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우승처럼 기쁘고 흥분" 손흥민-이강인 사태, 협회는 끝까지 남의 일처럼 대했다
[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협회는 끝까지 남의 일처럼 방관했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는 21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20일 대한축구협회는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에 국가대표팀 지도자 경험이 있는 정해성 협회 대회위원장을 선임했다. 기존 위원장이었던 마이클 뮐러 전 위원장은 협회 내 기술관련 연구 업무를 맡게 됐다.
21일 1차 전력강화위원회의 주요 내용은 차기 감독에 대한 토론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결별을 선택했다. 이로써 다가오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이끌 차기 감독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회의는 오후 3시가 넘어 종료됐다. 정해성 신임 위원장은 오후 4시 회의 브리핑을 위해 축구회관 내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나와 소감, 회의 내용 브리핑 그리고 질의 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해당 자리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이 화해를 했는데 3월에 정상 소집이 되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정해성 신임 위원장은 "국가대표팀에 오래 기간 있던 사람으로서 두 선수에 대해 안타까움이 컸다. 오늘 아침에 소식을 듣고 어떤 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처럼 기뻤고 흥분됐다. 두 선수를 뽑고 안 뽑고는 지금부터 상황을 보고 새로운 감독이 선임이 되고, 그 감독이 논의를 하고 두 선수에 대한 발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두 선수의 불화설은 협회가 인정하면서 빠르게 퍼졌다. 지난 14일 영국 매체 '더 선'이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을 보도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이례적으로 대한축구협회도 이를 인정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일부는 사실이다. 요르단전 준결승 전날 손흥민이 탁구를 치러 가는 선수들을 보며 '경기 전날인데 자중하자'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언쟁, 마찰이 벌어졌고 이야기가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젊은 선수들과 마찰이었다"고 전했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 사실로 시선을 돌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동안 협회는 선수단 내 갈등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으로 인정을 한 경우가 없었다. 반면 손흥민과 이강인의 충돌 소식에 대해 협회는 발 빠르게 사실을 인정했다.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빠르게 인정한 부분에 대해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지난 15일 "많은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그 일이 발생됐고, 협회로서는 빠르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 파악 중이다. 어느 정도 파악되면 다시 말씀드리겠다"라 답했다. 곧바로 '파악이 안 된 것이냐'는 물음에 "사실은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확인할 부분이 있다"며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협회가 방관하고 있는 사이, 해결은 선수들의 몫이었다. 이강인은 21일 개인 SNS를 통해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습니다.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하였고 긴 대화를 통해 팀의 주장으로서의 짊어진 무게를 이해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런던으로 찾아간 저를 흔쾌히 반겨주시고 응해주신 흥민이 형께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고 손흥민에게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손흥민도 이강인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줬다. 손흥민도 SNS를 통해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습니다"라며 대인배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선수들끼리 화해를 하며 1차적으로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제 시선은 협회에게 향한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불화설을 인정했던 협회는 이후 약 1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구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만 밝힌 채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 새롭게 부임한 정해성 신임 위원장은 "어떤 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처럼 기뻤고 흥분됐다"며 소감만을 전했다. 이후 일에 대해선 새로운 감독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협회 내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명확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협회 내에서 구체적인 진상 조사 및 향후 조치 등을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제시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이 따른다. 또한 선수단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 외부로 흐르지 않도록, 설령 흘러나갔다면 대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이번 사건을 통해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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