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선거 공천의 ‘NBA’
총선에서 정당 공천제도가 도입된 건 70년 전이다. 1954년 3대 총선 당시 자유당은 대의원 투표, 시도당 평가, 중앙당 심사를 종합한 최고득점자를 공천하려고 했다. 뜻대로 되진 않았다. 당 총재인 이승만 대통령 재가 과정에서 공천자가 뒤바뀌었고, ‘원조 상향식’ 공천은 흐지부지됐다.
요즘 정당은 ‘시스템 공천’이라고 부른다. 이에 따르면, 먼저 부적격 기준을 내놓는다. 성범죄, 음주운전, 직장 갑질, 학교폭력 이력이 있으면 신청조차 말라는 것이다. 그 후 당이 추구하는 이념·가치에 부합하는지, 이를 구현할 능력이 있는지를 검토한다. 객관적 평가와 주관적 평가가 혼합된다. 정당마다 공정한 기준과 민주적 절차를 강조하지만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공천은 특정 계파의 세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기 일쑤였고, 그래서 매번 ‘내전’을 겪었다.
농사로 치면, 공천은 씨를 뿌리는 단계다. 유권자들은 공천 상황을 주시하며 투표할 정당과 후보를 준비한다. 공천 파동을 겪은 정당은 심판을 받았다. 진박(진짜 박근혜) 감별사들이 활개친 2016년 새누리당 공천이 그랬다. 그렇다면 어떤 공천이 유권자들의 호감과 반감을 사게 될까.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21일 공천의 세 요소로 ‘NBA’를 제시했다. NBA는 잡음(Noise), 균형(Balance), 깜짝(Amazing)의 영문 첫 글자 조합이다. 공천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지만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당내 계파별·직능별·출신별·세대별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 국민 시선을 잡아챌 깜짝 이벤트나 스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N’의 측면에선 국민의힘이 잘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엉망이라고 평가했다. NBA 종합평가에선 양당 모두 ‘평균 이하’로 봤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평가 하위 20%’에 다수 포함된 비명계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도 불공정 공천에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천 심사 결과에 대놓고 반발하는 이가 많지 않다. 아직 컷오프(공천 배제)된 현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이유도 클 것이다. 조용하지만 혁신과 세대교체를 보여줄 인재 발탁도 없었다. 거대 양당의 공천 작업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유권자들이 매기는 공천 성적표는 4월10일에 공개될 것이다.
안홍욱 논설위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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