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지켜야 의사… 가운 벗으면 직업윤리도 버린 것”
폐암 4기 환자인 이건주(78) 한국폐암환우회장은 21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의사는 어떤 경우에라도 환자 곁을 떠나선 안 된다”며 “(의사) 가운을 벗는 순간 의사가 아니다. 직업의식도 버린 것”이라고 했다. 환자들을 돌보는 것이 의사의 기본적 의무라는 것이다. 그는 건설회사를 다니다 2001년 위암 진단을 받았고, 2016년엔 폐암 4기 진단도 받았다. 2020년 같은 환자들을 돕기 위해 폐암환우회를 만들었다.
이 회장은 “환자 중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도 적지 않다”며 “의사들은 노블레스의 삶을 살면서 왜 가장 약하고 힘없고 어려운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는가”라고 했다. 그는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린 ‘업무 개시 명령’에 대해 “국민이 피해는 보고 있는 만큼 정부의 법적 조치는 당연하다”며 “의사들이 파업하면 이후 정부가 소송을 취하하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이런 일(의사 파업)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의사 단체가 빨리 ‘최대공약수’를 찾아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다수 국민은 의대 증원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갑자기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하면 의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사들에게 일방적으로 항복하라고 하면 전공의들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와 의사 단체들이 ‘강 대 강’ 대치만 할 게 아니라 환자들을 먼저 생각해 협상 테이블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해 “환자들을 볼모로 파업을 이어가는 게 의사들에게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최고 지성인(의사)들을 힘으로 밀어붙이기만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당장 의사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 공부한 의사들을 정부가 진료 과목별로 검증해서 한시적으로 국내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의사들 간에 협상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환자 입장에서도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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