이 변수였다. "류현진은 건강해 보이지만, 부상 위험이 있다. 그래서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가 2023년 후반기처럼 올해 전반기에 투구한다면 트레이드 마감일에 그를 트레이드할 수 있는 포스트시즌 비경쟁팀과 계약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그럼에도 보든은 여전히 류현진을 원하는 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워싱턴 내셔널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그 중에서도 가장 합리적이라고 했고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부상 위험이 높거나 하향세에 접어든 투수가 많은 뉴욕 양키스, 밀워키 브루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또한 어울리는 팀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류현진이 인센티브를 포함해 계약 기간 1년, 총액 800만 달러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미국 매체 블리처리포트는 "류현진은 '저위험 고수익이 기대되는 베테랑'이다"고 전했다. 그가 1000만 달러(133억 원) 정도의 연봉으로, 긁어볼 만한 복권이기 때문이이라는 것.

토론토에서 선발 등판해 이닝 교대 때 불펜으로 향하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다만 이 부분이 류현진으로선 미국 잔류를 선택하는 데 큰 어려움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불안요소는 비슷한 스탯을 쌓은 투수들에 비해서도 MLB 구단들이 류현진에게 소극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류현진의 한화 복귀설은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미국 CBS스포츠는 류현진의 한화 복귀설을 전하며 "류현진은 MLB에 진출하기 전 KBO리그에서 7시즌을 뛰었고 가장 훌륭하고 인기 있는 선수 중 하나였다"며 "류현진의 한국 통산 성적은 1300이닝에 가깝게 던지며 98승 52패 ERA 2.80이다. 우리는 오프시즌 류현진을 FA 41위에 올려놨었다"고 전했다.

미국 매체 블리처네이션는 류현진의 복귀 소식에 "조금 놀랍다. 류현진은 토미 존 서저리와 재활 탓에 지난 두 시즌 동안 결장한 경기가 많았다"며 "수술 전까지 그는 매우 고효율의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였다. 류현진이 나이가 있지만, 적어도 메이저리그 팀들이 최소한 관심은 있었을 텐데..."라고 의외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어 "류현진은 2020년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빅리그에서 투수로 통할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애초에 그는 파이어볼러가 아니었다. 2014년 만 27세에 시속 91.6마일(147㎞)을 마크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커맨드와 약한 타구를 유도하는 데 특화된 투수로 여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상대로 역대 최고액이지만 조금 시선을 달리하면 터무니없는 액수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류현진은 이미 LA 다저스에 진출하며 포스팅 금액 2573만 7737달러 33센트(당시 환율 279억원)를 한화에 안겼다. 더구나 류현진이 몰고 올 마케팅 효과를 생각하면 결코 불가능한 액수가 아닐 것이다. 이미 20일 2024 한화의 멤버십 판매 현황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한화 이글스 관계자에 따르면 20일 오전 오픈된 2024시즌 한화의 멤버십 회원에서 홈관중 구역인 1루측 자리가 완판됐고 올해 새로 도입한 선예매권한인 얼리(Early) 또한 600장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통상 홈관중들은 1루측에 자리를 잡는다. 3루엔 원정관중들, 외야와 포수 후면은 중립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1루측의 좌석은 '덕아웃지정석', '내야커플석', 'VIP커플석', '내야응원단석', '익사이팅커플석', '내야탁자석', '내야하단탁자석', '익사이팅존', '내야지정석'까지 모두 합쳐도 단 1자리도 찾을 수 없다. 반면 3루엔 내야지정석에만 2043석이 남아 있다. 가히 놀라운 류현진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2024 한화 멤버십 판매 현황. 1루측 좌석이 모두 팔려나간 걸 확인할 수 있다. /사진=티켓링크 한화 멤버십 예매 페이지 캡처
한화 시절 등판 경기에서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류현진.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마케팅 효과 등 류현진의 복귀는 엄청난 가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된다. 200억원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기량 면에서 KBO리그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2006년 데뷔시즌 30경기에서 201⅔이닝 18승 6패 204탈삼진 ERA 2.23으로 괴물 같은 시즌을 보냈다. 신인상과 투수 트리플크라운과 함께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신인상과 MVP를 동시 석권한 건 KBO리그 역사상 류현진이 처음이다. 류현진 시대의 서막을 알린 시즌이다.

이후 경이로운 시즌을 이어갔다. ERA왕 2회, 탈삼진왕 5회를 차지했고 7년 동안 팀에 98승을 안겼다. 연평균 14승을 거둔 셈이다. 통산 ERA도 2.80. 뜨거운 관심 속에 다저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국제 대회에서도 맹활약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캐나다전에서 완봉승을 거뒀다. 쿠바와 결승전에서도 선발 등판하는 등 17⅓이닝 동안 2승 무패 13탈삼진 ERA 1.04로 활약했다. 류현진의 맹활약 속에 한국은 9전 전승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고 병역 혜택까지 받으며 국제무대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결국 2012시즌을 마친 뒤 류현진은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포스팅 금액과 별개로 류현진은 LA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달러(480억원)의 대형 장기 계약을 맺었다. 그만큼 빅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다저스를 움직이게 했다. 미국에 진출해서도 적응기간도 없이 연착륙했다. 첫 시즌부터 30경기 192이닝을 소화하며 14승 8패 ERA 3.00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NL) 신인왕 투표에서 4위에 올랐다. 이듬해에도 26경기 152이닝 동안 14승 7패 ERA 3.38.

그러나 이후 왼쪽 어깨 관절 와순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인해 한 시즌을 거의 치르지 못했다. 투수에겐 선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 9월엔 팔꿈치 관절경 수술까지 받았다. 그러나 류현진은 놀랍게도 재기에 성공했다. 2017년엔 적응기를 거쳐야 했지만 2018년 15경기에서 7승 3패 ERA 1.97로 놀라운 성적을 써냈다. 그럼에도 FA를 행사하기에는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류현진은 2018시즌 종료 후 LA 다저스로부터 퀄리파잉 오퍼(원소속 구단이 FA 선수에게 1년 계약을 제안하는 제도, 연봉은 빅리그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를 수락했다.

미국 진출 시절 첫 소속팀이었던 LA 다저스에서 투구하고 있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토론토 시절 류현진. /AFPBBNews=뉴스1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류현진은 2019년 29경기에서 182⅔이닝 14승 5패 163탈삼진 ERA 2.3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ERA 1위라는 믿기지 않는 기록을 써냈고 NL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다. 부상 우려의 시선도 있었으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12경기에서 5승 2패 ERA 2.69로 잘 던졌다. 이듬해엔 ERA 4.37에서 보듯 다소 부침도 있었지만 14승 10패로 선발 핵심 투수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2022년 팔꿈치 부상으로 6경기 출전에 그쳤고 수술 후 긴 재활을 거쳐 지난해 8월에서야 복귀했다. 적지 않은 나이와 빅리그 진출 후에만 두 차례 수술대에 오르며 우려를 키웠지만 류현진은 복귀 후 줄어든 구속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제구와 떨어진 구속을 만회하는 초저속 커브 등 신무기를 앞세워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복귀전에서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흔들렸지만 이내 빠르게 안정감을 찾았다. 감독이 빠르게 강판시키는 일이 많아 이닝소화면에서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류현진은 여전한 위기관리능력과 노련한 피칭을 바탕으로 뛰어난 투구를 이어갔다.

최종성적은 11경기에서 52이닝을 소화하며 3승 3패, ERA 3.46으로 부상 복귀 시즌임을 떠나서도 준수한 성적이었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29였고 52이닝 동안 14개의 볼넷만 내줬다. 탈삼진은 38개.

류현진의 기량이 국내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데엔 전문가들도 모두 이견이 없다. 야구계 관계자는 류현진의 성공을 확신했다. "한국에서 던질 때에 비해서 미국에 가서 변화구 구종이 더 다양해졌다"며 "미국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수싸움이라든지 완급조절에 있어서 더 좋아진 게 보인다. 국내에선 단순히 10승 이상의 효과를 한화에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 LG 스프링캠프에서 펑고를 치고 있는 염경엽 감독.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인디언 스쿨 파크 베이스볼 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나 "류현진이 한화에 복귀하면서 팀의 구성이 단숨에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강팀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4강이 됐다. 일단 4선발이 확실하지 않나"라며 "우선 페냐와 산체스가 있고, 류현진과 문동주까지 모두 10승 이상 거둘 수 있는 투수들이다. 그들과 1:1로 붙었을 때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날 상황에 따라 경기를 잘 풀어나가야 이길 수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염 감독은 "5선발도 김민우가 있다. 그러면서 이태양이 선발의 빈자리를 채우거나 중간으로 갈 수도 있지 않나. 확실한 카드 하나가 온다는 게 KBO 리그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4선발을 KBO 리그에서 제대로 갖춘 팀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경계심을 나타냈다.
한화는 류현진을 간절히 기다렸다. 손혁 감독과 남다른 친분으로 인해 꾸준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고 MLB 구단들과 협상에 애를 먹으며 한화의 기대감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

최근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최원호 감독은 "큰 선수(류현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에서 계약 소식이 안 들리는 걸로 봐서 계속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계약 소식이 있어야 기대를 접지(웃음)"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만난 문동주는 류현진의 복귀설에 대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꼭 조언이 아니더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하시는 것만 보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 호주 전지훈련지 숙소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치고 스타뉴스와 만난 장민재. 류현진의 복귀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며 "(복귀하면) 배울 것도 많고 우리 팀을 위해서는 더 없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안호근 기자
문동주 또한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지에서 만나 류현진의 복귀에 대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보고 열심히 해도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사진=안호근 기자
수년째 일본 오키나와에서 함께 개인훈련을 이어오고 있는 장민재도 류현진을 쌍수를 들고 반겼다. 그는 "현진이 형과 저는 나이가 있어 야구에 대해서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본인들이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이라면서도 "몸 관리라든지 마운드에서 어떻게 침착하게 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밥 먹고 운동할 때 물어보면 조언도 해주시고 그걸 바탕 삼아서 내가 가진 장점을 경기 때 공을 던지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훈련을 지켜본 만큼 여전히 류현진의 위력에 감탄하고 있다. 장민재는 "워낙 가지고 있는 게 좋은 선수인데 노력까지 하다 보니까 세계 정상급 투수가 된 것"이라며 "'노력을 많이 하고 공을 이렇게 던지니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게 느껴지고 캐치볼만 해봐도 가볍게 던져지는데도 변화구를 보면 '이렇게나 다르구나', '그래서 타자들이 못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만에 같이 운동을 했는데 몸이 더 좋아졌더라. 재활을 잘해서 몸이 엄청 좋아보였다"며 한화 복귀에 대해서는 "자기 표현도 잘 안하고 티가 안나는 스타일이라 잘 모르겠지만 오면 정말 좋을 것이다. 배울 것도 많고 우리 팀을 위해서는 더 없이 좋다. 본인만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존중을 해줘야 하지만 농담 식으로 '형 빨리 와요'라고는 한다"고 전했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더 없이 강한 선발진을 갖추게 됐다. 1선발 류현진을 필두로 외국인 투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국가대표 에이스로 거듭난 문동주까지 빈틈없는 4명의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신인 전체 1순위 황준서와 2021년 14승을 따냈던 김민우 등이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머문 시절에도 한화는 7시즌 동안 2시즌만 가을야구에 나섰다. 분명한 건 류현진은 늘 제 몫을 다했으나 그를 받쳐줄 2,3선발진이 탄탄하지 못했다. 가을야구에 진출한 2006년엔 문동환(16승), 2007년엔 세드릭 바워스(11승)과 정민철(12승)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류현진 외에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선수가 안영명(2009년) 단 하나에 불과했다. '패패패패류'라는 웃지 못할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 시기였다. 한화의 암흑기였다. 그러나 현재 한화의 선발진은 과거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류현진이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자신의 등판 경기 때 공을 던지고 있다. /AFPBBNews=뉴스1
토론토 블루제이스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등판 경기 때 역투하고 있는 류현진. /AFPBBNews=뉴스1
이는 자연스레 불펜 강화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선발로도 기회를 얻었던 장민재와 이태양 등이 불펜으로 이동하고 5선발 경쟁에서 밀린 투수들도 불펜에 힘을 더할 예정이다. 여기에 김범수, 박상원, 주현상, 윤대경에 2년차를 맞아 도약을 꿈꾸는 김서현까지 자리를 잡는다면 불펜 또한 매우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타선은 이미 기대만발이다. 2022시즌을 마치고 7년 만에 외부 FA로 내야수 채은성(6년 90억원)을 데려온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또 다른 내야수 안치홍(4+2년 총액 72억원)까지 품었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로 김강민과 SSG 랜더스에서 방출을 요구한 포수 이재원까지 영입하며 젊은 선수층에 경험을 더했다.

지난해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한 노시환이 국가대표 4번 타자로 성장했고 고졸루키 문현빈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태극마크를 달고 뛸 만큼 좋은 활약을 보였다. 외국인 타자는 지난해 한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으나 요나단 페라자는 화끈한 타격은 물론이고 활발한 성격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 등으로 인해 벌써부터 최원호 감독과 동료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

안치홍은 최근 멜버른 볼파크에서 "(한화는) 경기를 해보면 쉽게 무너진다고 느꼈다. 어린 투수들이 승부를 성급하게 들어오기도 했다"면서도 "그러나 이젠 어린 친구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도 많이 생겼고 조화가 잘 되면 훨씬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잘할 것 같다"고 긍정론을 펼쳐들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베테랑들의 합류로 인해 기대감을 키워가던 한화는 류현진의 복귀로 가을야구 꿈을 완전히 되살렸다. 류현진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마운드에 오른다면 10승 이상 달성을 의심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지난해 기준 한화는 5할 승률을 넘어 가을야구까지도 충분히 넘볼 수 있게 된다.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노시환(왼쪽)과 정은원.
향후 한화의 마운드를 책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문동주(왼쪽부터), 황준서, 김서현.
■ KBO 역대 최고액 계약 TOP 10(굵은 글씨는 비FA 다년계약)

1. 류현진 : 8년 170억원(한화, 2024년, 연봉 및 옵션 비공개 )
2. 양의지 : 4+2년 152억원(2023년, 첫 4년 계약금 44억·연봉 66억원, 이후 인센티브 포함 2년 42억원)
3. 김광현 : 4년 151억원(2022년, 연봉 131억·옵션 20억원)
4. 이대호 : 4년 150억원(롯데, 2017년, 계약금 50억원·연봉 100억원)
5. 나성범 : 6년 150억원(KIA, 2022년, 계약금 60억·연봉 60억·옵션 30억원)
6. 박민우 : 5+3년 140억원(2023년, 첫 4년 계약금 35억·연봉 45억원, 이후 3년 최대 50억원)
7. 양의지 : 4년 125억원(NC, 2019년, 계약금 60억·연봉 65억원)
8. 구창모 : 6년 125억원(NC, 2024년, 연봉 90억·옵션 35억원)
9. 오지환 : 6년 124억원(LG, 2024년, 계약금 50억·연봉 50억·옵션 24억원)
10. 구자욱 : 5년 120억원(삼성, 2022년, 연봉 90억·옵션 30억원)

■ 류현진 커리어 수상 이력

- KBO MVP : 2006
- KBO 신인상 : 2006
- KBO 골든글러브 : 2006, 2010
- KBO 평균자책점 : 2006(2.23), 2010(1.82)
- KBO 다승 : 2006(18승)
- KBO 탈삼진 : 2006(204개), 2007(178개), 2009(188개), 2010(187개), 2012(210개)
- MLB 평균자책점 : 2019(2.32)
- ALL-MLB 세컨드팀 : 2019, 2020
- NL 올스타 : 2019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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