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현역 75%는 공천받거나 경선…'신당 이삭줍기·쌍특검' 의식했나
'공천 파동' 트라우마에 시스템 공천 주력…잡음 없지만 '無감동'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김철선 기자 = 국민의힘이 '시스템 공천'으로 잡음을 최소화하며 4·10 총선 공천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총선에서 당 내홍의 불씨가 됐던 현역들의 큰 반발이나 탈당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직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가 사실상 없어서다.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는 더불어민주당과 대조되는 모습인데, 이를 두고 '잡음 없는 안정적 공천'이라는 긍정 평가도 있으나 '현역 기득권을 지키는 무(無)감동 공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총선이 49일 남은 21일 기준으로 공천을 신청한 국민의힘 현역 102명 중 단수·우선추천으로 공천이 확정된 의원은 40명(39.2%)이다.
공천을 확정받지는 못했지만 경선행 티켓을 쥔 의원은 37명(36.3%)이다.
지역구 현역 의원은 감점을 안고 경선에 오르더라도 가점을 받고 나서는 정치 신인에 견줘 유리하다는 게 통설이다. 지역에 조직 기반을 갖춘 데다, '인지도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단수·우선추천을 받았거나 경선을 치르게 된 현역 의원은 10명 중 8명꼴로 공천이 확정되거나 경선 기회를 얻으면서 22대 국회 재입성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심사가 보류된 지역구 결과가 추가로 발표되면 공천 확정·경선행 현역 의원 비율은 현재의 75.5%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공천이 배제된 현역은 서정숙·최영희 의원 2명뿐이다. 두 의원 모두 비례대표로, 지역구 현역 컷오프는 아직 1명도 없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앞서 전국 4개 권역별 평가 하위 10%에 해당하는 7명의 현역은 경선 기회도 주지 않고 컷오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당의 요청에 따라 '험지'로 지역구를 옮긴 의원은 하위 10%여도 컷오프하지 않겠다고 밝혀, 컷오프 현역은 7명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국민의힘 총선 현역 교체율은 지난 21대 총선의 43.5%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다.
다만 공관위는 꼭 컷오프가 아니더라도 경선을 통해 교체되는 현역이 꽤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현역의원 평가) 하위 10∼30%의 경선 감산점,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감산점 반영이 남아있다"며 "그 결과를 다 거치지 않고 지금 단계에서 물리적으로 (현역을) 교체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최종 결과까지 다 보고 평가해달라"고 말했다.
공관위는 '이기는 공천'에 방점을 찍은 시스템 공천을 진행하며 이처럼 여러모로 현역 컷오프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현역들의 거센 반발과 탈당 등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지난 총선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두고 컷오프돼 탈당하는 의원을 대상으로 '이삭줍기'를 노리는 개혁신당 등 제3지대 신당의 존재,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표결 등을 의식해서 현역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시스템 공천의 혜택을 받은 현역들은 비명(비이재명)계 반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민주당에 비해 안정적으로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공천이 확정된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잡음도 크지 않고 공천이 안정적으로, 차분하게 가고 있다고 본다. 일부 불만도 잘 설득해서 정리할 수 있는 정도"라며 "공천이 잘 되니 선거도 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불만은 현역보다는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불거지는 모습이다. 정치 신인 등 원외 인사의 경우 물갈이 폭이 커질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탈당·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반발이 과거 총선처럼 현역 사이에선 아직 크게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조용한 공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중은 '물갈이 공천'에 비교적 긍정적 인식을 갖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의 여당 공천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공천 신청자는 "공천 과정에서 가장 안 좋은 건 '공천 파동'이지만, 두 번째로 안 좋은 게 '감동 없는 공천'"이라며 "예전 사례를 보면 '거물급 인사'를 잘라내는 모습에 국민들이 좋은 평가를 줬다. '밥그릇 지키기' 공천으로 비치면 좋을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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