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도 다양한 분야의 독서 즐겨야죠”
“책이 많은 곳에서 일하지만, 발달장애인인 제겐 어려운 말들이 너무 많아 한 번에 읽기 어려웠어요.”
정유민(33)씨는 9년째 서울 홍대 마포평생학습관 도서관에서 근무했지만, 읽을 만한 책이 없었다고 한다. 발달장애인인 그가 읽기엔 도서관에 소장된 책이 지나치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 ‘소소한 소통’이 발달장애인을 위해 만든 책을 검수해 달라고 했을 때 그는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고 한다.
정씨를 비롯한 발달장애인들은 검수를 위해 책을 B3 용지로 크게 출력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에 밑줄 치고 같이 소리 내 읽어보면서 검토했다. 발달장애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에 삽화를 더하자는 의견도 냈다. 한자어, 외래어, 전문 용어는 사라지고, 쉽고 짧은 글로 책이 바뀌었다.
장민혁(24)씨는 “인물들이 대화하는 걸 카카오톡에서 대화 나누는 것처럼 메시지 창으로 표현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운동 정보를 다룬 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선 설명에 따라 운동 동작을 따라 해 보면서 책의 이해도를 평가하기도 했다. 장씨는 “시집을 읽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 잘 읽을 수 없었다”며 “역사책 등 역사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이번에 검수한 책 중 역사 관련 책이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발달장애인들의 수차례 검토 끝에 소셜미디어의 명암을 다룬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 세계사를 다루는 ‘깨어난 고대 문명’ 등 다양한 주제의 책 15권이 만들어졌다.
책 검수에 참여한 발달장애인들은 “앞으로도 더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나와 많은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김명일(48)씨는 “발달장애인도 결혼·임신·육아 과정을 겪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 없었다”며 “이번에 드디어 내가 검수한 ‘엄마의 세계는 준비가 필요해’라는 책이 출간됐다”고 했다. 그는 “올해는 꼭 결혼하고 싶은데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남자분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했다. 서울시립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는 김씨는 “복지관에서 일하며 시각, 청각, 때론 손이 없는 다양한 장애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책에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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