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 바나나가 온다…호주, 세계 첫 승인

곽노필 기자 2024. 2. 2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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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작물(GMO) 목록에 바나나가 추가됐다.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식품기준청(FSANZ)은 파나마병 내성 유전자를 주입한 캐번디시 바나나 품종 QCAV-4를 안전하고 영양가가 높은 것으로 판단해 식품으로 승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파나마병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바나나품종인 레이디 핑거와 캐번디시를 포함해 거의 모든 바나나 품종을 위협하고 있는 곰팡이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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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곰팡이병에 강한 유전자 주입
퀸즐랜드공대, 20년 연구 끝에 개발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곰팡이가 일으키는 파나마병에 강한 유전자 변형 바나나의 재배와 판매를 세계 처음으로 승인했다. 픽사베이

유전자 변형 작물(GMO) 목록에 바나나가 추가됐다.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식품기준청(FSANZ)은 파나마병 내성 유전자를 주입한 캐번디시 바나나 품종 QCAV-4를 안전하고 영양가가 높은 것으로 판단해 식품으로 승인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승인된 날로부터 60일 안에 식품부 장관의 재검토 요청이 없으면 승인이 최종 확정된다. 유전자 변형 바나나가 식품으로 인정받은 것은 세계 처음이다. 퀸즐랜드공대(QUT) 연구진이 개발한 이 바나나는 앞서 지난 12일 유전자기술규제국(OGTR)으로부터 상업적 재배 허가를 받았다.

연구진은 그러나 현재 파나마병이 잘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유전자 변형 바나나를 상업적으로 재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대신 바나나 농장이 파나마병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경우 공급할 예정이다. 퀸즐랜드공대는 이 유전자 변형 바나나가 연간 2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바나나 산업을 위협하는 ‘파나마병’(TR4)’에 대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농업생명과학응용서비스(ISAAA)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재배 승인을 받은 유전자 변형 작물은 옥수수, 대두, 면화 등 30여종에 이른다.

파나마병(TR4)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야생 바나나(왼쪽)와 기존 캐번디시 품종(가운데), 유전자를 주입한 QCAV-4 바나나(오른쪽). 퀸즐랜드공대 제공

바나나 농장 망가뜨리는 치명적 곰팡이병

파나마병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바나나품종인 레이디 핑거와 캐번디시를 포함해 거의 모든 바나나 품종을 위협하고 있는 곰팡이병이다. 뿌리에 달라붙은 곰팡이가 영양분의 공급을 막아 바나나를 시들어 죽게 만든다. 이 곰팡이는 토양에 50년 이상 서식하며 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만 현재로선 효과적인 방제법이 개발돼 있지 않다.

서양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재배된 바나나 품종은 그로 미셸이었다. 그러나 1950년대에 파나마병을 일으키는 푸사리움 곰팡이(TR1)가 퍼지면서 그로 미셸은 퇴출되고 캐번디시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만 해도 캐번디시는 이 곰팡이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새로운 푸사리움 곰팡이 변종(TR4)이 출현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이 품종도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에선 이미 이 곰팡이로 인해 캐번디시 재배농장이 큰 피해를 입었으며, 남미에서도 파나마병이 번지기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선 북부와 퀸즐랜드 지역에서 이 병이 발생했다. 퀸즐랜드는 오스트레일리아 바나나의 주산지다.

20여년의 연구개발 끝에 파나마병 곰팡이에 강한 유전자 변형 바나나를 개발한 제임스 데일 교수. 퀸즐랜드공대 제공

다음엔 유전자 편집 바나나 개발키로

퀸즐랜드공대 제임스 데일 교수(생물학 및 환경과학) 연구팀은 오랜 연구 끝에 동남아시아의 야생 바나나(Musa acuminata ssp Malaccensis)에서 이 곰팡이에 강한 유전자(RGA2)를 찾아내 곰팡이 내성을 갖춘 바나나를 만들어냈다. 캐번디시에도 이 유전자가 있으나 휴면 상태여서 발현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이 바나나를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지역에서 7년 이상 시험재배한 결과, 파나마병에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대학 마거렛 셰일 부총장은 “연구진이 파나마병에 강한 유전자를 찾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연구위원회의 보조금을 받은 지 20년이 됐다”며 “이번 식품 승인은 기초 연구가 상용화 과정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낸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이 바나나에 또다른 곰팡이 ‘블랙 시가토카’에 대한 저항성도 추가할 계획이다. 여기엔 외부 유전자를 주입하는 대신 기존 유전자를 교정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사용하기로 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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