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빅5′ 대기 6시간… 지역 병원들도 수술 줄이기 시작

안준용 기자 2024. 2. 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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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갈등] 전공의 이탈 이틀째… 병원은 지금

21일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이틀째 이탈하면서 전국 환자들이 심한 혼란을 겪었다. 서울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에선 수술이 무기한 연기된 환자들이 발을 굴렀다. 응급실 포화로 밤새 진료를 못 받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에 비해 혼잡이 덜했던 지방 병원도 전공의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의료 대란’이 닥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그래픽=양인성

이날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이모(65)씨는 “환자가 이물질로 콧줄이 막혀 음식도 못 먹고 약물도 주입할 수 없는 위급한 상황인데도 병원에선 ‘의사가 없으니 계속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며 “응급실 앞에서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외래항암약물치료센터 접수창구에는 ‘대기 시간 6시간’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폐암 3기라는 박모(84)씨는 “2시간 전에 접수했는데 진료가 밀려 아직 모니터 대기 명단에 이름도 안 뜨고 있다”고 했다. 수술이 취소된 환자들의 퇴원도 줄을 이었다. 서울성모병원에서 만난 암환자 보호자 김모(41)씨는 “어젯밤 주치의가 와서 ‘파업 때문에 당분간 얼굴 못 볼 것 같다’고 했다”며 “병실에 같이 있던 환자 두 명도 퇴원했고 병동 건물이 반 이상 텅 빈 것 같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었던 지방 병원도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가자 수술 건수를 줄이고 있다. 대구는 10개 병원 전공의 817명 중 723명(88.5%)이 사직서를 낸 상태다. 계명대 동산병원의 경우 23개 수술실 중 13~14개만 운영 중이다.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와서 의사들이 진료를 보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울산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도 의료진이 부족해 20일부터 다른 병원에서 오는 ‘전원 환자’는 안 받고 있다.

인천 인하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158명 중 135명이 사직서를 내 18개 수술실 중 10개만 운영하고 있다. 전북대병원도 지난 20일부터 21개 수술실 중 40%가량만 가동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의 한 병원은 입원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의료 파업으로 응급상황 발생 시 상급병원 전원이 불가할 수 있어 사망, 건강 악화 등 환자 상태 변화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까지 받았다.

현재 전공의 이탈로 인한 ‘진료 공백’ 피해는 서울 ‘빅5′ 병원에 집중되고 있다. 전국 중증 환자들이 서울 대형 병원으로만 몰리는 우리 의료의 고질적 문제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환자가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수술받은 비율이 전체 수술 건수 중 26.8%인 55만3713건에 달했다. 지방 거주자들이 서울 등 수도권 대형 병원에서 수술 받은 사례로 추정된다. 2022년 서울에서 진료받은 건강보험 가입자 1530만명 중 41.7%인 638만명은 다른 지역에 사는 환자였다. 서울과 지방 간 의료 인프라(인력·시설·장비 등)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환자가 서울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전체 의사의 약 55%는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 2022년 국내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12명인데 서울 의사 수는 1000명당 3.35명에 달한다. 반면 세종(1.28명), 경북(1.36명), 충남(1.46명), 충북(1.54명), 울산(1.6명)은 서울의 절반도 안 된다. 특히 최근 대학병원들이 앞다퉈 의료 수요가 많은 수도권 내 분원을 설치하면서 의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서울 ‘빅5′ 병원의 한 교수는 “환자들이 대형 병원에서 진료 받는 데 허들(제한)도 없고 KTX 등 교통도 편해져 중증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까지 ‘조금만 안 좋다’ 싶으면 서울 대형 병원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환자가 지방 병원을 외면하고, 그런 지방 병원에 의사도 가지 않는 악순환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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