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부동산 PF는 되는데 왜 전세사기 피해는 구제 안 되나요?"
지금으로부터 1년 전 2023년 2월 28일, 30대 남성 A 씨가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 방 안에서 죽었다. 속칭 '인천 건축왕'이 빚으로 지은 빌라 건물 방 한 칸을 임차하고자 낸 7000만 원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짧은 유서에 그는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적었다.
두 달 뒤인 4월 14일엔 동년배의 남성 B 씨가 미추홀구 연립주택 방 안에서 죽었다. 역시 '인천 건축왕'이 빚으로 올린 건물이었다. 그가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 판단한 보증금은 9000만 원이었다. 3일 뒤엔 또 다른 30대 여성이 미추홀구 아파트에서 죽었고, 그로부터 7일 뒤엔 미추홀구 길거리에 주차된 차 안에서 40대 남성이 혼자 죽었다. 그 역시 '건축왕'에게 1억 조금 안 되는 보증금을 떼일 처지에 놓인 상황이었다.
1년이 지났다. 죽음의 행렬을 마주한 피해자들은 그 행렬에 끼지 않기 위해 연대를 결성했다. 하지만 연대는 연대일 뿐,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통과된 뒤에도 이들의 처지는 그리 달라진 게 없다.
피해자가 되는 길
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2030 청년들 인데다가, 부동산 계약에 서툰 이들입니다. 게다가 임대인이 부동산과 결탁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날벼락처럼 임대인이 잠적한 상황 속에서 가해자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참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 안상미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장
"부동산 PF 구제는 되는데, 전세사기 피해 구제는 왜 안 되나요?"
특별법 통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이 경매 권리관계에서 후순위에 있으면 보증금 손실을 피할 수 없었고, 1억 원 안 되는 보증금 때문에 목숨을 끊는 이들이 수억 원의 빚을 내 주택을 매입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2월 27일, 야당 주도로 보완책이 담긴 개정안을 상임위인 국토위에서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보증금을 떼이게 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2천~5천만 원의 정부 지원을 해준 뒤, 사기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들어있다. 또 임대인이 사라져 버린 주택이 관리 부실로 무너지거나 훼손되는 경우가 빈번해, 정부가 이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개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인 간의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가 나서서 직접 구제하는 것은 전례가 없고, 과거 전세사기 피해자나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는 논리다. 내 돈인 세금을 들여 타인의 피해를 구제해 주는 것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냉랭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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