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三李’에 사분오열 된 ‘反尹 진영’

박성의 기자 2024. 2. 2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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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이재명 ‘사천 논란’으로 내홍…이준석‧이낙연 갈등 끝 결별
尹 지지율 침체에도 野 지지율 하락세…총선 전망 ‘오리무중’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정권 심판'을 외치던 제1야당과 제3지대 리더들 모두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천 논란'에 휘말렸고, 개혁신당을 이끌던 이준석‧이낙연 대표는 갈등 끝 결별했다. '반윤(反尹) 진영'이 동반 위기에 휩싸이면서 총선 판세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 '캐스팅 보터'인 중도층 민심이 요지부동인 가운데, '압승'을 자신하던 민주당과 '돌풍'을 예견했던 개혁신당의 지지율은 침체된 모습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연합뉴스

'전쟁' 앞 '내전' 휩싸인 민주‧제3지대

설 연휴를 앞둔 이달 초, 정치권의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불화설이 여의도 정가를 뒤흔들었다. 여기에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까지 더해지자 여당 내부에서도 초조함이 감지됐다. 이런 가운데 제3지대 세력의 '빅텐트'가 성사되면서, 정부 여당은 이재명‧이준석‧이낙연이라는 '반윤 진영' 정치인 3인에게 포위된 형국이었다.

그러나 불과 2주 뒤 상황이 급변했다. 국민의힘이 별다른 잡음 없이 공천 반환점을 돈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 '사천 논란'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당의 '하위 20%' 평가 대상 현역 의원들 중 상당수가 비이재명(비명)계 의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간 잠잠하던 '비명-친명' 간 계파갈등이 다시금 발화하는 모습이다.

실제 '원칙과 상식' 탈당 이후 단체행동을 삼갔던 비명계는 다시금 세력화를 도모하는 모습이다. 20일 국회 의원회관 홍영표 의원실에서 비명계 의원 7명이 비상 회의를 갖기도 했다. 취재에 따르면, '하위 20%' 대상자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 2선 후퇴를 포함한 지도부 총사퇴 및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의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열린 의총에서도 "당 지도부가 (총선) 상황을 상당히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나 하위 평가에 대해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 불참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갈등이 발화하고, 김부겸 전 총리 등 원로들의 비판까지 이어지자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거대양당을 비판하며 탄생한 '빅텐트'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사당화'를 비판하며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가 새 살림을 꾸려 당을 나갔다. 민주당에 이어 제3지대에도 계파 갈등이 발발하면서, 이들 일각에선 '정권 심판론'을 외친 동력이 저하됐다는 자조섞인 우려가 나온다.

개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새로운미래의 이탈로) 새로운 인재와 새로운 정책을 담아낼 그릇이 더 작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 분위기를 바꿀 새로운 모멘텀(계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與에서 野로 옮겨간 '총선위기론'

야권의 분열 속 총선 판세는 오리무중이다. 여야 모두 확실히 승기를 잡았다기엔 남은 변수도, 시간도 많다. 다만 최근 추세는 여당보다 야당, 제3지대에 불리한 흐름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정체됐음에도 그 반사이익을 야당이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중도‧무당층 표심을 노리고 있는 개혁신당의 존재감도 아직까진 미미한 수준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9명에게 실시한 정당지지도 2월 3주차 조사(응답률 4.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40.2%, 국민의힘 39.1%로 오차범위 안 접전을 보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 처음 포함된 개혁신당 지지율은 6.3%로 집계됐다.

추세로만 보면 민주당의 하락세, 국민의힘의 상승세가 완연하다. 2월 1주차 같은 조사에선 민주당 45.2%, 국민의힘 39.8%로 5.4%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2월 2주차 같은 조사에선 민주당 41.8%, 국민의힘 40.9%로 격차가 좁혀졌다.

반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주 연속 상승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6일 전국 18세 이상 2011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 수준에 오차범위 ±2.2%포인트, 응답률 3.9%)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9.5%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조사(2월5일~8일)보다 오차범위 내인 0.3%포인트 오른 수치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3주 연속(36.2%→37.3%→39.2%→39.5%) 오름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권 연대 '200석'을 꿈꿨던 민주당 일각에서도 '총선위기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불어민주당에 있어서 '대형사고'는 무엇일까? 총선 패배"라며 "이건 그냥 '당'의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정권 같은 세력에게 입법부의 견제 장치까지 해제되는 건 대한민국 전체에 있어서 엄청난 악몽이다. 따라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만들면 그것만으로 역사에 죄짓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온갖 징후들이 보이면, 우리가 속한 '공동체 전체'에 큰 사고가 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예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정파를 떠나 민주당의 최근 공천 상황이 납득가능하고, 정상적이라 판단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반문한 뒤 "무리하게 공천을 진행하려 한다는 정황이 이미 드러났다. 이재명 대표가 강조했던 혁신공천과 멀어질수록 총선에는 분명한 악재"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준석‧이낙연 대표를 향해서 "두 대표 결별의 손익계산을 따지는 게 큰 의미가 없다. 둘 다 (결별로 인해) 얻는 건 거의 없고 잃는 게 더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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