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없는" 여덟 가지 요건 제시…'제2의 클린스만' 막을까
임시 체제 아닌 정식 감독 유력…국내파 가닥
축구협회, 신뢰 잃었으나 또 편향된 시선 보여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여덟 가지 모두에 부합하는 모습들 갖춘 감독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가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의 후임자를 찾는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1차 전력강화위원회 비공개 회의를 열고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자를 뽑는 논의를 진행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준결승 탈락해 경질된 클린스만 전 감독과 함께 물러난 마이클 뮐러(독일) 전 전력강화위원장의 후임으로 선임된 정해성 신임 위원장이 회의를 주도했다.
신임 전력강화위원은 고정운 김포FC 감독, 박성배 숭실대 감독, 박주호 해설위원, 송명원 전 광주FC 수석코치, 윤덕여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윤정환 강원FC 감독,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 이상기 QMIT 대표, 이영진 전 베트남 대표팀 코치, 전경준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 등 10명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1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는 총 11명 중 9명만 참석했다.
박성배 숭실대 감독과 이미연 문경상무 감독은 소속팀 일정으로 불참했다.
첫 회의였던 만큼 감독을 뽑는 가이드라인을 구축하는 데 집중한 분위기였다.
정 위원장은 회의 후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자질과 요건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1차 회의에서 거론된 차기 감독의 자질과 요건은 ▲전술적 역량 ▲선수단 육성 ▲명분 ▲경력 ▲소통 능력 ▲리더십 ▲코칭스태프 꾸릴 능력 ▲성적 등 크게 여덟 가지로 정리됐다.
정 위원장은 "현재 대표팀 스쿼드에 맞는 게임 플랜을 짜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며, 육성으로 취약 포지션을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지도자로서 성과가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풍부한 대회 경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수는 물론 협회와 함께 기술 철학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과 협회가 추구하는 철학에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연령별 대표팀과의 소통도 포함"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MZ세대 성향에 따라 어떤 리더십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관리형, 동기부여형, 권위형 등 다양한 리더십이 있다"며 "아울러 전술이나 선수 관리 측면에서 감독이 가장 최적의 결정을 할 수 있는 코칭스태프 등 인적 시스템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자질을 바탕으로 믿고 맡겼을 때 성적을 낼 능력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위원들이) 의견을 모아줬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는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당시 제대로 된 프로세스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독단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의견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에 정 회장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할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 61명에서 23명으로 좁혀지고, 최종으로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5명을 정했다. 이후 인터뷰를 했고, 클린스만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직접 해명했다.
축구협회 차원에서 투명한 절차를 밟았다고 강조했으나, 정작 그렇게 주장한 축구협회와 일했던 클린스만 전 감독은 다른 이야기를 해 논란을 빚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독일 주간지 '슈피겔'을 통해 자신은 농담으로 "감독을 찾고 있냐"고 물었는데, 정 회장이 직접 전화해 관심을 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잡음이 계속되면서 축구협회는 팬들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잃었고, 최근에는 한 시민단체로부터 정 회장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를 의식한 듯,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번 선임 과정에선 '제2의 클린스만'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점을 밝혔다.
정 위원장은 "전력강화위원들 모시면서 한 이야기가 '이번 감독을 선임할 때는 거수로 결정하거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 하는 건 없다'고 분명히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들 모두)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걸 느꼈다. 심도있게 논의해서 지금 가장 적절한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강조했다.
투명성을 강조했으나, 전력강화위원회의 주장처럼 공정한 절차를 밟고 후임 감독을 뽑을지는 의문부호가 따른다.
정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임시 체제보다는 이번에 정식으로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며 "위원회에서는 국내파, 국외파 다 열어놓고 준비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밟는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금세 "(3월 A매치 전까지) 선수들 파악을 할 수 있는 시간 등을 고려했을 때 외국 감독도 (후보로) 열어놨지만, 국내 감독 쪽으로 비중을 둬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나눴다"며 편향된 시선을 갖고 차기 사령탑을 선임하겠다고 털어놨다.
기적적으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밝힌 여덟 가지 요건에 부합하는 외국인 감독을 빠르게 찾더라도 국적이 한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후보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밝힌 셈이었다.
실제 복수 언론을 통해 첫 회의가 진행되기 전부터 국내파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축구협회 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보도가 나왔다.
이에 축구 팬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특정 감독을 정해놓고 형식적인 절차만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빠르게 2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당장 오는 24일 다시 모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회의를 통해 감독 후보를 추릴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2차 회의에서 차기 사령탑 후보 리스트를 추릴 것"이라며 "2차 회의 이후에 후보 면접을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2차 회의를 통해 임시 감독 체제로 전환할 여지가 있다고 귀띔했으나, 3월 말에 열리는 A매치 전까지 국내 감독을 뽑겠다고 방향을 명확히 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클린스만 전 감독의 후임이 정해질 예정이다.
현재 후보로는 홍명보 프로축구 K리그1 울산현대 감독을 비롯해,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wlsduq1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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