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없이 던졌다···78승, ‘코리안 몬스터’ 시대가 막을 내렸다
지난해 10월1일 류현진(37)은 탬파베이를 상대로 토론토 선발로서 마운드에 올랐다. 3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 0-2로 뒤진 4회초에 52개를 던진 채 마운드를 내려왔다. 팔꿈치 수술 뒤 재활을 마친 류현진에게 토론토는 많은 이닝을 맡기지 않았다.
잘 던지고 있어도 조기 교체를 반복했던 지난 시즌 후반기, 류현진의 11번째 등판이었던 이날 경기는 결국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마지막 경기가 됐다. 아쉬움은 있겠지만 후회 없이 던진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의 마운드를 완전히 내려왔다.
류현진이 한화행을 결정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11년 간 대활약했던 ‘코리안 몬스터’의 시대도 막을 내렸다. 류현진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택했다. 만족할 수 없는 계약으로 메이저리거 경력을 이어가기보다는 아직 최고의 투구를 할 자신이 있을 때 한화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국인 투수의 흔적을 명확히 새겼다. 앞서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대학 재학 중 미국으로 가 산전수전 끝에 성공시대를 열고 한국 메이저리거 역사의 문을 연 반면, 류현진은 출발부터 힘찬 모습으로 메이저리그에 KBO리그 출신의 성공시대를 알린 최초의 선수다.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등이 서로 의지하며 함께 뛰던 한국인 메이저리거 1세대에 이어 류현진은 사실상 혼자서 그 다음 세대의 명맥을 지켜냈다.
2013년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에 계약해 데뷔한 뒤 선발 자리를 꿰찼고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등과 함께 인기 강팀 다저스의 마운드 축으로 활약했다. 투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었던 어깨 수술도 받았고 선발 경쟁을 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늘 살아남았다.
2020년 자유계약선수(FA)가 돼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는 한국인 투수 사상 메이저리그 최고 계약 기록을 썼다. 토론토의 어린 투수들을 끌어줄 베테랑으로서 역할을 기대받았다. 에이스로 뛰었지만 30대 중반을 넘기면서 힘이 떨어지고 부상도 찾아왔지만 류현진은 꼭 다시 일어섰다.
2022년 시즌 중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메이저리거 경력의 위기를 맞고서도 1년간 재활을 버텨냈고 지난 시즌 후반기 마운드로 돌아갔다. 11경기에 등판해 3승3패 평균자책 3.46,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30대 후반의 투수가 팔꿈치 수술을 하고 1년 재활을 하고 돌아와 저렇게 던질 수 있느냐는 감탄이 미국 언론에서도 쏟아졌다.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보인 채로 류현진은 FA가 됐고 오랜 시간 고민과 갈등을 한 뒤 메이저리거에서 KBO리거로 돌아갈 시점을 스스로 선택했다.
류현진은 통산 186경기를 던졌다. 1055.1이닝을 던져 삼진 934개를 잡고 평균자책 3.27을 기록했다. 다저스에서 데뷔 첫해, 2013년 4월8일 데뷔 두번째 경기였던 피츠버그전(6.1이닝 3피안타 2실점)에서 거둔 첫승을 시작으로 다저스에서 54승, 토론토에서 24승으로 통산 78승(48패)을 거뒀다. 4차례나 시즌 14승(2013~2014, 2019, 2021년)을 수확했고, 사이영상과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각각 2차례씩 오르기도 했다. 2019년에는 내셔널리그 평균자책 1위였고,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에서도 9차례 선발 등판해 41.1이닝을 던지고 3승3패 평균자책 4.54를 기록했다.
불과 며칠 전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이 남은 FA 중 뽑은 상위 10명 리스트에 류현진은 8위로 포함돼 있었다. 류현진이 한국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메이저리그는 분명히 류현진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류현진은 KBO리그로 돌아오기로 했다. 코리안 몬스터의 시대가 막을 내렸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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