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 진출&파리 올림픽 티켓 획득’ 신유빈, “관심에 대한 압박감보다는 좋은 경기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부산세계탁구선수권]
[OSEN=손찬익 기자]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 티켓을 확보했다. 21일 오후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 16강전에서 남미의 복병 브라질을 3대 1로 돌려세웠다.
출발은 좋지 못했다. 한국은 1번 주자로 신유빈(19‧대한항공)을 내세웠으나 상대 에이스 브루나 타카하시에게 풀-게임접전 끝에 역전패했다. 신유빈은 상대 미들 공략에 성공하며 첫 게임을 가져왔으나 2게임부터 작전을 바꿔 나온 상대에게 끌려 다녔다. 마지막 게임까지 승부를 끌고 갔지만 강한 파이팅으로 몰아친 상대의 기세에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5게임 마지막 포인트를 서브 실수로 내줬다.
가라앉은 경기장 분위기를 되살린 주인공은 전지희(31‧미래에셋증권)였다. 전지희는 브라질의 1번 주자 브루나 타카하시의 친동생 줄리아 타카하시를 맞아 강력한 왼손 공격으로 빠르게 승리를 가져왔다. 첫 게임에서 잠시 시소게임을 펼친 전지희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국제경험은 전지희의 강력한 무기였다. 상대 핌플러버 구질에 어렵지 않게 답을 찾아갔다. 마지막 3게임은 단 2점만 내준 채 끝냈다.
1대 1에서 승부처가 된 3매치에는 한국의 붙박이 주전 이시온(27‧삼성생명)이 나와 승점을 더했다. 상대는 이번 대회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은 ‘한 팔 탁구선수’ 브루나 알렉산드르. 이번 대회 들어 모든 경기를 한 번도 쉬지 않고 뛰고 있는 이시온은 코트를 폭넓게 장악하며 곳곳에서 묵직한 공격을 퍼부은 끝에 중요한 점수를 챙겼다. 경기를 치러가면서 100%를 찾아가겠다던 이시온이 목표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경기는 패했지만 패럴림피언 브루나 알렉산드르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한 팔로도 로빙을 띄워 올리며 중진에서 이시온과 맞서는 모습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브라질에는 브루나라는 이름이 둘이나 있다. ‘브루나’는 브라질 말로 ‘빛나는’이라는 뜻이다. 훌륭한 기량과 빛나는 모습으로 이번 대회를 빛냈다. 경기장의 관중들은 이시온에게도 브루나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그리고 마침표는 2매치 주자 전지희가 다시 나와 찍었다. 첫 매치에서 한국의 간판 신유빈을 꺾으면서 포효했던 브루나는 왼손 공격수 전지희와는 상성이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2게임부터 대부분의 스윙이 코트를 벗어났다. 전지희의 공격을 받아내지 못했고, 자신의 공격은 네트에 걸렸다. 그것으로 승부는 끝났다. 5매치에서 첫 매치의 상처를 털어낼 준비를 하고 있던 신유빈이 다시 나올 필요는 없었다.
이로써 한국 여자대표팀은 8강에 진출하면서 파리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확보했다. 단 세 명의 엔트리로 모든 경기를 뛰며 16강까지 진출하는 선전을 펼친 브라질은 아쉽게 모든 경기 일정을 마감했다. 한국은 22일 이어질 8강전에서는 세계 최강 중국을 만난다. 어렵지 않게 16강을 통과했지만 가장 큰 고비가 기다린다.
경기 뒤 오광헌 감독은 “애초에 한 매치 정도는 내줄 수도 있다는 예상을 하고 나왔다. 선수들이 주어진 몫을 잘해냈다. 신유빈 선수가 많은 관심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경기내용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으니 내일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으니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중국에 도전해보겠다. 이번 대회는 올림픽으로 가는 과정 중의 하나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좀 더 파악하고 준비해서 올림픽에서 꼭 성과를 내고 싶다. 내일 중국전도 그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를 마치고 나온 선수들도 각오를 다졌다. 또 다시 2점을 책임지며 에이스의 책임을 완수한 전지희는 “오늘도 많은 분들이 와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남은 경기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조금 빨리 붙게 됐지만 어차피 만나야 하는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도전하는 마음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관심에 대한 압박감보다는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빨리 추슬러서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시온은 “지희 언니와 유빈이가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플레이하고 있다. 효빈이와 은혜와도 계속 얘기하면서 힘이 되고 있다. 오 감독님도 좋은 지도력으로 끌고 가신다는 생각이다. 계속해서 좋은 경기결과 나올 수 있도록 모두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대표팀이 최강 중국에 비해 약한 전력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어쩌면 한국 여자탁구대표팀의 부산세계선수권대회 여정은 22일 8강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이라도 선수들은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뛸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 여자대표팀의 8강전은 22일 오후 5시로 예정돼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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