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 문화 등 알리기에 제격”… 경주, 에이펙 개최 기대 [지방기획]

이영균 2024. 2. 2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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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2025년 정상회의 유치 총력전
미국·일본 정상 등 2만명 이상 한국 방문
2024년 4월 총선 이후 개최지 선정 예정
인천·부산·제주와 4파전 경쟁 벌여
균형 발전 측면 등서 명분 ‘충분’ 평가
불국사·석굴암 등 ‘문화유산의 보고’
원전 기술·에너지 사업 세일즈 기회
여러 국제 행사 성공적 마무리 경험도
교통·경호·안전 등 입지 조건도 최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가 2025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된다. 에이펙 정상회의는 미·일·중·러 세계 주요 4개국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연안 21개국 정상은 물론 정부 각료 등 2만명 이상이 한국을 찾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한국 정부는 2025 에이펙 정상회의를 통해 국내 역사와 전통문화를 소개하고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 ‘한강의 기적’ 같은 산업 발전 경험과 역량을 공유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 파급효과도 엄청나다. 국내외 관광객 증가 등 생산유발 1조8863억원, 부가가치유발 8852억원 등 2조7715억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지 선정은 오는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선 유일하게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 도전장을 낸 경북 경주시는 “우리의 유구한 역사 문화와 경제 발전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자리”라며 “세계 정상들에게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선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경주가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지로서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경북 경주시가 지난 2023년 11월 17일 경주화백컨벤션에서 에이펙 유치 100만 서명운동 달성을 자축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경주시 제공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

K팝과 K드라마, K무비 등 한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요즘은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이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 시기다. 경주시는 불국사, 석굴암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4점, 국가문화재 등 360점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로 통한다. 경주는 세계 여행객들에게 바이블로 통하는 ‘론리플래닛’, ‘내셔널지오그래픽’, 시사주간 타임 등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 이후 꼭 가 봐야 할 세계 100대 관광도시로 꼽은 한국 유일의 도시이기도 하다. 2025 에이펙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은 형형색색 단풍이 최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경주에서 에이펙 정상회의가 열린다면 세계 정상과 배우자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동궁, 월지, 첨성대, 월정교 등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윤석열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사는 지방시대’를 국정 목표로 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와 저출생·고령화로 지방에서도 대·중 도시 간 격차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현재 에이펙 정상회의 유치 4파전을 벌이고 있는 인천과 부산, 제주, 경주 중 유일한 기초단체는 경주뿐이다. 에이펙 정상회의가 지향하는 포용적 성장 가치와 우리 정부 국정 목표인 균형발전 측면에서 경주는 정상회의 개최 도시로서 충분한 명분과 실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펙 정상회의가 중소도시에서 열린 건 여러 번이다. 멕시코 로스카보스(2002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2012년), 인도네시아 발리(2013), 베트남 다낭(2017) 등이 그러하다.

경주시는 1998년부터 세계문화엑스포를 통해 국제 문화 교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며 도시외교의 모범 도시로 자리 잡은 바 있다. 이어 2014년 국제회의도시로 지정되고, 2015년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의 개관 이후 국제회의도시로 꾸준히 마이스(MICE)산업 활성화 전략을 펼쳐 왔다. 그간 에이펙 교육장관회의, 세계물포럼, 세계유산도시기구총회 등 다양한 분야의 대형 국제 행사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국제컨벤션협회(ICCA)가 발간하는 국가·도시별 국제회의 개최 순위에서 경주시는 5건의 국제회의 개최로 세계 7위에 올랐다. 국내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22년 보문관광단지 일원 178만㎡가 ‘비즈니스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선정돼 에이펙 정상회의 유치에 탄력을 받고 있다. 정상회의 주회의장도 갖췄다. 경주컨벤션센터 증축이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시는 보문단지를 에이펙 정상회의를 위한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보문단지는 숙박, 회의, 사무 공간과 전시, 미디어센터 등 모든 주요 시설을 가까운 거리에 배치할 수 있는 등 정상회의 안전성과 편의성 측면에서 최고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인근 포항경주공항을 비롯해 1시간대의 김해·대구·울산공항과 KTX경주역, 경부고속도로 등 사통팔달 완벽한 교통체계도 국제회의 개최지로서 큰 장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상 경호와 안전도 최적지

국제적인 정상회의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경호와 안전이다. 경주시는 각국 정상의 경호와 안전을 위한 입지적 조건이 최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상회의가 열릴 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을 비롯한 모든 시설이 3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이동 동선이 매우 짧다. 다른 경쟁 도시와 달리 바다와 접해 있지 않아 해상은 물론 시가지, 주요 도로 등을 봉쇄해야 할 시민 불편은 전혀 없다고 시는 강조하고 있다. 보문관광단지가 시민들의 주 생활권과 5㎞ 이상 떨어져 있고, 고층 건물이 없어 정상 경호와 안전에서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5년 부산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 당시 한·미 정상회담은 보문단지에서 열렸다.
경주시는 세계 개도국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첨단과학산업도시이기도 하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자력발전,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R&D) 전초기지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중수로해체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 경주 e-모빌리티 연구단지 등 원전·미래차 첨단과학산업도시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시는 특히 최근 SMR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 한국의 우수한 원전 관련 기술과 에너지산업을 세계 개도국에 세일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또 영남권 산업벨트의 중심 허브로서 인접한 울산의 완성차·조선, 포항의 철강·이차전지, 구미 전자·반도체, 안동의 바이오산업 등과 연계한 다양한 산업 시찰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 기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주민들의 에이펙 정상회의 유치 의지도 남다르다. 시는 19년 전 국민적 기피 시설인 중저준위방폐장을 수용한 것도 지역 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남다른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난해 9월 에이펙 정상회의 경주 유치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한 결과 85일 만에 경주 인구(약 25만여명)보다 약 6배 많은 146만3874명이 서명한 성과를 거뒀다. 범시민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유관 기관·단체는 물론 시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자발적인 서명운동에 나선 결과였다는 설명이다.
◆주낙영 경주시장 “APEC, 경주서 개최 땐  국격 한 단계 더 올라가”

“2025년 제32차 에이펙 정상회의 경주 유치는 한국과 경북, 경주의 더 큰 미래 도약을 위한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주낙영(사진) 경주시장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2005년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다시 개최되는 에이펙 정상회의는 한국의 외교, 경제, 문화적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산하고, 중소기업의 국제화, 지방균형발전 등 포용적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25 에이펙 정상회의가 세계문화유산이 즐비한 경주에서 개최된다면 우리의 전통과 문화유산에 대한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돼 한국의 국격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분곡점이 될 것이라는 게 주 시장 설명이다. 주 시장은 “소규모 지방도시인 경주에서 에이펙 정상회의가 열린다면 에이펙이 지향하는 ‘비전 2040’의 핵심 가치인 포용적 성장과 함께 정부 국정 목표인 지방시대 균형발전의 가치 실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유산의 보고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시로 현재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한류의 본원지라 할 수 있다”며 “한마디로 가장 한국다운 도시인 경주를 통해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문화 정체성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경주는 지난 수년간 에이펙 교육장관회의, 제7차 세계물포럼, 제14차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충분한 역량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국제행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경호와 안전이다. 주 시장은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이 집적해 이동 동선이 매우 짧을 뿐만 아니라 지형상 호리병처럼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정상 경호와 안전에 완벽한 통제가 가능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2005년 에이펙 정상회의가 부산에서 열렸을 때 한·미 정상이 경주에서 양자회담을 가진 것도 보문단지 일대가 경호에 최적지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주 시장은 에이펙 정상회의 경주 개최가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발전상과 성장 동력, 미래 비전 측면에서도 다른 후보지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경주=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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