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재도에선 나홀로 의료인…“병원 가려면 배타고 3시간”

정윤경 기자 2024. 2. 22.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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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뱃길로 가장 먼 섬으로 알려진 '만재도'에는 딱 한 명의 의료인이 있다.

그러다 보니 만재도민은 하나뿐인 의료기관인 보건진료소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는 "목포에 나갔다가 배편이 끊겨서 돌아오지 못할까 봐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본가(목포)에 다녀온다"면서 "언제라도 도민들이 진료소에 전화하면 내 휴대전화로 연결될 수 있게끔 해놓았다"고 말했다.

만재도 내 유일한 의료인인 그의 막중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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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1명이 70명 주민 책임져…“24시간 대기”
만재도에서 목포까지 배 타고 왕복 6시간…“결항도 부지기수”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만재도보건진료소에서 도민들이 물리치료를 받는 모습(위쪽)과 진료 전 대기하는 모습(아래쪽) ⓒ독자 제공

대한민국에서 뱃길로 가장 먼 섬으로 알려진 '만재도'에는 딱 한 명의 의료인이 있다. 그는 환자를 진료하는 것부터 의료 처치 행위, 약 제조까지 혼자서 의사·간호사·약사 역할을 도맡는다. 이뿐만 아니다. 기록물 관리, 회계, 심지어 마을 주민을 위한 찜질방 운영까지 책임진다.

그 주인공은 70명의 만재도민 건강을 책임지는 김지혜 만재도보건진료소 소장(37)이다. 김 소장은 간호사 면허를 취득한 보건진료직 공무원이다. 간호사인 그가 단독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의료취약지역에서 간호사 등도 경미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서다. 의사 수가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 주민들이 최소한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법이다.

만재도의 유일한 의료인 김지혜 만재도보건진료소 소장 ⓒ김 소장 제공

목포-만재도 배편 하루 한 번…"퇴근·주말도 반납"

김 소장이 근무하는 만재도보건진료소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리에 있다.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 촬영지로 잘 알려진 만재도에는 2월20일 기준 70명(남 38명·여 32명)의 주민이 있다.

도민들이 병원에 가려면 목포까지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만재도와 목포를 잇는 배편은 하루에 딱 한 번뿐이다. 그마저도 풍랑주의보로 인해 배가 뜨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출항 여부는 당일 여객터미널에 전화를 해봐야 알 수 있다. 직접 여객터미널에 문의해 보니 이번 주 내내 목포로 출항하는 배편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운 좋게 배가 떴다고 해도 목포까지 가려면 왕복 6시간 동안 배를 타야 한다.

전남 신안군에 있는 만재도보건진료소 위치 ⓒ네이버 지도 캡쳐

그러다 보니 만재도민은 하나뿐인 의료기관인 보건진료소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 도민들의 사정을 잘 아는 김 소장도 쉽사리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그는 "목포에 나갔다가 배편이 끊겨서 돌아오지 못할까 봐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본가(목포)에 다녀온다"면서 "언제라도 도민들이 진료소에 전화하면 내 휴대전화로 연결될 수 있게끔 해놓았다"고 말했다.

진료소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다. 하지만 김 소장의 일과를 보면 24시간 내내 진료를 볼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새벽 2~3시쯤 갑작스럽게 알러지가 났거나 큰 화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전화가 온다"며 "위급한 경우 119나 해양 경찰에 연락해 헬기를 띄워 이송이 가능한지 문의하기도 한다"고 회상했다. 그는 잘 때도 머리맡에 휴대전화를 두고 무음모드를 끄고 잔다고 했다. 만재도 내 유일한 의료인인 그의 막중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습관이다.

만재도민 대부분은 멸치·전복·장어 등 각종 수산물을 취급하는 어업 종사자다. 주로 낚시바늘 등에 손을 다쳐 온 외상 환자들이 많다. 고된 어업에 지친 도민들이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기도 한다. 진료소에서는 치료를 받는 것뿐만이 아니라 찜질방, 안마의자 등도 이용할 수 있다. 도민들의 복지를 위해 지자체에서 구비한 것이다.

보건진료소는 대개 1인 근무체제인 데다 업무량도 많아 의료인이 기피하는 곳이기도 하다. 김 소장도 1년 전 이곳에 발령받았을 때 "일상생활이 없겠구나"라고 낙담했다고 한다.

김 소장은 보건진료소가 1인 체제에서 벗어나 2인 교대 체제로 운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인이 정해진 시간에만 진료를 볼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김 소장은 "사실상 퇴근과 주말이 없다 보니 가정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라며 "다음 달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결혼 준비를 남편이 전적으로 맡고 있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도민들의 건강을 지킨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만재도보건진료소 전경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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