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의대학장… “3000명” 말하다 이제와 “350명만 가능”

정해민 기자 2024. 2.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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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연준 가톨릭의대학장(왼쪽부터), 김정은 서울의대학장,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 등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육관에서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작년 10월 정부가 전국 의대 40곳에 “2025학년도에 희망하는 신입생 증원 규모를 알려 달라”고 했다. 각 대학이 ‘증원 가능’으로 올린 숫자를 더해보니 최소 2151명에서 최대 2847명까지 나왔다. 2030년까지 최대 3953명 늘리고 싶다고도 했다. 정부가 규모를 부풀리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었다. 정부가 증원하겠다고 밝힌 2000명은 의대 40곳이 증원을 희망한 최소 수치였다.

그런데 전국 40곳 의대 학장 협의회는 지난 19일 성명에서 “2000명이란 수치는 전국 의대 교육 여건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수용하기 불가능하다”며 “2000명 증원 계획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증원 규모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줄어든 350명이 적절하다”고도 했다. ‘2000~3000명 가능’이란 말을 손바닥처럼 뒤집은 것이다. 무책임하다.

의대 학장들은 “지난해 수요 조사 당시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교육 당국에 제출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각 대학 미래나 위상을 우선 고려해 나온 결과” “의대보다 대학본부 측 입장 반영”이라고도 했다. 인기 높은 의대 정원이 다른 학교보다 1명이라도 많으면 학교 위상에 도움이 되는 만큼 대학 본부 측이 결정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그런데 한 대학 총장은 “실제 교육하는 의대 의견을 무시하고 증원 규모를 정했겠느냐”며 “작년 말만 해도 정원을 2배 늘려도 가르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각 의대가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은 의대 학장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의대 증원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학장들이 모를 수도 없다. 그 사이에 우리 의대 환경이 크게 달라졌을 리도 없다. 정부가 의대들의 증원 희망을 받은 뒤 “1000명 이상 늘린다”는 언론 보도도 계속 나왔다. 정말 가르치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동안 의대 학장들은 무엇을 했나.

전국 의대 40곳이 침묵하는 사이 정부는 ‘2000명 증원’을 발표했고 전공의들은 무더기 사표를 던졌다. 의대생들도 집단 휴학을 하겠다고 한다. 의대 학장들이 “2000명은 불가능이고 350명 정도는 가능”이라고 성명을 낸 것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집단 반발하자 뒤늦게 장단을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의대 학장들은 의사이면서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미래 의사를 가르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자기 집단의 이익에 맞춰 말과 입장을 180도 바꾼다면 미래의 의사들은 무엇을 배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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