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8년 170억 잭팟' 류현진, 역대급 파격 대우로 한화 컴백…"지금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드디어 공식 발표다. 베테랑 좌완 류현진(37)이 진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는다. 야구계에 파장을 일으킬 만한 역대 최고 대우다.
한화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류현진은 23일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2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는 선수단에 합류한다.
더불어, 한화이글스와 류현진재단은 MOU를 체결, 유소년 야구 발전 등 사회공헌활동을 공동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지난 시즌을 마친 후 메이저리그에서 FA 자격을 얻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잔류와 국내 복귀를 고민하다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2012년 이후 12년만의 한화이글스 복귀다.
한화는 "류현진은 2006년 한화이글스 소속으로 KBO리그에 데뷔해 그해 18승 6패 1세이브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획득했다. 이후 2012년까지 통산 98승 52패 1세이브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고 돌아온 에이스를 설명했다.
이어 "2013년부터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78승 48패 1세이브 934탈삼진 평균자책점 3.27를 기록,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수준급 선발투수로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19년에는 LA다저스 소속으로 14승 5패 163탈삼진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고 되돌아봤다.
류현진은 계약 후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라며 "한화이글스는 지금의 내가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이글스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 날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력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며 "팬 여러분께 올 시즌에는 최대한 길게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류현진 8년 계약에 'KBO 새역사' 상징성 담았다
계약에 따라 류현진은 만 37세로 올 시즌을 시작해 만 44세(2031년)까지 한화이글스 선수로 출전하게 된다. 만약 류현진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게 되면 한화이글스 송진우가 기록한 최고령 경기 출장 기록인 43세 7개월 7일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된다.
류현진은 "나를 믿고 좋은 대우를 해 주신 만큼 다시 한화이글스의 일원으로 활약해 새로운 기록과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특히 항상 응원과 기대를 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팀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화 박찬혁 대표이사를 필두로 손혁 단장, 손차훈 전력강화 코디네이터, 최홍성 전략팀장 등 프런트의 전사적인 협업이 빛을 발하면서 이번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 특히 손혁 단장은 지난해부터 선수와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며 국내 복귀를 설득해왔다. 1월 중순부터는 박찬혁 대표이사가 본격 협상 모드로 전환할 시점이라 판단을 내리고 류현진 복귀 프로젝트를 가동해 구체적인 협상을 주도했다.
이처럼 한화는 류현진의 미국 현지 계약 상황을 지켜보며 물 밑에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복귀 여부는 전적으로 류현진의 결정에 달려 있었지만, 상황만 가능하다면 언제라도 류현진을 영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왔다.
이 같은 구단의 노력에 류현진 역시 감사의 뜻을 밝혔다.
류현진은 "나를 믿고 인정해 주신 구단주, 한화그룹 임직원 여러분, 한화 박찬혁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미국 내 FA 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리그 복귀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하게 됐다.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결국 제가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지금은 다시 돌아오게 돼 진심으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 "한국 오고 싶어 한다"…류현진 국내 복귀는 시간문제였다
지난 1월. 야구계에는 류현진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류현진 본인이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 한다더라"며 국내 복귀 가능성을 훨씬 높이 점쳤다.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이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해 비시즌 동안 꾸준히 접촉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오고 가는 정도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류현진은 내년에 한국에서 뛰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고, 류현진은 이달까지 미국 잔류를 함께 선택지에 두고 움직이고 있었다.
선수 본인이 국내 복귀 의사가 있다는 건 분명 한화에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손 단장은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FA 시장에 남아 있는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대기했다. 류현진이 완전히 국내 복귀로 결심이 섰을 때 몰아붙여야 했고,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실탄이 준비돼 있어야 했다. 류현진을 데려오려면 국내 최고 대우는 불가피하다는 게 정설이었고, 한화는 모그룹과 소통해 예산을 어느 정도 확보해 둬야 했다. 샐러리캡을 가능한 넘지 않는 선에서 류현진에게 최고액을 보장해 주는 것도 손 단장이 함께 계산해 둬야 할 일이었다.
류현진과 한화가 구체적으로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건 지난 주말쯤이다. 미국 현지에서 류현진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는 소식이 들릴 때였다.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연봉 1000만 달러(약 133억원) 수준의 단기 계약은 가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샌디에이고가 제시한 금액이 이 기준을 채워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 기자인 데니스 린은 지난 17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는 좌완 선발투수가 부족해 베테랑 류현진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2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인데도 스캇 보라스(류현진의 에이전트)의 고객은 헐값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류현진은 샌디에이고 외에도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를 받긴 했으나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계약은 감수할 용의가 있었지만, 류현진이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연봉 1000만 달러를 보장하는 오퍼가 없었다. 류현진이 1000만 달러를 기준으로 삼은 건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안정적인 생활을 원했기 때문. 류현진은 어린 두 자녀와 같이 지내야 하기 때문에 치안이 좋은 대도시 연고지 팀을 원했고,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이사를 걱정하지 않아야 하는 점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러려면 몸값 1000만 달러 이상은 보장을 받아야 했고,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있어야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피할 수 있었다.
디애슬레틱의 또 다른 필진인 짐 보든은 '류현진은 건강하게 돌아왔지만, 부상 위험 때문에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다. 그는 2023년 후반기처럼 올 시즌 전반기에 공을 던질 수 있다면, 그를 트레이드 마감일 안에 트레이드할 수 있는 비경쟁팀과 계약하는 게 현명할 것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워싱턴 내셔널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같은 팀들이 그 조건에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니면 부상 위험이 매우 높거나 고령 문제 또는 하락세 등의 이유로 선발투수 여러 명이 필요한 우승 경쟁 팀이 선발 로테이션 뎁스 강화를 위해 류현진과 접촉할 수도 있다. 뉴욕 양키스와 밀워키 브루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이 조건에 딱 부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든이 언급한 팀들은 류현진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류현진이 원하는 조건을 제시할 수 없는 팀들뿐이었다. 류현진은 올해 유독 느리게 흘러가는 메이저리그 FA 시장 상황을 고려해 2월 말이 다 되도록 기다렸지만, 메이저리그 잔류를 결심할 만한 오퍼는 끝내 오지 않았다. 선발투수 FA 최대어로 꼽히는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등의 거취는 아직이었으나 류현진은 이들처럼 더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결국 처음부터 염두에 뒀던 한국행으로 마음을 굳히게 된다.
류현진은 나이 30대 후반이기에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무리할 결심이 서야 한국행을 추진할 수 있었다. 류현진은 어차피 선수 생활의 종착지를 한화로 일찍이 정해둔 상태였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쪽 계약 상황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여전히 선발투수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야 최고 대우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의 시간은 끝났다, 뛰어난 커리어 남겼다"
류현진은 2013년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약 480억원) 계약에 합의하면서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다. 데뷔시즌인 2013년 30경기에서 14승을 수확하면서 192이닝,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해 그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를 차지했다. 2014년에는 평균자책점인 3.38로 오르고, 이닝은 152이닝으로 줄었으나 또 14승을 수확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류현진은 어깨 수술과 팔꿈치 부상 여파로 2015년과 2016년 통틀어 메이저리그 단 1경기에 출전하는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깨 부상은 투수에게 너무도 치명적이기에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물론이고 선수 생명도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2017년과 2018년까지 건강 염려를 지우지 못하면서 걱정을 샀는데, 2019년 완벽히 부활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최전성기를 누렸다. 29경기, 14승5패, 182⅔이닝, 163탈삼진,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면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올스타로 선정됐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랐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최종 투표는 2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류현진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7억원) 대형 계약에 성공한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처음 2년은 토론토가 기대했던 에이스의 임무를 충실히 해냈다. 토론토가 원했던 가을야구에도 진출했고, 2020년에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최종 투표에서 3위, MVP 투표에서 1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6월 커리어 2번째 토미존 수술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8월 마운드로 복귀해 11경기, 3승3패, 52이닝,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면서 여전한 경쟁력을 입증했으나 올겨울 메이저리그 구단의 반응은 냉정했다. FA 시장 평가는 류현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토론토에서 처음 2년 동안 에이스로 활약한 것만으로 8000만 달러의 가치는 충분히 해냈다고 보기도 한다.
메이저리그 이적 시장 소식을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는 20일 '류현진이 한화와 계약이 임박했다'고 보도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LA 다저스가 2013년 시즌을 앞두고 류현진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6년 3600만 달러(약 480억원)에 계약한 것을 두고 '매우 훌륭한 투자였다'고 평가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류현진은 그의 데뷔 시즌에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면서 그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4위를 차지했다. 어깨와 팔꿈치 부상 여파로 2015년과 2016년 시즌을 거의 날리기 직전이었던 2번째 시즌(2014년)은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2017년과 2018년 시즌에도 부상자명단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있었지만, 건강할 때 만큼은 효과적인 투구를 펼쳤다. 류현진은 2019년 182⅔이닝을 던지면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 성적인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면서 다저스에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는 그해 올스타로 선정되기도 했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는 제이콥 디그롬의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고 호평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또 '(한화와) 계약 내용이 사실이라면,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의 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이 지금부터 4년만 한국에서 보내도 나이 마흔을 넘기기 때문에 그때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일은 없을 것이란 뜻이었다.
이어 '류현진은 뛰어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남겼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산 186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1055⅓이닝을 던졌고, 삼진 934개를 잡으면서 78승을 챙겼다. 2차례 사이영상 투표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19년과 2020년에는 MVP 투표 후보에도 올랐다. 류현진은 5시즌에 나눠 포스트시즌 9경기에 선발 등판해 41⅔이닝,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했다'고 덧붙이며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내고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감했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잔류를 예상했던 매체는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한국 미디어의 보도에 따르면 류현진과 한화의 계약은 마무리 단계이지만, 구단 발표는 아직이라고 한다. 어떤 결론이 나든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메이저리그는 분명 류현진에게 관심이 있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류현진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연결돼 있다고 들었다'고 보도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커리어를 마감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는 있겠지만, 부상으로 우여곡절이 있는 와중에도 '코리안 몬스터'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했다. 스트라이크존을 갖고 노는 제구력, 직구와 체인지업, 커터, 커브 등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미국 언론이 류현진의 지난 10년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 2006년 KBO를 뒤흔든 괴물, '한화 1선발' 류현진이 돌아온다
데뷔 시즌부터 KBO를 뒤흔들었던 괴물, 한화 1선발이 돌아온다. 류현진은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에 입단했을 때부터 한국프로야구에 돌풍을 일으켰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6년 30경기, 18승6패, 201⅔이닝,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인왕이 MVP까지 차지하는 건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였고, 지금도 류현진이 유일한 사례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이 기록은 깨지기 매우 어려울 전망이다.
류현진은 2012년까지 한화의 에이스로 활약하면서 190경기, 98승52패, 1세이브, 1269이닝,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했다. 이닝당 삼진 하나씩을 잡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위력적인 공을 던졌다. 물론 지금은 12년 전처럼 좋은 구위를 자랑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실제로 복귀 시즌이었던 지난해 류현진의 직구 구속은 87마일(약 140㎞)에서 89마일(약 143㎞)로 형성됐다. 국내 좌완 투수들을 기준으로 삼아도 구속이 느린 편에 속한다.
그러나 류현진은 느린 공으로도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을 척척 잡아내는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줬다. 구속을 보완할 제구력과 투구 감각은 여전하다. KBO리그에서는 류현진의 제구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생존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류현진과 한화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올해 유독 긴장감이 떨어졌던 스토브리그를 막바지에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겨울 FA 계약 최고액은 두산 베어스 양석환이 기록한 78억원(4+2년)이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샐러리캡 제도가 시행되면서 구단들이 지갑을 열 수 있는 한계가 분명해졌고, 비FA 다년계약이 활성화되면서 최대어급들은 대부분 원소속 구단들이 단속을 마친 상황이었다. 100억대 계약이 우습게 나왔던 최근 3~4년 FA 시장 흐름을 고려하면 올해는 분명 싱거웠다.
12년 만에 돌아온 류현진은 나이 37살이 됐다. 투수로는 황혼기의 나이. 그래도 한화는 1선발 예우를 충분히 해줬다. 한화는 올겨울은 물론이고, 국프로야구 역대 최고액을 약속했다. SSG 랜더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2022년 3월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선택했을 때 계약 규모가 4년 151억원이었다. 당시 기준 KBO 역대 최고 대우였다. 현재 최고액은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가 기록한 152억원(4+2년)이었는데 류현진이 갈아치운다.
한화가 이토록 류현진 영입에 진심이었던 이유는 지난해 국내 선발진 성적이 설명해 준다. 지난해 문동주라는 신인왕을 배출한 건 분명 큰 성과였다. 문동주는 2006년 류현진 이후 한화가 17년 만에 배출한 신인왕이었다. 문동주는 118⅔이닝을 던지면서 8승,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다. 문제는 문동주 이외의 국내 선발투수들이다. 문동주 외에는 60이닝을 넘긴 선발투수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태양과 장민재, 김민우 등이 50이닝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과거 국내 에이스였던 김민우가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았다면 사정이 조금 나았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화 선발진은 지난해 냉정히 낙제점을 받았다.
손 단장은 "김민우는 부상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고, 문동주도 아직은 어린 선수다. 물론 문동주가 내년에 더 잘 던질 것이란 기대감은 있다. 하지만 투수는 늘 대비를 해두면 좋은 것이다. 황준서, 장민재, 남지민, 김기중 이런 선수들도 선발 경쟁을 한다"며 선발 보강에 욕심을 보였다.
손 단장은 류현진이 합류했을 때 젊은 선발투수들과 시너지효과를 기대했다. 한화는 문동주를 비롯해 김기중, 남지민, 한승주, 황준서 등 잠재력이 뛰어난 영건을 대거 모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다만 이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서 성장할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벌어 주는 우산이 될 베테랑이 필요했다. 손 단장은 그 임무를 할 수 있는 적임자가 류현진이라고 바라봤다.
한화는 전설적인 에이스를 모시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손 단장은 호주 멜버른 1차 스프링캠프 훈련지에서 예정했던 일정보다 일찍 한국에 귀국하고, 다음 일정까지 조정하면서 류현진과 협상을 위한 시간을 뺐다. 한화는 20일 KBO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신분조회를 요청했고, '류현진은 FA 신분'이라는 회신까지 받았다. KBO로부터 류현진의 임의해지 선수 신분 해제 요청이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20일 발표 계획은 무산됐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당시 한화는 포스팅 규정에 따라 보류권을 가지고 류현진을 임의해지 선수 신분으로 올려놨다. 한화는 류현진의 임의해지 선수 신분 해제를 KBO에 요청했고, 21일 승인이 떨어졌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는 FA 신분이었지만, KBO에서는 아니다. 포스팅시스템 규정에 따라 KBO리그 복귀시에는 반드시 한화로 돌아와야 하며, 등록일수 4년을 더 채워야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에 한화는 비FA 다년 계약으로 류현진을 대우했다.
한화는 류현진 복귀를 위한 모든 작업을 끝냈다. 이제는 류현진이 한화를 위해서 공을 던질 차례다. 류현진은 국내에서 머물면서 개인 훈련으로 몸은 충분히 만들어뒀다. 이제 일본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부터 한화 선수단에 합류해 본격적인 시즌 준비를 시작할 예정이다.
류현진의 합류로 한화는 단숨에 5강 후보를 뛰어넘어 우승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KBO리그 전체 판을 뒤흔들 거물의 귀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를 제외한 구단들은 19일부터 류현진의 국내 복귀 소식이 구체화되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나이 37살이라 해도 KBO리그를 평정했던 류현진이 돌아오는 건 다른 구단에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페넌트 레이스는 투수의 힘으로 좌우된다고도 한다. 류현진에 문동주, 그리고 김서현, 황준서, 김기중, 남지민 등 최상위권 유망주들이 올해 다 두각을 나타낸다면 한화는 분명 무시하기 힘든 팀이 된다. 노시환, 채은성, 안치홍, 요나단 페라자 등이 버티는 타선도 묵직할 전망. 한화는 3위를 차지했던 2018년 이후 6년 만에 가을 야구를 꿈꾸기 시작했다. 에이스 류현진과 함께하는 낭만을 곁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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