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부회장께 드리는 편지
[뉴스룸에서] 김경락|경제산업부장
여느 경영자와 마찬가지로 나라 안팎의 경제 환경 급변 속에 분투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방위·우주 산업과 관련해선 한화그룹의 비즈니스는 국가 차원에서도 주목된다고 정부 고위 인사들은 귀띔합니다. 기대 담아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효과적인 내부 인센티브 구조의 구축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실 겁니다. 작은 기업도 그럴진대 한화는 3만여명의 임직원(2022년 말 기준)이 다니는 대그룹이니 효과적인 보상 체계 구축의 중요성은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 고심 속에 2020년 주요 계열사에 경영진 보상 체계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보고받으셨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국내 첫 도입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있지 않나 싶어 말씀을 건네봅니다. 한화의 알에스유 제도는 성과 달성 조건(가득조건)이 없다시피 합니다. 재직 기간 6개월만 채우면 가득조건이 충족되는 구조에선 장기 재직은 물론 장기적 안목에서의 책임 경영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경영진이 반년이란 재직 조건만 채우고 이직·퇴직하더라도 고의의 과실만 없으면 회사는 부여한 알에스유를 취소·변경하지 못하고 10년 뒤 지급해야 합니다.
주주가치 제고도 도입 취지라고 들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영업실적을 토대로 한 성과 달성 목표나 주가 달성 목표를 가득조건에 추가하면 어떨까요. 당장 한화에 투자한 개인·기관 투자자들의 효능감이나 신뢰도 한층 더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 실적에 연연한 의사 결정이 우려된다면 성과 목표를 3~5년으로 길게 잡거나 부여한 알에스유를 여러 차례 나눠 분산 지급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듯합니다. 경영진 혹은 임직원 보상제로 알에스유를 도입한 국내 기업 중에도 이런 유형의 가득조건을 설정한 곳이 있으니 두루 살펴봄 직합니다.
경영진 보수 결정 체계도 손질을 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그룹사 중 알에스유 제도를 가장 일찍 도입한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곳에서 이사회 내 보상(보수)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단 한곳입니다. 이곳도 한화에 인수되기 전인 삼성테크윈 시절(2014년)에 보상위원회를 둔 것이니 한화그룹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회사마다 부여한 권한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보상위원회는 경영진 보상 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삼성전자(2009년)·현대차(2019년)·에스케이(2021년)·포스코(2004년)·네이버(2011년)·케이비(KB)금융(2008년·설립연도)·하나금융(2005년·설립연도) 등 주요 상장사들은 두고 있는 조직이며, 사외이사로만 보상위원회를 구성한 곳도 여럿입니다. 금융회사 등 주로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의 도입 시점이 빠른 편인데 삼성전자는 다소 이례적으로 일찍 도입했습니다. 재계 1위 그룹의 대표 회사로서 비판과 감시가 집중되고 외국인 주주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형식적 조직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겠으나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도 되새김해봄 직합니다. 물론 한화·한화솔루션·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각 이사회는 알에스유 부여 안건에 대해 각 당사자는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해상충 논란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처라고 생각합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한화·한화솔루션에도 보상위원회를 설치해보면 어떨까요. 실질을 다지는 것만큼이나 깔끔한 외관 정비도 시장의 신뢰를 좀 더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대주주인 김 부회장님이 알에스유를 받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 두루 의견을 들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회사는 다른 경영진에겐 성과급을 알에스유로 주면서 김 부회장님에겐 현금으로 제공하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다른 시각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스톡옵션을 대주주에게 주지 못하도록 한 현행 상법부터 국회 계류 중인 알에스유 대주주 부여 금지를 뼈대로 한 법안, 알에스유의 대주주 부여 금지를 전제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요.
국내 첫 도입을 넘어 알에스유 운영의 모범 사례로 한화가 자리잡길 바랍니다. 그럴 때 논란도 눈 녹듯 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라 위 기사에 대해 아래와 같은 반론보도문이 게재되었습니다.
알려왔습니다 https://hani.com/u/ODg2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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