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POINT] '대한민국 축구 감독'...독이 든 성배, 무한한 영광의 자리 그 사이 어딘가

신동훈 기자 2024. 2. 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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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인터풋볼=신동훈 기자(신문로)] 대한민국 대표팀 자리는 독이 든 성배, 무한한 영광 사이 그 어딘가에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아래에서 치른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은 우승 실패로 끝이 났다. 4강에 올랐지만 경기내용은 엉망이었고 클린스만 감독은 매번 논란을 만들었다. 귀국 후에도 수많은 논란 중심에 서면서 클린스만 감독, 대한축구협회 모두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됐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사퇴 대신 고개만 숙였다.

이제 클린스만 감독 후임을 찾아야 한다. 마이클 뮐러 대신 새롭게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선임된 정해성 위원장은 21일 새로운 전력강화위원들과 함께 회의를 했다. 감독 선임 기준을 세우고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쪽으로 의견으로 모았다고 밝혔다. 3월 A매치 이전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했는데 정상 프로세스 속 검증을 하고 결정을 한다면 해외 국적 감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 감독 선임으로 기조를 잡은 듯하다. 정해성 위원장은 쉬고 있는 감독, 현직 감독 모두 다 고려하겠다고 했다. 임시 감독 선임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선 "두 경기만 하려고 하는 감독이 있을 지에 대한 의견이 컸다. 부담이 큰 자리에 나설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어서 정식 감독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두 경기만도 지휘하기 부담스러운 대표팀 감독 자리를 과연 누가 맡게 될까. 대표팀 감독은 양면성이 있다. 하나는 독이 든 성배다. 매력적인 직책이긴 하나 정해성 위원장이 말한대로 두 경기만 지휘를 하는 것도 부담이 큰, 관심을 집중해서 받는 자리다. 지금 상황에서 시작부터 잘하지 못한다면 대한축구협회가 받는 비판을 오로지 그 감독이 받을 수 있다. 방패막이가 되는 것이다.

만약 K리그 현직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이 된다고 하면 그 팀의 구단과 팬들에게 엄청난 비판을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전지훈련을 치르고 이적시장까지 다 보냈는데 개막 시점에서 나가면 해당 팀은 계획이 완전히 망가지고 더 나아가 한 시즌을 아예 망치게 된다. 자신을 향한 엄청난 비난 세례를 각오하더라도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현 상황을 보면 자기 목소리를 내고 내부적으로 소통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해외에서 뛰는 스타선수들이 많아져 관리 능력도 중요한데 최근 일련의 사태처럼 내부에서 정보가 새어 나간다면 다시 한번 초토화가 되고 경기력, 성과 등과 별개로 감독은 위기에 처할 게 분명하다. 국민적 공분과 관심을 동시에 받은 뒤에 팀을 이끌어야 하니 부담감은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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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측면으로 보면 대표팀 사령탑만큼 영광스러운 자리가 없다.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들의 수장이 되며 나라를 대표해 국제 무대를 다니게 된다. 아무리 K리그 등에서 성적을 냈다고 하더라도 대표팀 감독 한 번 하는 것과 무게감이 다르다. 지도자로서 많은 걸 이뤘다고 생각하는 국내 감독들도 연령별이든, A대표팀이든 태극전사들을 이끄는 자리에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세계 최고 기량을 가진 이들을 지도할 기회도 된다. 감독으로서 엄청난 경험이다. 후에 더 대우를 받고 한국 축구 역사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 현 상황에서 대표팀을 이끄는 건 부담스러울 수 있어도 모든 면에서 최악이었던 클린스만 감독의 직접 후임이 되면 당장은 정상적으로만 근무를 해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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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햔축구협회 

이만큼 매력적이기에 해외 감독들도 노크를 했지만 정해성 위원장과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은 스스로 시간을 앞당기며 국내 감독 선임으로 마음을 굳힌 상황이다. 전력강화위원회는 24일 토요일 2차 회의를 열고 후보리스트를 만든 다음, 연락을 하고 면접을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담과 영광 그 사이 어딘가 있는 대표팀 사령탑 자리는 누군가에겐 주어지게 될 것이다. 독이 든 성배를 마시고 꿈의 자리에 올라 어지러운 한국 축구계를 바로 잡을 인물은 누구인지 관심이 쏠리게 된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번에는 꼭 책임을 공유하고 외압과 뒤로 숨는 대신 보호와 지원을 해줘야 할 것이다. 차기 감독의 성공을 바라고 한국 축구의 발전을 원한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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