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화가의 도전[이은화의 미술시간]〈307〉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델라이드 라비유기아르가 그린 '두 제자와 함께 있는 자화상'(1785년·사진)은 18세기 유럽 여성 미술교육에 대해 말해주는 중요한 그림이다.
여성은 미술교육을 받을 수도 화가가 될 수도 없던 시대에, 라비유기아르는 여성 최초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스튜디오를 루브르 안에 열었고, 왕립 미술아카데미 회원이 되었다.
1783년 5월 31일, 아카데미는 투표를 통해 라비유기아르를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예술가 동네에서 자란 라비유기아르는 이웃에게 그림을 배우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왕립 미술아카데미는 여학생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녀평등을 주장하며 스스로 여성 제자들을 받아 가르쳤고 뛰어난 실력으로 귀족 후원자도 얻었다.
1783년 5월 31일, 아카데미는 투표를 통해 라비유기아르를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초상화가였던 엘리자베스 비제 르브룅도 같은 날 회원으로 선출됐다. 두 여성의 입회에 분노한 남자 회원들은 이들의 작품은 물론 인격까지 모독하고 폄훼했다. 급기야 여성할당제를 만들어 여성 회원 수를 당시 여성 수와 동일한 4명으로 제한했다.
라비유기아르는 바로 다음 살롱전에 이 그림을 그려 선보였다. 아카데미가 더 많은 여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항변이었다. 화가는 자신을 성공한 화가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우아한 실크 드레스를 입고 이젤 앞에 앉아 능수능란하게 화구들을 다루고 있다. 뒤에 선 여성들은 아끼던 두 제자, 마리 가브리엘 카페와 카로 드 로즈몽이다. 로즈몽은 스승의 그림을 보고 감탄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고, 카페는 화면 밖 관객을 응시하고 있다. 제자들은 스승보다 젊고 아름답지만 드레스 색과 스타일은 훨씬 얌전하고 겸손하다.
가장 주목할 점은 이들의 손이다. 스승은 화구에, 카페는 스승의 의자에, 로즈몽은 동료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 세 사람은 서로 연결돼 서로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드러내고 있다. 제자들은 끝내 아카데미 회원이 되지 못했지만, 스승 덕분에 화가로 화폭에 영원히 새겨졌다.
이은화 미술평론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총선 져도 이재명黨 만들겠다는거냐” 반발… 李 불출마 주장도
- 민주 경선서 광주 현역 조오섭·이형석·윤영덕 공천 탈락
- 與 ‘무늬만 현역 컷오프’… 4년전 19명, 이번엔 3~4명 그칠듯
- 한동훈 “비례정당 대표, 경험많은 최선임급 당직자에 맡길 것”
- 수도권 대설 특보에 중대본 1단계 가동…위기경보 ‘주의’
- 보이스피싱 탐지력 테스트 : 미끼 문자를 찾아라!
- 땀이 많이 나고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지역전략사업땐 그린벨트 총량 제한 없이 푼다…1·2등급지도 해제
- [단독]은행에 부탄가스 놓고 폭파위협…16년차 의용소방대원이었다
- 정부 “의료계 집단행동 주동자-배후세력 구속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