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재활용하고 그린수소 만들고… 사업 자체가 ‘친환경’ [ESG클린리더스]
환경과 에너지 발판으로 신사업 진출
사업모델과 ESG경영이 하나로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미국 네바다주. 이곳에는 수명이 다한 전기·전자제품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 공장이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자회사인 재활용 전문 기업 테스(TES)가 운영하는 ‘ITAD(정보기술자산처분서비스)’ 전용 공장이다. 이곳에서는 스마트폰부터 데이터센터 장비에 이르기까지 IT 자산에 담긴 정보를 완전히 파기하는 ITAD 작업이 이뤄진다. 이렇게 말끔해진 제품은 수리를 거치거나 부품이나 소재로 분해돼 다시 판매된다. 앞으로 이 공장을 북미 서부의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건설에서 출발한 SK에코플랜트가 환경·에너지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SK에코플랜트에 ‘친환경’은 구호가 아니라 미래다. 외형적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건설업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 주력 분야로 키우는 것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사업 모델 자체인 셈이다.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환경시설이나 탄소중립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 태양광 프로젝트(사업)를 수주하는 등 가시적 성과도 내고 있다. 단순히 기존 사업 구성에 신사업을 추가한 것이 아니다. 원재료를 수집하고 가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모든 과정을 갖추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세계적 수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
폐배터리 재활용은 SK에코플랜트가 세계 시장을 선점하려 주력하는 분야다. 최근에는 폐배터리에서 나오는 광물 회수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용매 추출 방식을 활용해 니켈·코발트 회수율 97%, 리튬 회수율 90%를 달성했다. 회수한 금속의 순도도 99.9%를 웃돈다.
무엇보다 폐배터리 재활용 중심지로 꼽히는 유럽, 중국, 북미 지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 밸류체인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재활용해 다시 배터리로 공급하는 공급망을 확보한 것이다. 테스가 세계 23개국에서 얻은 폐기물 수거·보관·운송 경험과 기술도 시너지(동반상승) 효과를 낼 전망이다.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위해 꼭 필요한 바젤 퍼밋(Basel Permit) 인허가도 다수 확보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전기차 폐배터리가 쏟아지는 시기가 되면 무엇보다 폐배터리 물량을 확보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23개국에 걸친 세계 거점 네트워크(공급망)와 30여 개 바젤 퍼밋 기반 인허가도 SK에코플랜트의 차별적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버려지는 폐기물을 제로로”
‘순환경제 디자이너’는 SK에코플랜트가 내세운 폐기물 재활용 비전이다. 이에 맞춰 소각·매립 등 전방산업을 넘어 폐기물을 에너지화하고 자원화하는 후방산업 분야의 역량도 강화했다. 특히 단순히 폐기물을 태우는 역할에 그쳤던 소각시설을 앞으로는 에너지 발전소로서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폐기물을 소각하며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해 스팀과 전기를 생산하는 구조다. 현재 SK에코플랜트가 소각 분야에서 거두는 매출 가운데 에너지 비중은 30%대까지 늘어났다.
소각 후 발생하는 재도 자원으로 활용한다. SK에코플랜트는 국내 최초로 폐기물 소각재와 하수슬러지 건조재로 시멘트 대체재를 생산하고 있다. 실험을 거듭해 오염물질과 악취는 제거하고 건설재료의 압축강도는 높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소각재 매립량을 최소화해 매립장 포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SK에코플랜트가 개발한 시멘트 대체재와 철근 대체재는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CES 2024’ SK관 구성에 활용되기도 했다.
에너지 사업 수주도 청신호
에너지 사업 역시 밸류체인 구축을 마쳤다. SK에코플랜트는 아시아 1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기업인 SK오션플랜트(옛 삼강엠앤티)를 인수하며 재생에너지 사업개발부터 기자재 제조, 발전사업 운영, EPC(설계·조달·시공)가 한 번에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SK오션플랜트가 대만, 일본 등에서 수주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실적만 2GW(기가와트) 수준이다.
지난해 5월부터는 여러 대륙에 걸친 그린수소 상용화 프로젝트에 핵심 기업으로 참여 중이다. 그린수소는 신재생 에너지만을 활용해 생산하는 수소다. 프로젝트 지분의 20%를 보유한 SK에코플랜트는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를 공급하는 한편, 그린수소를 운반과 저장이 용이한 그린암모니아로 변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밖에 텍사스 콘초 카운티 지역에 459㎿(메가와트)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해 현지 기업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도 펼치고 있다. 두 프로젝트에서 SK에코플랜트가 확보한 수주권은 약 2조6,000억 원에 이른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환경 업스트림 산업과 그린수소 등 미래 에너지 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온 결실을 맺고 있다”며 “글로벌 그린 비즈니스 분야 핵심 플레이어로서 시장을 선점하고 성장동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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