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라고 부를까봐 일부러 피한다” KIA 타격장인 솔직고백…이범호 감독과 2살 차이 ‘좋은데, 살짝 어색’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직 호칭이…”
KIA 타이거즈의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선수들의 신뢰를 듬뿍 받는 이범호 감독이 취임한 뒤 더더욱 그랬다. 이범호 감독(43)은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도록 판을 깔았고, 선수들은 감독을 믿고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너무나도 좋은 분위기인데, 최고참 최형우(41)는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다. 2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형처럼 지내는 감독님이다. 똑같이 형처럼 대한다”라고 했다. 최형우 역시 이범호 감독을 믿고 지지한다. 둘 사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끈끈하다.
단, 최형우로선 약간의 고충(?)이 있는 듯하다. 슬며시 웃더니 “아직 호칭관계가…형이라고 부를까봐 일부러 피한다”라고 했다. 2017년 FA 계약으로 이적한 뒤 3년간 선수로 호흡을 맞췄다. 이땐 정말 형, 동생이었다. 단 2살 차.
이후에도 선수와 타격코치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같은 선수와 지도자 관계라도 선수와 코치, 선수와 감독은 와닿는 게 다른 모양이다. 아무래도 위계질서가 있는 한국 프로스포츠 문화에서 아무리 형, 동생과 같은 느낌이라도 감독은 감독이다.
물론 이범호 감독은 평소와 똑같이 선수들을 대한다. 선수들도 그렇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러나 선수 입장에서 2살 차이 나는 형 같은 감독에게 정말 형이라고 부를 순 없는 노릇이다. 절대 그러면 안 된다. 최형우는 혹시 이범호 감독에게 호칭을 실수할 까봐 일시적으로 거리를 뒀다. 이런 점에서 오는 약간의 어색함(?)을 인정한 셈이다.
이 고충(?)을 빼면, 최형우는 정말 만족스럽다. “캔버라에서 너무 좋은 분위기였다. 너무 편하게 운동했다. 시즌에 들어가도 이 분위기는 변하지 않을 듯하다. 우리 팀 분위기는 정말 최고조다”라고 했다. 분위기가 좋고 편하다고 좋은 성적이 난다고 보장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의 KIA는 선수들이 위축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환경은 절대 아니다.
이범호 감독은 “하지 마, 그만 쳐”라는 말을 달고 산다. 최형우도 “감독님이 ‘즐기자. 놀자’라고 한다. 바뀐 게 없으니 편하게 놀자고 한다. 정말 편하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다. KIA 선수들은 감독의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좋은 성적으로 감독과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최형우는 이번 오프시즌에 1+1년 22억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역대 KBO리그 최고령 비FA 다년계약이다. 부상만 없으면 우승 전력이라는 걸 가장 먼저 인지했고, 솔선수범한다. 앞으로 2년간 이범호 감독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드는 게 마지막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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