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ML 여정..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최고의 투수이자 선구자였다[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코리안 몬스터의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저물고 있다.
한창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야구계는 현재 '역대급' 소식에 분주하다. 바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국내 복귀 이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류현진은 '친정'인 한화 이글스 복귀에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인 만큼 KBO리그로 돌아올 경우 반드시 한화로 복귀해야 한다.
복귀가 확정될 경우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막을 내리게 된다. 30대 후반의 류현진이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1987년생 좌완 류현진은 KBO리그 무대에서 최고의 투수였다. 2006년 한화에서 데뷔해 데뷔시즌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고 신인왕과 리그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 해 한화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데도 기여했다. 그리고 최고의 투수로 2012시즌까지 7년 동안 KBO리그 무대에서 군림했다. 비록 소속팀 한화는 점점 약체가 됐지만 류현진은 누구보다 빛났다.
그런 류현진은 2013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최고의 에이전트로 불리던 스캇 보라스의 손을 잡고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 계약을 따내며 당당히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했다. 류현진 이후로도 많은 선수들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올겨울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 계약을 맺기 전까지 누구도 류현진의 계약 규모를 넘어서지 못했다.
KBO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데뷔시즌 30경기에 선발등판해 192이닝을 투구하며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고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에 올랐다. 그리고 2년차 시즌인 2014년에는 26경기 152이닝을 투구하며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어깨 수술로 2015시즌을 모두 쉬었고 2016시즌 복귀해 1경기에 등판했지만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았다. 2017시즌 복귀해 25경기 126.2이닝, 5승 9패,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한 류현진은 2018시즌 사타구니 부상과 싸우며 15경기(82.1이닝) 등판에 그쳤지만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의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2018시즌을 끝으로 다저스와 맺은 6년 계약이 만료된 류현진은 퀄리파잉오퍼를 수락하고 잔류했다. 그리고 2019시즌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냈다. 건강을 지키며 29경기에 선발등판한 류현진은 182.2이닝을 투구했고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2.32는 2019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의 기록이었다. 올스타에 선정돼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등판한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MVP 투표에서도 득표에 성공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낸 류현진은 다시 FA 시장에 나섰고 당당히 대형 계약을 따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 FA 계약을 체결했다. 토론토 구단 역사상 투수 최고액 FA 계약이었다. 토론토 에이스가 된 류현진은 계약 첫 해인 2020년 단축시즌 12경기 67이닝,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올랐다. 단축시즌으로 올스타전이 취소되지 않았다면 2년 연속 올스타 선정도 충분히 가능했을 성적이었다.
하지만 전성기는 거기까지였다. 2021시즌 31경기 169이닝,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한 류현진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자책점이 4.00을 넘어선 시즌을 보냈다. 건강을 지키며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 타이인 14승을 거뒀지만 성적은 크게 하락했다. 2018-2020시즌 3년 동안 평균자책점 2.30, 조정평균자책점(ERA+) 179(ML 평균 100)을 기록하며 리그 평균을 월등히 앞서는 성적을 쓴 류현진이었지만 2021시즌에는 리그 평균 수준의 성적을 쓰는데 그쳤다.
그리고 2022년 팔꿈치 부상을 당한 류현진은 2022시즌 6경기 등판에 그쳤고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2023시즌 복귀한 류현진은 11경기에서 52이닝을 투구하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고 성공적으로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예전의 강력함과는 거리가 생겼다. 2023시즌을 끝으로 다시 FA 시장에 나섰지만 좋은 계약을 따내지 못했고 결국 국내 복귀의 기로에 섰다.
빅리그에서 11시즌을 보낸 류현진은 부상으로 뛰지 못한 2015시즌 제외 10시즌 동안 186경기에 등판했고 1,055.1이닝을 투구했다. 통산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3.27은 해당기간 메이저리그에서 1,000이닝 이상을 투구한 74명의 투수 중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부상 탓에 아주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는 성과를 낸 투수였다.
류현진은 최고의 투수였을 뿐 아니라 선구자였다. 류현진 이전에도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비롯해 월드시리즈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김병현, 최희섭, 서재응, 추신수 등 빅리그에서 활약한 코리안리거들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미국 무대로 향한 선수들이었다.
KBO리그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제대로 성공한 선수는 류현진이 처음. 박찬호가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길을 열었다면 류현진은 KBO리그 출신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강정호를 거쳐 김하성, 이정후까지 코리안리거의 명맥이 이어진 것에는 류현진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코리안리거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코리안 몬스터'는 이제 11년의 메이저리그 여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30대 후반의 노장이 된 '괴물 투수'가 남은 커리어를 어떤 모습으로 보낼지, 앞으로 또 어떤 역사를 쓸지 주목된다.(자료사진=류현진)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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