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10억 생긴다면 징역살이 1년쯤이야

강재규 법률사무소 주진 대표변호사 입력 2024. 2.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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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규 법률사무소 주진 대표변호사

"나 같아도 몇 억 해먹고 말겠다"라는 푸념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명 연예인 박모 씨의 형이 7억 원을 횡령했음에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10억 원대의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에게 징역 2-3년의 형이 선고됐던 사건과 유튜브 구독자들을 상대로 100억 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인 30대 유튜버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형이 선고된 사건을 비롯해 우리의 법 감정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되는 일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형을 정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빠져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형법에서 피고인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이유는 대체로 '①범죄자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②범죄를 저지르고 처벌받는 사람을 지켜보면서 일반 대중이 범죄를 저지르려는 마음을 가질 수 없도록 하기 위해, ③피해자의 보복 감정을 충족시켜주기 위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이해되고 있다.

'피해자의 보복 감정'을 제일 우선순위에 두고 판단해 보면 어떨까.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그에 상응하는 보복이 뒤따르게 된다면, 단순히 피해자의 법 감정을 충족시켜 주는 데에서 나아가 당해 피고인의 재범을 예방하는 효과가 생기고, 시민들에게도 형벌의 위하력을 발생시킨다. 피해자와의 합의를 통해 범죄의 피해가 회복되면 피해자의 법 감정이 누그러질 수 있고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범죄수익이 크지 않아 재범을 저지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피해자의 법 감정을 존중하는 것은 단순한 감정적 보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에도 피고인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나머지 이유들을 모두 충족시키는 첫 단추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됐으니,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재산범죄에 대한 형벌을 검토해 보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재산범죄에 대해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법정형으로 정하고 있으며, 이를 구체화 한 대법원의 양형기준에서 횡령죄의 경우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에 해당하는 범행에 대해 2-5년의 징역형을 권고하고 있다. 기본적인 유형으로 가중요소와 감경요소를 고려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법에서 정한 3년 이상의 유기징역보다 낮은 2년의 형을 선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재산범죄에서 피해자가 갖게 되는 특수한 법 감정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양형기준에 반영됐으면 하는 요소에 관해 이런 관점도 제시해 본다. 피해자의 법 감정은 통상적으로 재산 형성에 투입한 노력과 시간에 비례할 것이다. 10억 원의 사기나 횡령 범행에 대해서 이를 단순한 금전적 손해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10억 원을 모으기 위해 노력한 시간과 삶을 도둑질 맞은 것이라는 관점에서 피해의 규모에 대해서 현행 기준보다 조금 더 높은 가중치를 두고 적정한 형량을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누군가의 최저시급이 9860원 근처에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평가한다면, 누군가로부터 10억 원을 빼앗아 간 범행은 어떤 이의 인생 40년을 빼앗아간 것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으므로, 이 지점을 조금 더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고등학생 중 44%가 "10억 생긴다면 징역살이 1년쯤이야 다녀오겠다"라고 대답했던 것을 보면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양형기준이 오히려 범행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든다. 재산범죄는 다른 범죄와 다르게 대부분 고의에 의해 사전에 기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형기준을 손보는 것만으로도 범죄 예방 효과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법 감정에 따라서 그에 준하는 형벌이 부과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강재규 법률사무소 주진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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