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세먼지 심하면 조기 퇴근, 집에서 근무한다
올봄부터 미세 먼지가 심한 날 정부가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그동안 고농도 미세 먼지가 발생하면 ‘외출 자제’ 권고 수준의 형식적 대응을 해왔지만 ‘탄력 근무’를 통해 실제 미세 먼지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올봄 중국발(發) 미세 먼지가 예년보다 악화하고, 평년보다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 정체가 잦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세 먼지 농도가 예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 강도 높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시했었다.
환경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협의를 마무리하고 관계 부처와도 논의한 뒤 ‘탄력 근무’ 내용이 담긴 ‘봄철 미세 먼지 대응 방안’을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일 평균 1㎥당 50㎍(마이크로그램) 이상일 때 내려지는 ‘고농도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 발령일이 적용 대상이다.
봄철 미세 먼지는 주로 서풍(西風)을 타고 중국 등에서 들어온다. 우리나라는 봄철에 고기압 영향권에 들 때가 많아 공기 흐름 정체가 심하다. 먼지가 쌓이면서 농도는 짙어진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미세 먼지는 통제할 수 없는 만큼 국내의 발생원인 석탄발전소나 소각장 운영을 멈추는 식으로 추가적인 미세 먼지를 만들지 않는 정도로 대응했다.
반면 이번 대책의 핵심은 ‘미세 먼지 노출’에 맞춰져 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바이러스 노출을 줄이기 위해 재택근무나 온라인 회의를 했던 것처럼 미세 먼지가 심한 날도 근무 형태를 유연하게 바꿔 미세 먼지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비상 저감 조치가 발령되기 1~2일 전 예비 저감 조치가 이루어지는 만큼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에 맞춰 연차 휴가 활성화, 출장 최소화, 화상 회의 활용 등에 대한 협조도 관련 부처 및 지자체에 요청할 예정이다. 작년 서울의 경우 ‘미세 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시행된 날은 총 6일이었다. 근무 유연화로 인한 산업계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부가 미세 먼지 대책을 강화하는 건 지난해 중국 대기오염도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을 기록하는 등 중국발 미세 먼지가 한반도의 호흡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핀란드 ‘에너지·청정 대기 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작년 1~11월 초미세 먼지 평균 농도는 재작년 같은 기간보다 3.6% 상승했다. 중국은 2013년 ‘대기오염과 전쟁’ 선언 이후 9년간 초미세 먼지 평균 농도를 떨어뜨렸다. 2013년 1㎥당 72㎍에서 2022년 29㎍으로 절반 이상 낮췄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 수치가 다시 악화하는 것이다. 코로나 기간 떨어진 경제성장률을 만회하기 위해 공장들을 대거 가동한 결과로 보인다.
태평양 감시 구역 온도가 오르는 ‘엘니뇨’ 현상도 봄철 미세 먼지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가 작년보다 더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봄이 더우면 미세 먼지를 날려 보낼 바람도 잘 불지 않으면서 오염 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지표가 달궈지면서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미세 먼지가 떠올라 우리 호흡기 높이에서 떠도는 경우도 많아진다.
환경부는 ‘봄철 미세 먼지 총력 대응’ 기간인 2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석탄발전기 가동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겨울철(12월~이듬해 2월)엔 15기의 가동을 멈췄지만, 이 기간엔 26기까지 발전기를 세운다는 것이다. 지하철, 철도, 공항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선 물청소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1일 본지 통화에서 “고농도 미세 먼지 발생일이 전국적으로 10일 안팎이기 때문에 이런 날만큼은 국민 건강을 위해 ‘탄력 근무’로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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