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 지자체 깜깜이 이자율의 비밀 [추적+]

송윤정 책임연구원, 김정덕 기자 입력 2024. 2. 2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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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2022년 지자체 금고 이자율 분석
월평균 금고 잔액 106조원인데
평균 금고 이자율은 고작 1%대
10곳 중 8곳 1.5% 미만 적용
같은 해 평균 예금금리 2.77%
시중은행 세금으로 수익 늘렸나
하지만 지자체 이자율은 비공개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민들로부터 걷은 세금(현금성 자산)을 은행(금고)에 예치한다. 가장 안전해서다. 당연히 이자도 받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지자체들이 받는 이자율이 형편없어서다. 심지어 이자율이나 금고 약정 정보를 공개하지도 않는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베일에 싸여 있는 지자체의 금고 이자율을 분석해봤다.

전국 지자체들이 은행에 맡기는 돈은 월평균 100조원이 넘지만, 이자율은 고작 1% 미만이 대부분이다.[사진=뉴시스]

36조3467억원. 2022년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ㆍ신한은행ㆍ우리은행ㆍ하나은행ㆍNH농협은행)의 총 이자수익이다. 2016년 21조5606억원 대비 68.6% 늘었다.

은행들이 이처럼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은행에 돈을 맡긴 이들에게 붙여주는 예금금리보다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린 이들에게 부과하는 대출금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예대마진)를 벌려 더 큰 수익을 올렸다는 거다. 이렇게 올린 수익으로 은행들은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 지난해 11월 더스쿠프가 '시중은행 금리장사의 실체 : 23년치 예대마진 분석(통권 570호)' 기사에서 다룬 내용들이다.

그런데 만약 은행들의 예대마진을 적극적으로 챙겨준 이들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라면 어떻겠는가. 심지어 지자체들이 은행 편에 서서 낮은 이자율을 감추려 하고,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관리ㆍ감독을 해야 할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었다면 또 어떻겠는가. 이게 무슨 말일까 싶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지자체들이 은행에 맡기는 돈은 과연 얼마일까. 2022년 기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의 총 세입결산액(징수하기로 한 세금 중 실제로 수납된 돈)은 528조원이다. 각 지자체는 이 돈을 '금고'로 지정한 시중은행에 예치하고, 필요할 때마다 지출한다. 지자체들이 이 돈을 한꺼번에 예치하는 건 아니다. 연초에 모든 세금이 다 걷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입출금이 수시로 이뤄지는 만큼 실제 금고에 쌓여 있는 자금은 이보다 적다. 지자체 금고의 월평균 잔액은 105조9442억원, 연말 기준 총 공공예금이자수입은 1조761억원이었다. 이를 통해 산출된 지자체들의 평균 금고 이자율 추정치는 1.02%였다.

[※참고: 나라살림연구소는 금고 월평균 잔액을 지방재정연감ㆍ재무제표ㆍ지방재정365에 공개된 자료를 이용해서 구했다. 2022년 1월과 12월의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산하고, 그걸 둘로 나눴다. 금고 잔액에는 기금이 포함되고, 공공예금이자수입엔 기금이 포함되지 않아 금고 이자율 추정치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금고 이자율을 추정할 수밖에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자체가 금고 이자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지자체의 금고 이자율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243개 지자체 중 금고 이자율이 2.0% 이상인 곳은 3곳에 불과했다. 1.5% 이상~2.0% 미만인 곳이 25곳, 1.0% 이상~1.5% 미만이 79곳(32.5%)이었다. 대부분(125곳ㆍ51.4%)은 0.5% 이상~1.0% 미만이었다. 지자체 절반 이상이 1.0%도 채 안 되는 이자를, 10곳 중 8곳이 1.5% 미만의 이자를 받은 셈이다(표➊ 참조).

지자체별로 보면 금고 이자율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광주 광산구(2.85%)였다. 그다음은 제주 본청(2.10%), 서울 노원구(2.04%), 서울 은평구(1.99%), 서울 본청(1.94%) 순이었다.

금고 이자율이 가장 낮은 지자체는 대구 달성군(0.38%)이었고, 강원 속초시(0.40%), 경기 가평군(0.41%), 대구 남구(0.42%), 대구 중구(0.42%)가 뒤를 이었다(표➋ 참조).

그렇다면 이 금고 이자율은 과연 적절했을까. 한번쯤은 검증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일반적인 예금금리보다 월등히 낮아서다. 한국은행 '통화금융통계'에 따르면 2022년 평균 예금금리는 2.77%였다. 평균 예금금리가 지자체 전체의 평균 금고 이자율(1.02%)보다 2.7배 더 높았다.

특히 2021년(회계연도 기준) 금고의 평균 이자율은 0.73%로, 이자율 상승폭은 전년 대비 0.29%포인트에 머물렀다. 은행들의 평균 예금금리가 같은 기간(2021년 1.08%→2022년 2.77%) 1.69%포인트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작은 상승폭이다.

물론 언급한 것처럼 금고 이자율 분석에는 한계가 있다. 공공예금이자수익에서 기금이 제외되므로 기금 조성액이 많은 지자체의 경우 금고 이자율이 낮게 나올 수 있어서다. 일부에선 지자체와 시중은행과의 협력사업을 고려하지 않고 금고 이자율만 따져선 곤란하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따라서 정확한 금고 이자율의 적정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지자체들이 시중은행과의 약정금리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정금리 공개가 은행들의 영업기밀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재정의 운용 현황을 공개하는 것보다 민간은행의 영업기밀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거나 다름없다. 지자체가 거액을 맡기는 우량고객임에도 그 수준에 맞는 권리 행사를 못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심지어 정부(행정안전부)도 지자체의 깜깜이 금고 이자율을 개선하는 데 소극적이다. 지자체에 막대한 지방교부금을 지원하고 있는데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시중은행들은 세금으로 저리의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고금리로 대출해 수익을 냈을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이래도 괜찮은 걸까. 그렇지 않다. 세금의 운용 현황은 무엇보다 투명해야 한다. 약정금리는 물론, 공공예금이자수입의 처리 내역, 각 지자체의 평균 금고 잔액, 기금이자수입의 처리 내역 등을 모두 공개해 금고 이자율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효율성,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건 허울에 불과하다.

따라서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금고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금고 약정의 전제조건으로 약정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행안부 역시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기준(예규)'에서 금고 약정 정보 공개 수준을 평가 기준으로 정해 정보의 공개를 유도해야 한다. 이게 국가나 지자체에 '재원'을 대주는 국민을 위한 책임행정이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
hyounylee@naver.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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