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내 정식 감독 선임’ 답 내놓고 일하는 전력강화위? [대표팀 와치]

김재민 2024. 2.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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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재민 기자]

이미 답을 정해놓고 일하는 모양새다.

이제 갓 조직된 전력강화위원회가 3월 A매치 이전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심산을 드러냈다. 제대로 된 감독 선임 프로세스가 작동하기에는 너무 빠듯한 시간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월 2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를 진행했다. 이날 위원회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돼 공석이 된 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한 첫 번째 논의가 있었다.

회의 종료 후 언론 브리핑에 나선 정해성 신임 위원장은 차기 사령탑을 3월 A매치 기간 이전에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팀 감독의 중책을 고려하면 선임 프로세스는 까다롭게 진행돼야 한다. 지금의 한국 축구는 지난 2023년 2월 선임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경력이 단절된 퇴물 감독을 선임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과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이 같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드물다.

이번에 선임되는 대표팀 감독은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에서 무너진 신뢰와 선수단 내 파벌 봉합,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2대회 연속 16강 진출 등 여러 중대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3월 A매치 기간을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고 6월 A매치 기간 이전까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정식 감독을 선임하자는 의견도 있었던 거로 알려졌다. 상식적인 일 처리라면 이쪽이 바람직해 보인다.

3월 A매치 기간은 정확히 1개월 남았다. 한국과 태국의 월드컵 2차 예선 홈 경기가 3월 21일에 열린다.

감독 선임은 그보다 먼저 끝나야 한다. A매치 출전 명단을 사전에 FIFA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독도 없이 대표팀 명단을 만들 수는 없다.

즉 데드라인은 1개월보다 더 짧다. 길어도 3주다. 이제 갓 조직된 전력강화위원회에서 3주 안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과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는 프로세스는 50명이 넘는 1차 후보를 선정하고, 이후 후보를 추려내 최종 후보를 5명 전후로 남겨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 진행됐다.

3주 안에 정식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라면 이런 프로세스는 진행하기 힘들다. 1차 후보가 50명만 돼도 각 감독을 제대로 분석하고 평가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후보에 외국인 감독을 집어넣는다면 그 과정은 더 어려워진다.

실제로 정해성 위원장은 국내파 감독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수 없는 조건을 만들어뒀기에 당연하다. 국내파 감독이라면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후보 리스트를 짤 필요도, 세부적인 분석을 진행할 필요도 없으니 3주면 시간이 충분하다.

K리그 현직 감독을 빼갈 여지도 열어놓았다. 정해성 위원장은 "각 클럽 팀에 일하는 분으로 결정된다면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직 감독이 후보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한국 축구계의 공생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태도다. K리그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감독을 데려간다는 건 한 팀의 1년 농사를 망치겠다는 의미다.

K리그 현역 감독을 '강탈'하려는 행태를 두고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즈인 '붉은악마'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붉은악마는 공식 SNS를 통해 "붉은악마의 구성원 대부분 역시 국가대표팀의 서포터 이전에 각자 삶의 터전인 지역 클럽의 지지자들이다"며 "전력강화위원회가 거론 중인 감독들을 보면, 과연 K리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남아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일부 축구팬은 이미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가 정해져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된 인물들이 있다. 3월 A매치 기간을 앞두고 급하게 정식 감독을 선임하려는 전력강화위원회가 고려할 수 있는 후보가 한정적이라는 건 누가 봐도 뻔하기 때문이다.

전력강화위원회 브리핑은 그 의심을 해소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정해성 위원장이 '3월 안에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 '국내파로 갈 가능성이 크다', 'K리그 현직 감독으로 결정된다면 구단에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말을 내뱉으면서 의심이 확신으로 커질 여지만 남겼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뉴스엔 김재민 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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