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前총리들도 ‘이재명, 비명 공천학살’ 정면비판
● “불참 이재명, 의총 개최 탐탁치 않아 해”
이날 오전 10시 57분부터 약 2시간 가량 진행된 의총에서는 총 15명의 의원들이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김상희, 홍영표, 노웅래, 이인영, 전해철, 전혜숙, 송갑석, 송기헌, 윤건영, 권인숙, 이수진(서울 동작을), 오영환, 윤건영, 윤영찬 의원 등 모두 비명계였다.
최근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친명계 인사들을 넣은 여론조사가 다수 진행된 데 대한 항의도 이어졌다. 친문 전해철 의원은 “전략 지역이 아닌 곳에 무차별적 여론조사를 왜 하느냐”며 “의도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의 진상 규명 요구에 대해 조정식 사무총장은 “대체로 당에서 돌린 게 맞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여론조사와 관련해서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경선을 관리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인 정필모 의원도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위원장직을 이날 사퇴했다. 당 관계자는 “건강상의 이유라고만 밝혔다”고 전했지만 당 내에선 여론조사 논란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 의원은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선관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정작 이 대표는 의총에 불참했다. 이를 두고도 비명계는 “완전히 귀를 닫고 무시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의원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던 중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과 인재영입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마저 의총장을 떠나려하자 “대표도 없는데 어디 가느냐”는 고성이 터져나올 정도였다. 당 관계자는 “비명계 의원들의 성토장이 될 게 뻔하다 보니 이 대표는 의총 개최 자체를 탐탁치 않아 했다”고 전했다.
● 친문 집단행동 모색 “文도 우려 커”
민주당 현역의원 평가 하위로 분류돼 당내 경선 시 감산을 받게 된 비명계 김한정, 송갑석, 박영순 의원은 국회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다. 당내 경선에서 하위 10%는 본인 득표의 30%, 하위 10~20%는 20%가 깎인다.
김 의원은 “하위 10%라는 수치와 굴레를 쓰고 경선에 임해야 하는지 참담한 심정”이라며 당내 경선을 그대로 치르겠다고 했다. 송 의원도 하위 20% 통보를 받은 사실을 밝히며 “친명과 비명의 지독한 프레임은 집요하고 거침이 없었다”며 경선 의사를 밝혔다. 이낙연 대선 캠프 소속이었던 박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하위 10% 사실을 인정하며 “이재명 사당의 치욕스러운 정치보복”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표와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 등 공천에 관련된 사람은 다 사표를 내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신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는 이 대표가 불공정 공천 논란을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 어렵다”며 선거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김 전 총리, 김원기 문희상 임채정 전 국회의장 간 회동에서 일부 원로는 이 대표 퇴진과 비대위 전환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도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문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대표 측근들부터 솔선수범해서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는데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최근 당의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큰 상태”라고 했다. 또 다른 친문 의원은 “이제는 문 전 대통령이 입장을 내줘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라고 했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 대표의 총선 불출마가 모든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고 했다. 홍 의원과 전 의원을 비롯해 도종환, 신동근 의원 등은 이날 친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4.0 정기 이사회에서 만나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친명 지도부는 “공천은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이해찬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당초 김부겸, 정세균 전 총리 등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들이 당의 공천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에 나서면서 대안이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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