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촉각… “주주가치 강화” vs “시기상조” [심층기획-20년 제자리 ‘K디스카운트’]

이도형 2024. 2. 2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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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오는 26일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포함할지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재계는 경영권 방어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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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앞두고 논란
“지배구조 개선 요구” 행동주의 약진에
재계, 적대적 인수합병 선제대응 강조
정부 “시장 평가·법률 검토 필요” 고심

“복잡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을 도입하는 방안 등을 오는 26일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포함할지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최 부총리의 말처럼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의 확대 허용 여부는 상당한 복잡성을 띠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재계는 경영권 방어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하여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실제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한 주주행동주의는 당시 SM엔터 대주주였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반발을 낳으며 하이브와 카카오 간 경영권 분쟁으로 불똥이 튀었다. 당시 경영권 불안을 자극해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운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한 사모펀드가 기업 인수 후 단기간에 매각하는 등 차익에만 골몰한 채 지속가능한 성장을 외면한다는 지적도 적잖다.

기업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방패’가 쥐어진다면 주주가치 강화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게 재계의 논리다. 대표적인 장치로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에서 인수하려는 세력을 뺀 주주들에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 매입 권리를 주는 포이즌 필을 꼽는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 재계 단체들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스탠더드 규제 개선 공동 건의집’에서 ‘포이즌 필’ 도입을 정식 건의한 바 있다.

이들 단체는 “미국과 일본, 영국 등 G7(주요 7개국) 모두 도입해 활용 중”이라며 “한국과 유사하게 적대적 M&A가 많지 않은 일본에도 상호·순환출자 비율의 감소, 기관투자자 지분비율 증가 등 자본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다양한 방어수단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선 대기업 재벌, 상호·순환출자 등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소유구조를 이유로 적대적 M&A 방어 법제 도입에 매우 비판적이며 왜곡된 방식의 기업지배구조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로 순환출자를 유지하고 있는 그룹사는 극소수”라고 강조했다.
다수 기업이 입주한 서울 도심의 모습. 뉴시스
재계에서는 감사위원 ‘3% 룰’ 완화도 요구해왔다. 현행 상법은 독립적인 기업감사를 보장하기 위해 주주총회에서 감사 및 감사위원 선출 시 상법상 대주주 의결권을 발행주식 총수의 3%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이 제한 탓에 투기자본이 ‘지분 쪼개기’를 통해 대주주 대신 기업 감사위원회를 장악해 경영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이다. 실제로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이사회의 감사·감사위원 선임이 부결되는 사태도 빈발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경영권 시장 자체의 공격·방어수단이 잘 돼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법률적으로 하기 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만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미 상장기업 상당수가 초다수의결제 등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정관 조항을 채택하고 있는 만큼 포이즌 필 등의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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