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주년 김범수 “애국가 가사 실수 흑역사, ‘나가수’ 잊을 수 없어”[EN:인터뷰①]

(사진=영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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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하나 기자]

가수 김범수가 자신의 진심을 눌러 담은 정규 앨범으로 데뷔 25주년을 자축했다.

김범수는 2월 22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에 정규 9집 앨범 ‘여행’을 발매한다.

‘여행’은 지난 2014년 발매된 정규 8집 앨범 ‘HIM’(힘) 이후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으로,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김범수에게 더욱 뜻깊은 앨범이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뉴스엔을 만난 김범수는 “음원 프로젝트, 공연 등 나름대로 활동하고 있었지만, 오래 걸리긴 했다. 요즘엔 차트 색깔과 시장 자체도 변화해서 차트인 되는 것도 쉽지 않다 보니 지루한 작업이 연속된 느낌이 들었다”라며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가수들과 얘기하면 다들 피지컬 앨범을 내야 함에도 너무 두렵다고 한다. 용기가 필요하다. 제작비에 대한 효율성을 고민하면서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러다 나도 10년이 흘렀다”라고 10년 만에 정규 앨범을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초부터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고 생각한 이유에는 팬이 있었다. 김범수는 “데뷔 25주년을 맞이할 때 그래도 선물 하나쯤은 들고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작년 초부터 기획했고, 예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과 시도를 많이 담았다. 나에게도 선물이 된 앨범이고, 내 앨범을 기다려 주신 대중, 팬들에게도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총 11곡이 수록된 ‘여행’에는 최유리, 선우정아, 이상순, 임헌일, 작곡가 피노미노츠(Phenomenotes) 등이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곡 선정 과정에서 어떤 작곡가와 작업할지 고민했던 김범수는 자신의 최근 플레이리스트에서 해답을 얻었다.

김범수는 “초창기 작업을 해줬던 분들과 함께 해 다시 영광을 되찾을지, 지금 핫하고 트렌디한 프로듀서들과 협업하는게 맞을지 고민했는데 둘 다 답이 안 나오더라. 그러다 내 플레이리스를 떠올렸는데, 하나같이 미니멀한 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이번 앨범에 참여한 싱어송라이터들이 리스트업 되더라”며 “개인적으로 엄청 친한 분들은 단 한 분도 없지만, 한 분도 빠짐없이 흔쾌히 참여해주셨다. 정말 열심히 고민해서 나에게 걸맞은 노래를 써주려고 노력해주셨다. 덕분에 굉장히 좋은 앨범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동명의 타이틀곡 ‘여행’은 싱어송라이터 최유리가 작사 및 작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어제가 후회되고, 내일이 두렵지만 용기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아티스트 김범수의 여정을 함축적으로 담았다.

이전에는 절규하고 눈물을 쏟아내는 것처럼 폭발적인 가창력 위주의 곡을 보여줬다면, ‘여행’은 슬픔을 완전히 쏟아내지 않는 서정적인 분위기다. 김범수는 “최유리 씨 곡은 가사가 굉장히 추상적이다. 그래서 듣고 위로를 받을 수 있고, 슬픔에 빠질 수 있고 다양한 결말을 얻을 수 있다. ‘여행’ 가사에는 내 25년 음악 인생도 다 담겨 있더라. 잘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넘어지고 실수했던 것들이 먼저 떠오르더라. 그러면서도 여기까지 온 감사함, 앞으로 내가 가야 할 여행에 대한 고민까지 담겨 있었다. 받자마자 정말 좋아서 가사 수정도 거의 없이 작업했다”라고 만족했다.

김범수는 평소에도 즐겨 들었던 최유리 음악만의 힘에 대해 칭찬했다. 김범수는 “가득 찬 잔에 작은 구멍이 뚫린 것만으로도 큰 결핍을 느끼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이 불안해하고 우울해한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할 때 최유리 님의 노래를 접하게 됐고, 큰 힘이 됐다”라며 “유리 씨한테도 그런 부분을 담아달라고 부탁했다. ‘선배님의 지금까지 여정을 담으면 어떻겠냐’라고 ‘여행’을 주제로 했을 때 정말 좋았다. 내가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기대 이상으로 좋은 곡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김범수는 추천하고 싶은 곡으로 나태주 시인의 시에 자신이 멜로디를 붙여 만든 ‘너를 두고’를 꼽았다. 제주살이를 하면서 나태주 시인의 시를 접했다는 김범수는 “이번에 가사가 잘 들리는 시집 같은 앨범을 만들자는 콘셉트를 정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게 나태주 시인이었다. 나태주 시인이 추천해 준 몇 개의 시 중에 ‘너를 두고’에 (가장 큰) 힘을 느꼈다”라며 “부모가 자녀에게 주고자 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잘 담겨 있는 가사다.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에 조카들을 생각하면서 불렀다”라고 설명했다.

김범수는 ‘너를 두고’ 외에는 모두 외부 작사, 작곡가의 곡을 선택했다. 그는 “어느 순간 곡자로서는 많이 내려놨다. 8집 앨범 프로듀싱하면서 곡도, 가사도 많이 써봤는데 내가 그 영역에서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작업자로서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라며 “보컬리스트로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내 걸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너를 두고’도 인트로 개념으로 쓴 곡이다. 메인보다는 색깔을 표현하는 의미로 1번 트랙에 수록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25주년 동안 잊을 수 없었던 순간도 공개 됐다. 김범수는 “흑역사도 굉장히 많다. 예전 추억이 다 아름답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웃음). 큰 사건인데 작게 넘어간 건 야구 시구 가서 애국가 틀렸을 때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창피하다. 대한민국 국민인데 어떻게 애국가를”이라며 “가사 실수도 너무 많고, 얼굴을 공개하고 나서는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물론 좋았던 순간도 차고 넘치게 많았다. 특히 ‘나는 가수다’ 촬영은 가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라고 답했다.

한 가지를 오래하지 못 하는 성격이라는 김범수에게 데뷔 25주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다. 김범수는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시작했고 오랫동안 하고 싶었지만. 의구심이 들었다. 다양한 재능으로 승부하신 분들이 많다 보니 나도 그게 맞나 싶어서 다양한 걸 해봤지만, 나는 감사하게도 노래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더라. 그게 한가지 길을 갈 수밖에 없던 가장 큰 이유였다”라며 “선배님들이 25주년을 맞았을 때 모습을 보면 하나같이 너무 덤덤하시더라. ‘파티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 내가 지금 그렇더라.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문세, 조용필, 패티김 선배님들처럼 노래만 하다가 나중에 노래로 은퇴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뉴스엔 이하나 blis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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