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포동이 ‘힙’포동 됐다…에스프레소 향 가득 ‘맛있는 부산’

박미향 기자 입력 2024. 2. 22. 10:35 수정 2024. 2. 2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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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의 미향취향
부산 주목받는 레스토랑·카페 3곳
‘봉식당’의 메뉴 소쿠리. 박미향 기자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미식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앤 부산 2024’가 발표됐다. 2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레스토랑 평가서 ‘미쉐린 가이드’가 고른 미식 도시에 부산이 들어간 것이다. 부산은 밀면·복국 등 우리 음식의 전통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도시다. 올해 ‘미쉐린 가이드’ 발매를 계기로 세계적인 미식 도시 반열에 오른 부산에서 요즘 주목받는 레스토랑·카페 등 3곳을 지난 3일 다녀왔다.

이지아(37) 파티시에가 만든 ‘구운 과자’. 박미향 기자

남편은 관자 조리, 아내는 과자 굽고

남편은 서양식으로 가리비 관자를 조리하고, 아내는 디저트용 과자를 굽는다. 어머니는 보쌈 등을 소쿠리에 정성스럽게 담아낸다. 부산 동래구의 명소 ‘봉식당’(동래구 온천장로 119번길 26)과 ‘프랑스 과자점 브리앙’ 얘기다.

봉식당 이봉천(42) 셰프는 보기 드물게 다채로운 경험을 한 이다. 대학에서 외식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식당 경영에 나섰다가 쓴맛을 봤다. 5년간 꽤 영업이 잘 됐던 한식당 ‘이제’를 임대차 계약이 더는 연장되지 않자 문을 닫아야만 했다. 새로운 선택을 해야만 했던 그는 마음속 깊숙이 고개 든 ‘배움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로 했다. ‘르 코르동 블뢰 숙명 아카데미’에서 수학하고 파리로 가 제과제빵학교 ‘벨루에 꽁세이’와 세계적인 요리사 알랭 뒤카스가 연 ‘에꼴 뒤카스’에서 각각 3개월, 6개월간 공부했다. 이어 그는 ‘미쉐린 가이드’ 별 3개 레스토랑인 기 사부아(프랑스 파리), 마르틴 베라사테기(스페인 기푸즈코아), 베누(미국 샌프란시스코), 하지메(일본 오사카) 등에서도 각각 3개월씩 실습 요리사로 일했다. “여행하듯이” 세계 미식현장을 탐구한 것이다. “분명 경영적인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봉식당’의 이봉천 세프가 만든 관자구이 요리. 박미향 기자

2018년 귀국해 고급 레스토랑을 차릴 만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함께하자 하셨고, 거의 7대륙을 누비며 미식 경험도 했는데, 부산이 제일 좋습니다.” 어머니 주미(67)씨는 2004년부터 지금 봉식당 자리에서 한식당 ‘금정산’을 운영하고 있었다. 서양화를 전공한 주미씨는 전업주부로 일하다가 늦은 나이 마흔일곱에 식당업에 도전했다. 그는 소쿠리에 훈제오리볶음, 보쌈 등을 골고루 담아내는 소탈한 집밥 개념의 상을 차렸다. 단박에 지역 맛집으로 명성을 얻었다. 아들이 합류하면서 식당 이름을 ‘봉식당’으로 바꿨다. 서양식으로 조리한 관자구이나 샐러드, 스테이크 등이 코스에 들어갔다.

‘미쉐린 가이드’ 부산 편에 이름 올리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돌잔치, 상견례 등 한꺼번에 100명, 200명 오는 데인데요, ‘미쉐린’과는 결이 다르고 ‘지역민의 사랑 받는 곳’이면 충분합니다. ‘브리앙’이라면 모를까요.”(웃음)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아내 이지아(37) 파티시에가 만든 ‘구운 과자’ 자랑에 나섰다. “정말 맛있습니다. 훌륭한 솜씨의 과자죠.”(웃음)

이봉천 셰프(사진 왼쪽)와 이지아 파티시에. 박미향 기자
이지아 파티시에가 만든 ‘구운 과자’. 박미향 기자

실제 브리앙은 한국 대표 레스토랑 가이드북 ‘블루리본 서베이’ 리본 3개를 받았고, 서울 유명 백화점 등과 팝업 행사도 했다. 지아씨가 만든 디저트 플랑를 포함해 각종 ‘구운 과자’는 그야말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이다. 먹을수록 풍미가 입안 가득히 퍼진다. 달콤한 천국을 여행하는 것 같다.

본래 불문학을 전공한 그는 정작 ‘불어’보다는 제과제빵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다른 이들이 불문학 박사를 하겠다고 유학 갈 때 저는 제과제빵으로 방향을 틀었죠.” 그는 파리 ‘르 코르동 블뢰’에서 수학하고 ‘피에르 에르메 파리’ ‘파크하얏트 파리 방동’ 등에서 일했다. 귀국해 제과제빵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던 그는 4년 전 결혼과 동시에 부산에 왔다. “피로연 손님들이 하객용 선물을 찾아서 ‘구운 과자’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는 몰려드는 분점 제안에도 욕심이 없다. “확장하면 맛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저 ‘계속 맛있는 집’으로 남고 싶습니다.”

‘카페 벽돌’의 실내. 박미향 기자
‘카페 벽돌’의 실내. 박미향 기자

대형 에스프레소바에 호텔 정통 중식당

요즘 부산에서 가장 ‘핫’한 곳은 부산진구 전포동 일대 ‘전포 카페거리’다. 본래 이 일대는 공구점, 철물점 등 작은 공구가게가 즐비한 상가 거리였다. 일명 ‘서면’으로 대변되는 부산 대표 번화가에 자리한 전포동 공구 상가 거리는 1~2년 전부터 변신에 성공했다. 작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소품 가게 등이 들어서면서부터다. 탈바꿈한 거리는 제트 세대와 알파 세대(2011년생부터 2025년생까지)를 빨아들였고, 마침내 ‘힙포동’(힙+전포동), ‘전리단길’ 등 색다른 이름을 얻었다.

‘카페 벽돌’(부산진구 서면로 46)도 지난해 여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전리단길 다른 카페에 견줘 이 카페가 주목받는 이유는 총 6층 건물 중 5개 층이 카페일 정도로 규모가 크고, 에스프레소 전문 카페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종류만도 8가지다. ‘오리지널’ 에스프레소와 카카오파우더, 수제 크림, 다크 초콜릿 등과 곁들인 에스프레소 등이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쌉쌀한, 기분 좋은 쓴맛이 온몸에 퍼지면서 에스프레소가 ‘국민 커피’인 이탈리아로 ‘순간이동’하는 듯하다. ‘버터 바’도 인기다. 카페명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 벽돌 모양이다. 맛의 밀도도 조밀하다. 메뉴 개발 총괄 바리스타 최송이(38)씨는 “한 번 더 가공한 발효버터가 주재료라서 풍미가 진하다”고 말한다. 오렌지색 소파와 의자 등으로 인테리어 한 카페는 건물 안이지만 마치 밖의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넓다. 이 카페를 연 이는 문화평론가 겸 작가인 김도훈(48)씨. 부산은 그의 고향이다. 평소 서울 ‘강남 교보타워’ 등을 설계한 스위스 건축가 마리아 보타를 추앙했던 그는 보타의 건축 철학을 구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평온이 깃든 공간’은 보타의 대표적인 건축 철학이다. 그는 “오래 쉬어갈 수 있는, 사색할 수 있는 곳, 오아시스 같은 카페”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카페 벽돌’의 메뉴, ‘버터 바’. 박미향 기자
‘카페 벽돌’의 에스프레소. 박미향 기자

부산 해운대 일대에는 고급 호텔이 즐비하다. 호텔은 숙박시설의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식음업장의 수준도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이런 이유로 호텔들은 저마다 장점을 살린 고급 레스토랑을 배치하기 마련이다. ‘시그니엘 부산’의 ‘차오란’은 그중에서 문 연 지 3년 만에 입소문이 난 중식당이다. 부산에서는 드문 ‘정통 광둥식’을 표방하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차오란 탄생에 주요 배경엔 총괄 셰프 정용재(52)씨의 집념이 있다. 31년간 롯데호텔에서 근무해온 그는 “한국 중식은 화교 문화 음식인데, 과거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에 근무하며 정통 홍콩 광둥식 요리에 반했다”고 한다. 자신이 감동한 광둥식 중식을 언젠가는 선보이겠다는 꿈을 ‘시그니엘 부산’에서 구현한 것이다.

‘차오란’의 음식. 박미향 기자
‘차오란’의 음식. 박미향 기자
‘차오란’의 음식. 박미향 기자
‘차오란’의 음식. 박미향 기자

광둥식의 가장 큰 특징은 육수에 있다. 닭고기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오리 등으로 낸 깊은 육수 맛은 다양한 요리의 기본이 된다. 정 셰프는 “여기에 딤섬, 바비큐 등의 메뉴가 있고, 전분도 적게 써 깔끔한 맛을 낸다”며 차오란 음식의 특징을 설명한다. 차오란에는 짬뽕이 없다. 전국 골목마다 자리한 수많은 중식당의 인기 메뉴 짬뽕이 없어도 차오란은 걱정이 없다. 정 셰프는 말한다. “8~10시간 끓이는 그윽한 육수나 신선한 해산물로 승부합니다.”

부산/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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