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한 물가탓… “美 금리 인하 6월에나”
최근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조기 금리 인하를 예측하고 과도하게 떨어졌던 시중 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탄다면 하향 추세였던 각종 금리의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월가 움직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금리 인하 신중론이 대두된 배경엔 연이어 전망을 넘어서는 물가 상승률이 발표된 ‘물가 쇼크’가 있다. 예컨대 1월 미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보다 0.9% 올라, 시장 전망인 0.6%를 훌쩍 넘어섰다. 1월 소비자물가도 2%대에 진입할 것이란 시장 예상(2.9% 상승)과 달리 3.1% 상승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올해 3월이면 연준이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퍼졌다. 이에 채권 금리가 급락하고 증시는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여전히 끈적한(sticky) 물가 때문에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고, 5월 금리 인하도 쉽지 않은 분위기가 됐다. 전문가 상당수는 연준이 6월에나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 과반 “첫 금리 인하는 6월에나”
21일 공개된 로이터통신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경제 분석가) 104명 중 대다수인 86명이 올해 2분기(4~6월) 이후 연준이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절반이 넘는 53명(51%)은 첫 금리 인하 시기로 6월을 꼽았다. 33명(31.7%)은 5월 금리 인하를 전망했고, 나머지 18명은 특정 시기를 언급하지 않은 채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투자회사 냇웨스트 마케츠의 케빈 커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오판했던 실수를 재연하지 않고 싶어할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 예상 시기를 5월에서 6월로 바꿨다. 연준은 2021년엔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보고 금리 인상 등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인플레이션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툴에서도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은 옅어지고 있다. 올해 3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은 10% 밑으로 내려왔고, 5월 금리 인하 확률도 이달 초 50%를 훌쩍 웃돌던 것과는 달리 30%대로 내려앉았다.
◇이어지는 금리 인하 신중론
전·현직 연준 인사들은 금리 인하 신중론을 펴고 있다. 중립금리 수준이 올랐기 때문에 현재 기준금리가 그리 높은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말한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기고문에서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녹색(친환경) 투자에 대한 보조금이 중립금리를 끌어올렸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연준은 금리를 더 오랫동안 더 높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카시카리 총재는 이달 초 연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회복 기간에 중립금리가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통화정책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만큼 타이트(긴축적인 것)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가능성은 낮지만 심지어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21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시장 확률 트래커’ 분석 모형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올해 12월에 연준이 금리를 현 수준(연 5.25~5.50%)보다 인상할 확률은 6.2%였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도 최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얘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 물가 상승에 대해 “한 달 수치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고, 특히 계절성을 계산하기 어려운 1월 수치를 해석할 때는 더욱 그래야 한다”면서도 “(금리 인하와 관련해) 패러다임이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연준의 다음 조치가 금리 인하가 아닌 인상이 될 가능성도 15%가량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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