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기대는 사라졌고…AI 대장주 실적만 믿습니다 [뉴욕마감]
나스닥 지수가 엔비디아 리스크를 경계하며 3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만큼 엔비디아가 이끄는 AI(인공지능) 파티가 정점에 달한 게 아니냐는 방증으로 읽힌다. 뉴욕증시는 다우존스 지수와 S&P 500 지수가 소폭 반등하면서 혼조세를 이뤘다.
하지만 장 마감 후 발표한 엔비디아 실적은 시장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었다. 4분기 매출은 221억 달러로 전문가 예상치 206억 2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 넘었다. 같은 기간 주당 조정이익도 5.15달러로 예상치 4.64달러를 상회했다. 정규장에서 연이틀 하락했던 주가는 이날 시간외 거래에서 2%대 반등하기 시작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8.44(0.13%) 오른 38,612.24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6.29포인트(0.13%) 상승한 4,981.8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나스닥은 49.91포인트(0.32%) 떨어져 지수는 15,580.87에 마감했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엔비디아라는 핵심 촉매제가 시장을 지탱할 수 있을까"라며 "최근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시장에는 엔비디아와 같은 주도주의 수익과 지침만이 남겨졌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투심이 지수 성장을 이끌어온 대장주들의 실적에 좌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크로스비는 "엔비디아는 슈퍼스타이지만 더 많은 것을 간절히 바라는 시장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실적에 대한 과한 기대감을 경계했다.
의사록은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정책 기조를 완화하기 위해 너무 빨리 움직일 위험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인플레이션이 2%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지 판단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를 신중하게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쓰였다.
물론 이날 회의는 연준이 시행한 고금리 정책이 2022년 중반에 나타난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 인플레이션율을 낮추는데 성공했다는 일반적인 낙관론으로 전개됐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금리인상이 더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대신 정책 완화를 시작하기 전에 더 많은 증거를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제한적인 통화 정책 기조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되어야 하는지와 관련된 불확실성도 강조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 상승이 저소득 가계에 계속해서 해를 끼치는 것을 우려한다"며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지난해 하반기에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그것이 2%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주의 깊게 평가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실제로 이날 FOMC 이후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오면서 연준의 경계감은 근거가 분명한 것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미국 노동시장은 1월에 35만3000개의 비농업 부문 일자리를 추가하면서 계속해서 활발한 확장세를 보였다. 애틀랜타 연준에 따르면 현재까지 1분기 경제지표는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측면에서 2.9%라는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로코스는 투자자들에게 전한 메시지에서 펀드의 올초 주요 투자전략이 미국 국채 관련 숏세일에 의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가 느리게 하락할 것이라는 미국 중앙은행의 견해에 따라 채권 시장에서 숏세일 베팅에 주력한 결과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5%를 웃돌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연준이 올해 금리를 3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12월초 발표하자 연말에 3.7%대까지 급전직하(가격은 반대로 상승)했다. 하지만 금리인하 기대에 들떴던 시장은 연초부터는 잇따른 예상 밖 경제지표의 등장으로 금리재상승을 목도하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두달도 안 되는 기간에 최근 4.3%대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로코스는 이 기간에 연준의 전망대로 금리인하 시기가 하반기 이후로 밀릴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국채투자에 있어 공매도 전략을 쓴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오를 수록 가격은 내려가기 때문에 매도 포지션을 취하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다. 금리 기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단기물인 2년물 국채금리는 4.2% 미만에서 4.6%대로 상승했다.
채권 외 영역에서 보스턴에 본사를 둔 에로우스트리트 캐피탈(Arrowstreet Capital)은 지난해 4분기에 이미 고점으로 인식되던 엔비디아에 투자하면서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에로우스트리트는 지난해 말에 엔비디아 400만주를 매입했는데 가격으로는 21억 달러 어치였다.
일부 전문가들의 거품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헤지펀드는 4분기 자료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까지 랠리가 계속될 거로 보고 지분을 사들인 셈이다. 실제로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가 엔비디아의 고급 반도체칩에 대한 대규모 주문을 불러일으키면서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에만 3배 이상 올랐고, 올해도 현재까지 40% 이상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오늘인 21일 4분기 실적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주식은 지난 19일 구글 알파벳을 제치고 월스트리트에서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회사가 됐다.
다른 헤지펀드 가운데 세계 최대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어츠(Bridgewater Associates)가 지난 4분기에 주식 보유량을 4배로 늘려 22만주 이상을 추가하면서 올해 65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또 채권 투자로 재미를 본 로코스도 지난 분기에 엔비디아 25만주 이상을 인수해 주식 부문에서 6000만 달러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헤지펀드 중 하나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Renaissance Technologies)는 지난 분기에 엔비디아 30만주 이상을 매입해 전체 보유주식수가 150만주 이상에 이르렀다. 올해 현재까지 펀드의 주식 보유에 대한 총 이익은 해당 포지션이 유지된다면 3억7500만 달러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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