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현장] 클린스만 실패→외국인 No는 이해불가…정몽규 회장은 왜 책임지지 않나
[축구회관=STN뉴스] 이형주 기자 = 답답한 상황이다.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2024 제1차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하면서 공석이 된 대표팀 감독 자리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이날 정해성 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위원이 첫 만남을 가졌다. 정해성 위원장을 필두로 고정운(김포FC 감독) 위원, 박주호(해설위원) 위원, 송명원(전 광주FC 수석코치) 위원, 윤덕여(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위원, 윤정환(강원FC 감독) 위원, 이상기(QMIT 대표, 전 축구선수) 위원, 이영진(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위원, 전경준(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위원 등 총 11명 중 9명이 참여했다. 박성배(숭실대 감독) 위원, 이미연(문경상무 감독) 위원 2명은 소속팀 일정으로 불참했다.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는 24일 토요일 2차 회의 등 계속해서 의견을 나누며 새 감독 선임을 할 예정이다.
정해성 위원장은 회의 이후 같은 날 오후 4시 경 언론 브리핑을 했다. 이 자리에서 정해성 위원장은 "첫째 감독의 역량, 둘째 육성, 셋째는 명분, 넷째는 경험, 다섯 번째는 소통의 능력,여섯 번째는 리더십, 일곱 번째 최선의 코칭 스태프를 구성 여부, 여덟 번째는 성적 내기다. 이 기준들을 통해 감독을 선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는 외국인 감독보다는 한국인 감독 쪽이 중론이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후보를 검토한 뒤 감독을 선임하겠다"라고 전했다.
이날 정해성 위원장의 말은 원론적인 말이 대부분으로 별다른 설득력을 가져오지 못했다. 지난 2018년 당시 김판곤 위원장이 솔직하고, 정확한 설명으로 대중을 이해시켰던 것과는 달랐다.
특히 이날 정해성 위원장의 말은 전력강화위원회가 한국인 감독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였다. 정해성 위원장은 "전반적으로 열어는 놨지만, 시기적으로 우리가 3월 월드컵 예선 2경기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선수들 파악하고 기간적으로 봤을 때 외국 감독도 열어 놨지만 국내 감독으로 좀 더 기준을 비중을 둬야하지 않나라는 의견을 나눴다"라고 전했다.
지난 클린스만 체제는 분명 실패했다. 하지만 그것은 클린스만의 실패이지, 외국인 감독의 실패가 아니다. 거스 히딩크 등 우리가 만난 좋은 외국인 감독들도 있다. 축구 팬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한국인 감독, 오직 외국인 감독이 아니라 능력있는 후보를 면밀히 검토하고 그 중 제일을 뽑는 것이다. 물론 허락된 예산은 한정적이나 팬들은 그 안에서 최고의 감독을 뽑길 바란다.
물론 3월에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 2연전은 가볍게 볼 수 없는 경기다. 물론 전력 상 우리가 상당한 우위지만, 당장 지난 아시안컵에서 아시아 국가의 성장세를 확인했다. 다른 대회도 아니고 월드컵 예선이기에 절대 패해서는 안 되는 경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촉박함에 너무 매몰된 느낌이 강하다. 아직 토론의 여지가 있지만, 임시 감독보다는 정식 감독 선임이 유력하고, 그렇기에 한국인 감독 선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국인 감독들도 훌륭한 감독들이 많지만 외국인 감독에 대해 평가도 안 해보는 것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한국인 감독이 선임된다면 높은 확률로 K리그 현임 감독이 선임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이에 따른 후속 대처나 보상 방안, 설득 방안도 전무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그저 "지금 클럽에 계신 분이 정해진다면 그 클럽으로 가 도움을 요청해야 될 것 같다. 결정된 감독에 대한 부분은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려고 한다"며 읍소 예고(?)를 할 뿐이었다.
외국인 감독 리스트에 대한 파악에도 의문이 들었다. 2018년 당시 김판곤 위원장은 리스트업을 하고, 직접 면접을 보는 등 발로 뛰었다. 키케 플로레스 감독, 벤투 감독 등을 현지에서 만난 것은 이미 유명하다.
정해성 위원장은 지난 2010년 코치로 한국의 첫 원정 16강을 도운 훌륭한 일을 해냈지만, 위원장으로서의 능력에는 아직 의문 부호가 붙는다. 그보다 앞서 정해성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려고 시도를 하는 열의를 보일지에 대한 의문이 먼저 붙는다.
이렇게 되니 정해성 위원장의 내정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대한축구협회 임원회의에서 이석재 부회장이 "이제 내국인이 해야되지 않느냐. 경험 있는 정해성 위원장이 해야되지 않나"라고 말했고, 이를 정해성 위원장이 "그 때 그분의 의견이었을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팬들의 걱정의 크기는 그만큼 크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이 사태를 초래한 정몽규 회장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클린스만 감독이 '슈피겔'을 통해 폭로한 이야기도 있었고, 정몽규 회장이 그의 선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론이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고, 마이클 뮐러 전 위원장이 선임을 주도했더라도 재가는 정몽규 회장이 내렸다. 따라서 책임도 그에게 있다.
정몽규 회장의 잘못된 결정으로 거의 100억에 달하는 클린스만의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고, 또 월드컵 예선을 채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새 감독을 구해야 하게 됐다.
이 정도라면 회장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 여기에 2023년 승부조작범 사면 시도로 스포츠의 공정성을 더럽히기까지 한 정몽규 회장이지만, 책임 없이 직을 이어오고 있다. 적어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위약금에 대한 책임을 기대했지만, 지난 16일 "협회장으로 금전적인 부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해보겠다"라는 말 뿐 실제 행동은 없었다.
그야말로 답답한 상황만이 이어지고 있다. 책임져야 하는 사람의 행동은 없고, 납득하기 힘든 프로세스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감독이 뽑혀 대표팀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까. 운이 따른다면 가능할지 모르나, 그 운은 요원해보인다.
STN뉴스=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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