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는 차도 잘 팔린다…악의 축 ‘이 나라’ 씁쓸한 호황

진영태 기자(zin@mk.co.kr),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2. 2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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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0년간 한국 중견기업의 주재원으로 일하다가 최근 귀국한 A씨(54)는 21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을 앞둔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A씨는 "중국 제품들이 '미친듯이' 몰려 온다"며 "하이얼, 화웨이, 비야디 같은 중국 대기업 러시아 주재원이 2~3배로 늘어 수백명이 됐고, 무역상들은 서방제재를 피해 키르기스탄·카자흐스탄 등에서 우회수입하면서 러시아 생필품과 중간재 시장을 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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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2년…러시아의 씁쓸한 호황
푸틴 [사진 = 연합뉴스]
“지금 러시아 어딜가도 중국인 천지입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0년간 한국 중견기업의 주재원으로 일하다가 최근 귀국한 A씨(54)는 21일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을 앞둔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A씨는 “중국 제품들이 ‘미친듯이’ 몰려 온다”며 “하이얼, 화웨이, 비야디 같은 중국 대기업 러시아 주재원이 2~3배로 늘어 수백명이 됐고, 무역상들은 서방제재를 피해 키르기스탄·카자흐스탄 등에서 우회수입하면서 러시아 생필품과 중간재 시장을 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접경지는 생필품 구하기가 힘들고 밤낮없는 포탄 소리에 힘들지만, 모스크바나 페테르부르크 등 다른 도시들은 약간의 생활의 불편 외에 경제는 굳건한 것 같다”며 “질 좋은 유럽산 와인이나 치즈를 구하기 힘들어 가격이 2~3배가 되긴 했지만 러시아의 국민차 라다(LADA)에는 에어콘과 파워핸들이 없어도 운전엔 지장 없으니 잘만 팔린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체감 물가는 거의 2배는 뛴 것 같은데, 임금이 30%이상 올랐고,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실업률이 낮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모스크바 시내에선 축제도 열린다”며 “전쟁이라는 건 뉴스에서나 가끔 나올 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는 24일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서 2년간 전쟁을 이어왔지만, 지금 러시아는 전장은 물론 경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러시아는 구멍뚫린 서방제재를 비웃듯 지난 2022년(연간기준) 최대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보험 신고가 되지 않은 ‘그림자 선단’을 활용해 석유와 천연가스를 중국·인도·튀르키예 등에 수출한다. 생필품은 제3국을 활용한 ‘유령무역’으로 손쉽게 조달 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 군수산업 중심지인 툴라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후에도 러시아 경제가 서방 제재를 이겼다”고 밝혔는데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었던 셈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경제성장률은 미국은 물론 G7(주요 7개국)을 압도할 전망이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북한으로부터 대규모 포탄지원을 받은 러시아는 지난 17일 격전지 아우디우카를 점령하면서 우크라이나 공격에 고삐를 죄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2년간의 서방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후퇴하고, 국방비 조달에 허덕이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스태그 플레이션 위기에 빠졌다.

다급해진 미국과 유럽연합은 더 강력한 제재안을 준비중이다. 미국은 23일 전쟁2주년에 맞춰 추가 제재안을 발표할 방침이고, EU는 13번째 제재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변현섭 계명대 러시아중앙아시아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엄청난 자원을 무기화 시켰고, 세계적인 네트워킹시대에 따라 절대로 러시아 경제를 제재 정도로 무력화시키는 어렵다”며 “러시아에 1달러 손해를 입히기 위해서는 유럽도 0.7달러의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만큼 일방적으로 타격을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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