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2년] 교착 상태 접어들며 평화 협상 더욱 힘들어

김예슬 기자 2024. 2.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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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지상서 유리한 위치일 때 협상 이뤄질 수 있어"
"푸틴, 美 대선 보기 전까지는 평화 이루지 못할 듯"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곧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쪽으로도 전세(戰勢)가 기울지 않으며 휴전을 통해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21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에서는 올겨울 내내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며 양측 모두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1000㎞에 달하는 전선은 2022년 가을 이후 그 모양이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가 전체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점령한 부분은 약 18%로, 이는 2014년 3월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가 장악한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 등을 포함한 수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요새화한 상태며,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탄약 고갈을 호소한다.

BBC에 따르면 최근 해임된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 몇몇 러시아 친(親)정부 군사 블로거 등은 현재 전쟁이 교착 상태에 이르렀다고 본다.

교착 상태를 타개할 방법으로는 평화 회담이 유력하지만, 양국 간 입장 차이 때문에 이 역시도 쉽지 않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 등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특별군사작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고, 우크라이나는 양국 간 국경이 회복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군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정책자문위원회의 표도르 루키아노프 의장은 AFP통신에 "어떤 협상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들이 협상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2월28일(현지시간) 벨라루스 호멜주에서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 등 우크라이나 대표단과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 등 러시아 대표단이 첫 정전 협상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협상가 간 첫 만남은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은 지 나흘 뒤인 2022년 2월 28일 벨라루스 호멜에서였다. 러시아의 초기 판단과 달리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단기간에 점령하는 데 실패하며 러시아는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당시 크렘린궁의 요구사항은 젤렌스키 행정부 교체, 우크라이나군 무장 해제, '나치'(러시아의 통치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인을 뜻하는 러시아식 표현) 체포 등이었다. 러시아 측에서는 우크라이나 영웅 이름을 딴 도시를 소련 이름으로 바꿀 것도 요구했다.

협상에 참여했던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우리는 회담을 위해 파견된 사람들이 아니라 항복을 위해 파견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

벨라루스 회담 이후 채 2주도 지나지 않아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튀르키예 안탈리아로 향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양측은 선명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쿨레바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지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약화하려는 네오나치 소굴로 변했다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주장만 펼쳤다"고 회고했다.

이후 상황은 극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변했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지원을 얻은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 부대에게 연달아 패배를 안겨주면서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는 서방의 결의를 강화했고, 이는 우크라이나가 '외관상' 양보조차 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로버트 스키델스키 영국 워릭대 정치경제학 명예교수는 '더 와이어'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군대가 러시아에 계속해서 패배를 가하고 2022년 여름에 서방의 군사 지원이 증가함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러시아와 대화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그 뒤로도 러시아는 지난해 5월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등 일부 전선에서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전세를 완전히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키델스키 교수는 "서방이 지지하는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주권 회복은 안보를 요구하는 러시아의 역사적 개념과 양립할 수 없다"며 "이 두 구조 사이의 차이는 평화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분석했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우디우카를 점령한 가운데 한 여성이 아우디우카 인근 셀리도브 마을의 파괴된 아파트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24.02.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최근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우카를 점령하며 전장에서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그런 만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위한 접점을 찾기는 더욱 힘들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외교관은 "현재 상황에서 어떤 회담도 배제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지상에서 강력한 위치에 있을 때만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AFP에 말했다.

특히나 오는 11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예정됐다는 점도 평화 협상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할 수 있다", "러시아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할 것" 등 위험한 발언을 내놨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 수표가 없을 것이라는 공화당은 지금도 우크라이나 지원안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고위 관리는 "푸틴 대통령이 우리 선거 결과를 보기 전에는 평화를 이루지 못할 것 같다"고 AFP에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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