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고음 빼고 돌아온 김범수…10년 만의 정규앨범 ‘여행’

서정민 기자 2024. 2. 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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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음 빼고 돌아온 김범수…10년 만의 정규앨범 ‘여행’

그는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장발을 하고 있었다.

고음이 빠진 김범수를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대중의 기대감에 대한 고민도 했죠. 반대 의견도 많았고요.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상황에선 이게 해답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제 정체성을 바꾸는 건 아니에요. 얼마든지 이전 창법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다만 지금은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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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정규 앨범인 9집 ‘여행’을 들고 돌아온 가수 김범수. 영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장발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 때 미용실에 안 가다가 이참에 길러보자 했어요. 관리도 힘들고 주변의 핍박도 심했지만, 참고 길렀죠. 요즘 차분해진 제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지난 16일 서울 방배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김범수가 조곤조곤 말했다. 그는 “20대 때는 수줍음 많고 혼자 있는 걸 좋아했지만, 한창 활동하던 30대 때는 붕 떠 있었다. 이제 다시 20대 시절 성격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단이었다. 일이 끊기고 공연을 못하니 자꾸 침울해졌다. 발라드가 밀려나는 등 음악 시장의 변화에 따른 고민도 깊어졌다. “이토록 막막하고 공허한 기분은 처음이었어요. 계속 이러다간 깊은 우울에 빠질 수 있겠구나 싶었죠. 어느 순간 주위 환경보다 내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마음을 다스려보기로 했어요. 그 결과, 업도 다운도 잘 없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됐죠.”

10년 만의 정규 앨범인 9집 ‘여행’을 들고 돌아온 가수 김범수. 영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변화는 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자신은 빼어난 고음의 보컬리스트로 이름을 날렸지만, 즐겨듣는 플레이리스트에는 서정적인 가사의 담백한 노래들이 빼곡했다. ‘그래, 이런 음악을 해보자.’ 그는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싱어송라이터들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최유리, 선우정아, 이상순, 임헌일, 김제형,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 등이 흔쾌히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들은 김범수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이를 반영해 곡을 써줬다. “곡을 받고는 꼭 내 얘기 같아서 너무 마음에 들었다. 수제화 같은 곡들이었다”고 김범수는 말했다.

이를 담은 것이 22일 발매되는 9집 ‘여행’이다. 8집 ‘힘’ 이후 무려 10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요즘 시류에 이런 무게의 정규 앨범을 내는 게 과연 효율적인 것인지, 오랜 시간 망설였어요. 하지만 데뷔 25주년을 맞는 올해, 저를 사랑해주신 분들께 선물 하나는 들고 인사드려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용기를 냈죠.”

김범수가 10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인 9집 ‘여행’ 표지. 영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이번 앨범에서 특유의 고음 내지르는 창법을 많이 뺐다. 음압(소리의 압력)이 너무 세면 노래의 서정성을 전하는 데 방해가 될 거란 판단에서다. 그는 “고음을 내지르지 않으니 피지컬적으론 수월했다. 하지만 과도한 감정 표현을 절제하면서 가사 하나하나에 진심을 눌러 담아 부르는 게 다른 면에서 힘들었다”고 녹음 당시를 떠올렸다.

고음이 빠진 김범수를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대중의 기대감에 대한 고민도 했죠. 반대 의견도 많았고요.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상황에선 이게 해답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제 정체성을 바꾸는 건 아니에요. 얼마든지 이전 창법으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다만 지금은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요.”

10년 만의 정규 앨범인 9집 ‘여행’을 들고 돌아온 가수 김범수. 영엔터테인먼트 제공

타이틀곡 ‘여행’은 최유리가 작사·작곡했다. “내 삶이 녹아든 가사에 큰 감동을 느꼈다”고 김범수는 말했다. 그는 “난 어떤 여행을 떠나왔나/ 도대체 맞는 게 뭔질 몰라/ 잃어버려도 날 잊어버려도 날 계속 생각할까”라고 노래한다. “준비를 철저히 해도 여행에는 날씨 등 여러 변수가 많아요. 제 음악 인생도 그랬죠. 돌이켜보면 참 치열했어요. 처음에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해야 했을 때 괴로움도 있었고, 크고 작은 어려움과 갈등도 있었죠. 그렇게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음악이 좋아서 여기까지 왔구나하는 생각에 이제는 뿌듯한 마음이 더 커요.”

그의 여행은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다. 그래서 노래는 “언젠가는 또 언젠가는 그래 언젠가는 아/ 여행을 떠나봐야지”하고 끝난다. “전에 공연하면서 ‘50년 동안 노래하는 게 꿈’이라고 한 적이 있어요. 이제 반환점을 도는 셈이죠. 남은 길은 지나온 길만큼 빠른 속도가 아니었으면 해요. 앞만 보며 가지 않았으면 해요. 이제는 천천히 여유롭게, 그동안 도움과 사랑을 주셨던 분들과 함께 즐기면서 가고 싶어요. 돈·인기·성과를 떠나 처음 가수를 하려 했던 마음, 음악과 노래만으로 충분히 기뻤던 마음으로 남은 여행을 했으면 좋겠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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