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대신 #모험 #봉사… 여행자, 걸음을 옮기다[Global Focus]

김선영 기자 입력 2024. 2. 22. 09:06 수정 2024. 2. 22.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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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코로나 이후 바뀐 글로벌 여행 트렌드
엔데믹 후 폭발적으로 느는 해외여행
2020년 4억명 → 2023년 12억명
힘들어도 의미있는 ‘체험’ 프로그램 인기
마오리족과 트레킹·NO일회용품 미션
벽화 그리고 해변서 쓰레기 줍기도
‘색다른 경험’ 원하는 MZ가 변화 주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여행객들은 관광지를 구경하기보다는 현지를 체험하고 공감하기를 원한다.”

세계 여행의 ‘판’이 바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 세계 여행자들이 현지인들의 삶에 스며드는 더 깊은 방식의 여행을 원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주요 유적지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전시형 관광이 ‘올드 노멀(Old Normal)’이었다면, 원주민 가이드가 직접 안내하는 투어에 참여해 오지에서 숙박하는 등의 체험형 관광이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바꾼 ‘여행 공식’ = 3년여간 자택에서 고립된 생활을 해야 했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뒤, 세계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유엔관광청(UNWTO)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던 2020년 4억700만 명으로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전 세계 관광객 수는 코로나19가 끝나자 2023년 12억9000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역대 최대치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처럼 코로나19에 수년간 집 안에 갇혀 지냈던 여행객들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원하고 있다. 이에 여행사들은 희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체험형 투어’를 내놓고 있다. 뉴질랜드 마오리족 전문 관광사인 테 우레웨라 트레킹은 최근 마오리족이 직접 안내해서 열대우림을 통과하는 관광 상품을 만들었다. 관광객들은 며칠간 ‘임시 마오리족’으로서 현지 원주민들이 사는 오두막에 머물며 전통적인 마오리 세계관을 경험한다. 마오리족 전문 문화체험을 제공하는 관광사 ‘코후타푸 롯지’ 역시 마오리족 문화체험 투어를 제공하는데, 현지 원주민의 역사 교육을 비롯해 마오리족의 음식을 만들어보는 요리 교실 등을 통해 마오리족 특유의 ‘느린 삶’을 누릴 수 있는 여행 프로그램을 짰다. 해당 여행사의 대표인 나딘 토토는 “여행자들이 마오리족의 생활 한가운데에서 진실된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만큼 여행객들을 우리가 사는 방식에 초대하려 한다”며 “코로나19가 관광객들에게 여행에 대한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

체험형 여행에 대한 관광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지난해 12월 아내와 함께 뉴질랜드 코후타푸 라지를 방문해 고대 마오리족 동굴 벽화를 볼 수 있는 하이킹, 마오리족 전통춤인 하카춤 체험 등을 한 70대 남성은 “마오리족의 문화에 깊이 매료되어 여행 기간을 더 늘렸다”며 “또다시 그 여행지에 빠져들고 싶다”고 밝혔다. 뉴질랜드의 관광 마케팅 회사인 ‘투어리즘 뉴질랜드’의 임원인 사라 핸들리는 NYT에 “관광객들이 깊고 혁신적인 경험에 목말라하고 있다”며 “이들은 단지 하카춤을 구경하는 게 아닌 그 뒤에 숨겨진 의미와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체험형 여행’의 열풍을 타고 여행사 인트레퍼드 트래벌은 올해 미국, 호주, 대만, 캐나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의 새로운 원주민 체험 투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경험’ 중요시하는 MZ가 뉴 노멀 주도 = 체험형 여행 트렌드는 삶에서 ‘경험치’를 중요시하는 전 세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정 여행지와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여행을 떠났던 기성세대들과는 달리 이들은 희귀하면서 테마가 있는 여행을 선호한다. 최근 중국의 최대 명절 춘제(중국 설)를 맞아 일본 여행에 나선 중국의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일본 소도시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이들은 도쿄(東京)·오사카(大阪) 등 도시를 벗어나 시즈오카(靜岡)의 이즈(伊豆)반도, 아오모리(靑森) 같은 관광객이 적은 도시를 찾고 있다. 최근 시즈오카 이즈반도의 가와즈(河津) 벚꽃 축제를 방문한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온 한 관광객은 일본 ANN에 “상하이에는 이렇게 많은 벚꽃을 볼 수 없다”며 “벚꽃은 일본을 상징하는 만큼, 일본에서 벚꽃을 보기 위해 시즈오카까지 기차를 타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적이 드물고 교통편이 적은 와카야마(和歌山)현 시라하마(白浜) 해변 등지에도 찾아가고 있는데, 홀로 해당 관광지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사람이 너무 많은 장소가 싫어 인파를 피해 숨은 명소를 찾아왔다”고 밝혔다.

최근 MZ세대들은 ‘가치 소비(본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물건 및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 방식)’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데, 이들은 인도 사찰에서 요가 체험을 하거나, 런던의 거리 예술가를 따라 벽화를 그리기도 하고,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새기기 위해 여행지 비정부단체(NGO)에서 진행하는 해변 쓰레기 줍기 체험 등에 참가한다. MZ세대들은 또 여행지에서 소일거리를 해 여행 경비를 마련하거나, 숙박비를 아끼기 위해 현지인들의 집 거실에서 잠을 청하는 ‘카우치 서핑’ 등을 하며 현지 주민처럼 생활하는 것을 즐긴다. 숙소와 식당을 정할 때에도 일회용품을 쓰지 않거나, 비건(채식) 메뉴가 있는 곳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행지에서도 지속 가능한 가치를 실현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독특하고 맞춤형 경험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은 전 세계 관광업계의 혁신을 이끌어 내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최근 현지 원주민 체험·생태 관광·자원봉사 관광 등 독특한 여행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다”며 MZ세대가 세계 관광·숙박업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브스는 “여행지에서의 색다른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려 하는 MZ세대의 욕망이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여행의 미래를 재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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