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다마스 사는게 낫다"…보조금 더 쪼그라든 '초소형 전기차'

임찬영 기자, 김도균 기자 2024. 2.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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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보조금 자국우선주의의 명암(下)
[편집자주] 전기차 국고보조금이 결정됐다. 현대차·기아 등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보다 가격 측면에서 유리한 상황이다. 이는 보조금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자국 기업 우선주의에 따른 보조금 정책이 가져 올 영향을 짚어본다.
보조금 트렌드에 해외 공장 짓는 완성차 업체들…'일자리 유출' 우려도
전기차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 현지 생산이 유리해지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현지화에 힘을 쏟고 있다. 공장 유치에 불리한 한국은 일자리 유출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토요타·혼다·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해외 공장 투자를 통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비용도 절감하고 보조금 혜택도 받기 위해서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에서 조립된 차량만 전기차 세액공제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한 게 이런 흐름의 시발점이다. 프랑스 역시 탄소배출량을 보조금 조건에 포함시켜 자국 내 생산 차량을 우대한다.

이같은 트렌드에 맞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토요타는 지난해 10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배터리 공장에 80억 달러(11조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기존 투자 금액까지 합하면 약 139억 달러(약 19조원)가 투입된다. 여기에 미국 켄터키 공장에 13억 달러를 투자해 미 시장을 겨냥한 순수 전기 3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생산한다. 토요타는 현재 일본 모토마치 공장을 비롯해 중국 톈진, 광저우시에 전기차 공장을 운영중이다.

역시 일본계인 혼다는 캐나다에 최대 2조엔(약18조)을 투자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혼다는 2026년 생산을 목표로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을 전기차 생산 기지로 조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하이오주에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있기도 하다.

현대차·기아는 체코와 미국 앨라배마에서 각각 전기차 공장을 갖고 있는데, 올해 10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도 가동을 시작한다. 당초 2025년 상반기 양산 계획이었지만 IRA 규제의 영향으로 준공을 앞당겼다. 이 외에도 기아, BMW그룹, 스텔란티스, 비야디(BYD), 테슬라 등이 IRA 수혜 지역인 멕시코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이 현지 공장에 보조금 혜택을 주고 있는 만큼 해외 완성체 업체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공장이 싱가포르 HMGICS처럼 하나의 문화 공간이 되면서 각국에서도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전기차 공장에 혜택을 주고 있다"며 "외국이 현지 전기차 공장에 혜택을 주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세제, 보조금 등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난해 7월 외투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가 전력 기술 사업화 시설(PHEV 등 전기차 공장) 구축을 위해 기존 시설을 교체하는 투자를 현금 지원(최대 50%)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아직 노사 관계와 같은 걸림돌을 무릅쓰고 투자할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외국 기업 임원들이 한국 지사장으로 오길 싫어하는 이유는 노조로부터 형사고발 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며 "인건비를 해외 수준과 비슷하게 낮추거나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혜택을 주지 않는 한 생산시설 유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소형 전기차' 수요도 보조금도 줄었다…"동남아 진출 꿈인데"
경쟁이 치열한 승용차와 버스 부문에 정부 보조금이 쏠리면서 국내 초소형 전기차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보조금이 줄어들며 일부 소형 전기차 생산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21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초소형 전기차는 577대로 전년 2715대에 비해 78.7% 감소했다. 초소형 전기차란 최고 출력 15㎾ 이하 전기차를 말한다. 국내에선 최고속도 시속 80㎞, 무게 600㎏(상업용차 750㎏) 이하로 제한을 받는다.

2021년 2798대, 2022년 2715대로 2년 연속 2000대를 돌파했던 것에 비하면 초소형 전기차의 감소세가 가파르다. 국내에 처음 등장한 2017년 768대(수입산 포함)에도 미치지 못한다.

업체별로 보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업계 1위 규모 쎄보모빌리티는 영업을 대폭 축소한 상태로 파악된다. 디피코는 2022년 우정사업본부에 우편 배달용 차량 123대를 납품해 같은 해 총 판매량 600대로 업계 2위까지 올라섰지만 지난해에는 72대를 판매했다. 이에 더해 디피코는 지난해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법정 관리를 받고 있다.

업황이 둔화한 가운데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더 줄어든다. 환경부가 지난 6일 발표한 '2024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에 따르면 초소형 전기 승용차 성능보조금은 정액 350만원에서 정액 250만원으로 감소했다. 초소형 전기 화물차의 경우 정액 5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초소형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5000만원대 중·대형 전기차 보조금을 100만원 깎는 것과 2000만원도 안 되는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 100만원 깎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고사위기"라고 했다.

단종된 경상업용차인 '다마스·라보'를 대신해 초소형 자동차 시장으로 눈을 돌리던 자영업자들의 발길도 끊길 가능성이 적지 않다. 초소형 자동차 업계 영업 담당자는 "그나마 구매를 고민하던 자영업자들도 보조금 이후 구매 의사를 철회한 실정"이라고 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세탁소를 운영중인 황모씨는 "원래도 200만~300만원 주고 중고 다마스 사는 게 낫다고들 했었는데 150만원(초소형 화물차 기준) 보조금이 줄었으니 누가 사겠느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동남아시아 등 수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인 만큼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2022년 72억7000만달러인 전세계 초소형 전기차 시장 규모가 2030년 180억5000만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5억대 이상의 이륜차가 보급된 것으로 알려진 동남아시아는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수출지역 중 하나다. 초소형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천국인 동남아 진출을 꿈꾸고 있고 준비하고 있지만 자국의 지원 없이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며 "중소기업이 중심인 초소형 전기차 업계가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 현 상황"이라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수만명이 사는 주거 밀집 지역인 '게이티드 커뮤니티'가 1000곳 이상인데 이런 곳도 초소형 전기차가 개척 가능한 영역"이라며 "수출할 때 혜택을 주는 등 중소기업의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2019년 1월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 '2019 희망배달 집배원 안전다짐 전기차 퍼레이드'의 모습./사진=뉴스1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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